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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호기심 많은 풍류객' 김성진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

굴지의 대형로펌 법무법인 태평양의 선장인 김성진(58·사법연수원 15기) 대표변호사의 첫 인상은 '파격'이었다. 시원시원한 말투와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다. 스스름 없이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점도 남달랐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노는 것을 좋아하는 변호사가 아니다.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도, 로펌 경영에 있어서도 프로 정신을 발휘하며 매사를 즐기는 '달인(達人)'이다. 음악과 서예, 낚시, 고전 등 다양한 분야에 일가견을 이루면서도 태평양의 경영대표로 취임한 첫해 곧바로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끄는 기염을 토했다. 세밑, 김 대표가 직접 설계해 지은 서울 옥인동 한옥 자택에서 그를 만나 파란만장한 일과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성진(58·사법연수원 15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두 살때부터 말을 잘해 이웃에서는 이미 '김 변호사'로 통했다. 김 대표는 "말이 씨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시장통에서 약국을 하셨습니다. 말이 또래보다 훨씬 빨라서 두 살 무렵 겨우 걸어 다닐 때 아침에 놀러 나가면 시장 아주머니들께서 '말 잘하는 김 변호사 나온다'고 하면서 반기셨다고들 합니다. 이 말이 씨가 되어 변호사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호기심 많은 풍류객'이라고 정의했다. 첼로와 대금, 정악장구, 설장구, 단소를 연주하고 서예와 고전에도 능통하며 낚시도 즐기는 그를 주변에서는 '팔방미인'이라고 평가한다. "어릴 때 10년 정도 첼로 레슨을 받고 시향과 협연을 했던 경험 탓인지, 변호사 시작하면서 대금, 정악장구, 설장구, 단소를 돌아가며 3~4년씩 레슨을 받았습니다. 1998년부터는 선생님 모시고 매주 한 번 사서삼경과 조선시대 글을 읽고 있고 서예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민물과 바다 가릴 것 없이 낚시를 좋아해서 계절별로 돌아다닙니다. 골프도 업무상 매주 나갑니다. 진화생물학, 신경과학 등 과학을 좋아해서 관련 분야의 대중적인 신간은 나오는 대로 읽어 봅니다. 경영대표를 맡으면서 이전처럼 그렇게 놀 시간이 없어진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웃음)"

만 두 살 때부터 말을 잘해 이미 변호사로 통해
군법무관 복무 후 자유롭게 살고 싶어 로펌으로
음악·서예·낚시·골프·古典 등 다양하게 즐겨

한국 화가이자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인 부인 정종미 화백과의 만남 이야기도 이채롭다. 서울대 동문인 두 사람은 학교 도서관에서 만났다. "대학원 열람실에서 사법시험 공부할 때 어떤 여학생이 하도 열심히 공부하길래 의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 동안 주변을 맴돌다가 수작을 걸었죠(웃음). 안면을 트고 신림동에서 술을 한 잔 하게 됐는데, 그 때 둘이서 소주 7병을 마셨습니다. 그때부터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요. 아내 덕분에 지난 해부터 한옥에 살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종로구 옥인동에 한옥을 지어 살고 있다. 건축가를 고용하지 않고 정 화백과 직접 설계했고 2년 반 만에 완공했다. 한옥을 짓는 일련의 과정은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http://blog.naver.com/kuamdukbo)에 기록돼 있다. 김 대표는 한옥을 짓는 과정이 로펌을 경영하는 일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옥 짓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나무, 즉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로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재목을 구하는 것, 바로 좋은 변호사를 구하는 일입니다. 또 양옥은 한번 짓고 나서 새로 지으려면 다 부수고 다시 지어야하지만 한옥은 조립식이라 그대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기둥과 기둥을 보가 연결해주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기둥이 갑자기 잘린다고 해도 무너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태풍과 지진에도 강합니다. 태평양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해 어떤 변화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로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군법무관 복무 후 판사나 검사가 아닌 로펌행을 택했다. 그 이유도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일치했다. "판사나 검사보다는 변호사가, 특히 로펌 변호사를 하면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일을 해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국내 법률시장이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태평양은 매출액과 변호사 수 양 측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김 대표는 성장의 주된 원인으로 '공고한 파트너십'을 꼽았다. "태평양은 지난 10년 가까이 법무법인으로서는 월등한 차이로 국내 최고의 매출을 기록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 정체 상태를 잠시 맞게 되었습니다. 그 후 1년 만에 다시 예전 추세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되찾은 상태입니다. 비결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로펌이라는 동업자집단의 원리인 공고한 파트너십이 발전의 초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파트너십이 다소 해이해지면서 주춤했다가, 파트너십이 복원되면서 회복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임에 있어서나 수행에 있어서나 반드시 동업자 간에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태평양 성장·발전의 초석은 공고한 파트너십”
자신만의 취미생활 가져야 오래 법조생활 가능
법조계 최대 현안은 국민의 신뢰 회복하는 일

김 대표는 태평양의 경영철학은 '고객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사고와 행동을 변호사의 입장이 아니라 수요자인 고객의 입장에서 한다는 의미다. "고객 중심은 오랫동안 태평양의 경영방침이자 철학이었습니다. 법률서비스도 다른 전문분야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경쟁력의 관건입니다. 태평양의 지식과 경험은 국내를 넘어 이미 아시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다음으로는 고객의 입장에 서서 고객 스스로도 모르는 필요한 서비스까지 찾아서 해결해 내는 자세와 능력입니다. 이것이 바로 태평양의 '고객 중심' 철학입니다."

김 대표는 올해 예정된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의 의미는 외국 대형로펌들이 기존에 해 오던 한국기업의 해외업무 수주를 강화한다는 것과 더불어 외국기업의 국내업무 수주도 강화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률시장 3단계 개방에 대한 대책도 이에 대한 대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최근 전 분야에서 최고의 경력 전문가와 고문, 전문위원을 적극적으로 영입함으로써 외국기업의 한국내 업무 지원을 위한 역량을 크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의 베이징, 상하이 사무소에 이어 작년에 홍콩, 하노이, 호치민, 두바이 사무소를 개설했고, 올해 초 미얀마 사무소도 개설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프리카, 인도, 유럽, 북미, 남미 등 여러 지역에서 외국로펌과 제휴하거나 변호사를 상호 파견하는 등의 계획도 준비 중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기업의 해외업무를 전 세계 곳곳 현지에서 직접 도와드릴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대표 맡으며 놀 시간 없어진 것이 가장 아쉬워
아내 덕분에 한옥에 관심… 작년부터 지어 살아
한옥 짓는 과정은 로펌경영과 유사한 점 많아

김 대표는 올해 로펌 업계의 최대 현안은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사법시험 존폐와 관련한 갈등 역시 그 근본은 국민의 법조계에 대한 불신에 있습니다.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법조계가 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요한 일입니다. 로펌이 앞서서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태평양이 한국 최초로 공익 재단법인인 동천을 설립해 꾸준히 공익활동을 해 온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뜻밖에 '연애편지론'을 꺼냈다. "일을 할 때는 연애 편지를 쓰듯이 할 것을 권합니다. 의견서는 고객에 대한, 준비서면은 법관에 대한 연애편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연애편지는 첫 마디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더 이상 읽지 않습니다." 또 취미를 가질 것도 권유했다.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가져야 더 오래도록 법조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법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취미가 좋습니다. 잘 놀아야 일도 잘 할 수 있어요."

후배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물러나 잘 노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는 김 대표의 인생관은 '네 멋대로 하라!(Fais ce que tu voudras!)'다. "저는 제 멋을 찾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 왔습니다만, 인간으로서 진정한 멋이란 남을 도우는 것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다소 뒤늦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진정한 멋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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