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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예술품

[법조계 예술품] 이태길 화백 '동해일출도'

일출이 몰고 온 '진홍빛 해일' 바닷가 마을 삼킬 듯


너른 캔버스. 아무일도 없는 마을 너머로 조용한 바다를 엿보며 부지런한 어부가 된 상상을 해본다. 어제도 본 구름 가득한 하늘, 거둘 것이 없는 텅빈 밭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바다 너머 붉은 빛으로 요란한 일출만 바라보며 길을 걷는다. 동네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는 듯 인적이 없다. 새벽 닭도 목청을 뽑지 않고, 굴뚝에서 아침밥 짓는 연기가 올라오기 직전의 고요한 마을을 걷는 어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1층에 걸려있는 이태길 화백의 유화 '동해일출도' 이야기다. 가로 285cm, 세로 120cm 크기로 벽 한면을 가득 채워 지나는 사람의 눈길을 잡는다. 이 화백의 풍경화는 세부적인 묘사를 강조한 극사실화는 아니다. 색채나 공간 분할을 통해 분위기를 구성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그는 "극사실적인 묘사는 지양하고 감각적인 표현기법을 통해 감정이 흐르는 분위기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풍경을 통해 이 화백, 혹은 그림 속 풍경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형태가 개략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감은 더 강렬하게 와닿는 것도 이 화백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동해일출도'처럼 조형적인 특징을 가미한 자연풍경을 그렸다. 색과 면을 통해 화면을 분할하는 공간구성을 택했다. 1990년대 이후 작품에서는 조형적인 특징이 더 강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연풍경보다 풍속화나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에 괌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간과 사물,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포함한 요소를 소재로 많이 사용한다. '축제' 연작이 대표적이다. 한복을 입고 머리를 길게 땋은 여인들이 손을 맞잡고 둥글게 춤을 추는 모습, 기복신앙에 나오는 부적(符籍)같은 화풍 등 한국적인 소재를 서양화로 그려내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이 화백은 "환희와 고통 그리고 행복과 고독, 갈등, 좌절 등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모든 영역을 표현하고 한국적 정서와 우리의 향수가 함께 공존하는 감성의 변화를 그려내려 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함평 출신인 이 화백은 광주교대·조선대 미대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전람회에 출품해 특선 3회, 입선 6회를 수상했다. 프랑스, 독일, 브라질,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시에 참가해 왔다. 광주광역시 시립미술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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