월요법창

새로운 변호사시대Ⅰ-‘어느 장애인 신혼부부의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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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신혼부부가 동네 놀이터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다. 부부 모두 지적장애인 3급에 아내는 임신 5개월인데 공중화장실에서 몸을 씻고, 벤치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남편은 경제적 곤궁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결국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걸려 벌금 350만 원을 납부해야 했다.

벌금 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벌금미납자로 노역장에 유치된다면 임신한 아내 혼자 남아 노숙생활을 해야 하는 딱한 처지였다.

구청에서 그 사정을 알고 주거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내의 아버지가 사망 후 남겨놓은 빚 때문에 이들의 장애연금 계좌는 압류 당하고, 살고 있던 사글셋방에서도 쫓겨난 것이다. 만일 이들 곁에 언제든 찾아와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간단한 불복절차로 연금계좌의 압류명령을 취소하고, 상속 한정승인으로 빚을 면하고, 벌금도 매달 분납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안전망으로는 그런 법률보호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변호사협회 통계에 의하면, 변호사·로펌의 공익활동 외에 매년 미국 로스쿨 졸업생의 약 5%가 공익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필자가 2013년부터 2년간 로스쿨 겸임교수로 파견되어 로스쿨생들을 가르칠 때 그들을 면담한 적이 있었다. 서울대 물리학과, 카이스트 공대, 연세대 의대 등 그들의 출신은 놀랄 만큼 다양했다. 그들이 각자 자기 분야에서 쉽게 인정받을 수 있었는데도 굳이 전혀 다른 길을 찾아 로스쿨의 치열한 경쟁 속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변호사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며, 내 이웃에게 직접 좋은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5년 7600여명이던 변호사 수는 2015년 2만명을 넘어섰고, 10년 후면 3만명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이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그만큼 낮아졌다고 느끼는지 의문이다. 이제 변호사가 필요한 곳이 어딘지 고민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청년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새 패러다임을 준비할 시점이다.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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