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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 로펌, 그리고 경제성장



모스크바

알렉산드르 푸슈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1799. 6. 6.~1837. 2. 10.)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시인의 한사람이다 안톤 체호프, 레오 톨스토이 등과 함께 러시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문학가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그의 시를 들으면 "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본 푸슈킨의 동상을 보고 그의 생가를 찾았다. 그의 생가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가 쓰던 물건들과 그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러시아 낭만주의 문학의 대가답게 38세의 나이로 연적과 결투를 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의 삶과 죽음은 낭만적이다.
그런데 러시아 변호사들은 그리 낭만적인 것 같지는 않다. 독일 로펌과의 면담에서 확인한 러시아 법률시장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여름날 밤 12시에도 여전히 밝은 모스크바의 백야(白夜)처럼 금방 법률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시간이 걸리는 일 중의 하나가 사법제도의 정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 개방 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 아직도 사법개혁을 논하면서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권과 검찰권을 확립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법제도의 정비는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와 사법정의의 확립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산이다.

베를린

독일은 흔히 법률시장 개방 후에 외국계 로펌들에 의해서 법률시장이 재편되고, 소위 토종로펌들이 시장에서 구축된 시장으로 국내에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5년을 두고 보면, 독일계 로펌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해외 법률시장 개방 초기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대응하려고 하는 것이 화학적인 결합이 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하고, 영국 로펌들의 공세적인 시장진출에 수세에 몰리기도 했던 독일 로펌들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유베(JUVE)라는 독일 법률잡지의 2013년 10월호를 보면, 독일 로펌들의 성장이 눈에 띤다. 널(Noerr)과 같은 로펌의 경우 매출규모는 2012년과 마찬가지로 8위이지만 성장률이 6.8%를 보이고 있어 마이너스 성장을 한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와 링클레이터스(Linklaters)와 비교된다. 셔먼 앤 스털링(Sherman & Sterling)은 독일 내 상위 50대 로펌 중에서 가장 나쁜 마이너스 28.7%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50대 로펌이 고용하고 있는 변호사의 수도 2008~2009년 3566명에서 2009~2010년 3457명으로 줄었다가, 이후 2010~2011년 3592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3881명까지 증가했다. 이런 점도 전체적으로 독일 로펌들이 성장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의 10대 로펌 중에서 독일계 로펌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배경에는 독일기업들의 성장이 있다. 독일 기업들은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성장은 결국 자국 로펌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다. 독일 로펌의 해외진출도 독일 기업의 해외 진출과 맞물려 있다. 독일 기업들이 동구권에 진출하여 공장을 설립할 때 독일 로펌도 같이 진출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평균 30년 경력의 독일 로펌은 기존의 낡은 방식에 얽매여 해외법률시장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면이 있었으나, 현재는 독일 내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유럽권을 중심으로 다른 국가에도 진출하고 있다.

서울

한국 기업들의 제조경쟁력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있다. 한 국가의 관점에서도 시장경제질서를 구축함에 있어서 가장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법제도의 정비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 기업에서도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됨에 있어서 법무조직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제조경쟁력, 연구개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법무조직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국가단위에서도 국가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사법제도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독일의 경우에서 보는 것과 같이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변호사, 로펌의 성장도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 독일 로펌들은 독일 기업들과 같이 성장하는 전략을 구사하려고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 로펌들은 크라이슬러를 다임러벤츠가 인수하려고 할 때 벤츠가 독일 로펌 중에서 그런 규모의 역외 인수를 제대로 할 경쟁력이 있는 독일 로펌이 없다고 영미권 로펌에 사건을 맡겨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그 후 독일 로펌들은 독일 기업들이 원하는 점들을 지속적으로 수용하고, 반영하면서 독일 경제와 같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로펌들도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같이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