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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awketer다

[나는 Lawketer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 내리는 것 vs 같은 편이 되어 전략을 수립하는 것

조우성 변호사(법무법인 한중)

K사.

그 회사 내부에 큰 문제가 생겼다. 계약에서 필요한 조치를 제 때 하지 못해 자칫하면 건물을 비워줘야 할 상황이 되었다. 계약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던 법무 담당자로서는 대단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회사는 발칵 뒤집혔고, 기존에 고문계약되어 있던 두 개 대형 로펌에 대응 방안을 문의하자 두툼한 의견서가 도착했는데 두 의견 모두 '이기기 힘들다.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마침 법무 담당자가 내 강의를 들었던 인연으로 내게 이 사안을 별도로 문의해 왔다. 나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일단 그 회사로 찾아가서 관련자들을 모아놓고 상담을 진행했다.

법무 담당자 뿐만 아니라 현업 직원들이 같이 앉은 자리에서 사태를 파악하면서 새롭게 안 사실.

K사가 현 단계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 분쟁에서 이기는 것(즉, 임대차 관계를 계속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6개월 이상 시간을 벌고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과연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길 수 있느냐'는 점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로펌에 보낸 질의서에는 '궁극적인 승소 여부'에 대해서도 질의했고, 로펌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사건이었으므로 (책임 문제 때문에 그런지) '부정적인 의견'을 보내왔던 것이다.

나라도 아마 그런 질의서를 받으면 그런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의뢰인의 진정한 목표(goal)은 달랐다.

변호사로서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중립적인 의견을 내야 할 때'가 있고, '협상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에게 다소 유리한 부분을 발견한 다음 이를 근거로 상대를 흔들어야 할 때'가 있다.

미세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상대방을 협상의 자리로 이끌어 내도록 압박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일. 우리의 '팔'을 내 주더라도 상대방의 '심장'을 겨눌 수 있음을 보여주어 상대방을 협상의 자리로 이끌어 내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법률 케이스 문제를 풀 듯이 '정답을 밝히는 것'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패를 갖고 상대와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푸는 것'이 의뢰인에게 더 큰 만족을 준다.

다행히 여러 협상 전술(굿가이 뱃가이,aim high, 핑계대기)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경우, 충분히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그 분들께 인식시켜 드렸다. 이 분들은 무언가 실마리를 찾은 심정이 되었고, 좀 더 자신있게 이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고문로펌들은 아주 객관적인 입장에서 '어려운데요. 이 사건'이라는 입장이었다면, 나는 그들 속으로 파고 들어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노력했다. 이는 현장에서 그들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멀찍이 물러서서 보내온 자료만으로 객관적인 의견서를 쓰는 것'만으로는 의뢰인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의뢰인의 입장이 되어서, 과연 가능한 수단이 무엇인지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보면 의외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나아가, 의뢰인과 같이 앉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는 변호사의 모습은 결과를 떠나 의뢰인에게 많은 힘과 신뢰를 준다는 점을 우리 변호사들은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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