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사법부 예산편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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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지난 5월 공개한 헌법 개정안 중에는 사법부의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이 포함되어 있다.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한국공법학회의 회장 이헌환 교수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사법부의 예산편성권은 사법부 독립을 위한 중대한 요소”라고 강조하며 이와 같은 개헌안을 지지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 예산안편성권을 행정부에 전속시킨 이후 현행 헌법까지 이 같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 사법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물적 재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헌법에 따르면 사법부의 예산이 정부의 예산안편성에 전적으로 종속되어 있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법부가 외부에 의존한다면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기능이 위협받게 된다. 결국에는 국민의 권리보호가 소홀해질 위험이 매우 크다.

실제로 2001년에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법원예산과 행정부의 관계’를 분석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행정권력에 위기가 발생했거나, 행정권에 대한 사법부의 도전이 있었을 시기마다 사법부예산의 감소가 일어났다고 한다. 이 연구는 법원의 예산요구액과 실제로 확정된 예산액을 비교해 사법부가 행정부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행정부가 예산을 통해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졌음을 실증적으로 도출해 내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선진사법 제도를 가진 나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 및 의회권력의 변동이나 성향에 상관없이 사법부가 독자적인 정책결정과 그에 필요한 예산편성을 담당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사법부의 예산편성권을 헌법에 규정하지 않는 나라도 상당수 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적 예산편성권이 보장되어 헌법에 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법부 예산독립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크다. 국제법학자협회 등 단체들이 1982년 시실리의 시라쿠사(Syracuse)에서 발표한 ‘사법독립에 관한 Syracuse 초안’은 사법부가 예산요구의 견적을 당국에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사법부독립에 관한 세계회의도 사법부가 예산상 요구되는 세입세출예산을 당국에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법부 독립에 관한 세계선언(the Universal Declaration on the Independence of Justice)’을 채택했다.

지갑을 통제하는 자는 항상 그 지갑의 내용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King, The IBA Standards on Judicial Independence). 권력분립의 실질화를 통해 사법부가 정부의 성향이나 정책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이 필수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역시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세계적 기준에 맞도록 사법부의 예산편성권을 인정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좋은 결실을 맺어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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