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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의 법관 되기

변호사 블랙먼, 법관 되다

블랙먼(Blackmun)은 가난했다. 그는 미네소타(Minnesota)주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공부는 잘 했지만 하버드대학에 입학해서 약간의 좌절을 경험했다. 그의 친구는 버거(Burger)다. 둘이 어려서부터 친구였다. 친구는 정치에 관심을 가졌고, 정부 일도 했다. 그러나 블랙먼은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내변호사가 드문 시기에 사내변호사로 일했다. 그가 사내변호사로 일한 곳은 미네소타주 로체스터(Rochester)에 소재한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병원의 하나인 메이요 클리닉이 있는 로체스터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작은 소도시이다. 친구는 블랙먼에게 공직에 입문할 것을 권했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던 블랙먼은 변호사를 그만두고 공직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망설였다. 그러다 블랙먼은 마침내 법관이 되기로 하고 연방항소법원 판사직을 받아들였다. 그는 대법관이 되어 낙태와 관련하여 미국 헌법사의 한 장을 장식한 로(Roe) 판결에 참여하고, 후일 보수화되어 가는 미국 연방대법원 내에서 로(Roe) 판결을 유지 하도록 하여, 로(Roe) 판결의 수호자가 되었다.
위 이야기는 미국 연방대법관 블랙먼(Harry Blackmun)(1908~1999)의 일생을 간단히 요약한 내용이다. 그가 항소법원 판사가 된 것이 1959년이고, 대법관이 된 것은 1970년이다. 우리나이로 52세에 항소법원 판사직을 받아들인 것이다. 블랙먼의 경우를 보면, 미국에서도 부모님의 재산으로 스스로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부(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안정세에 접어든 변호사 생활을 그만두고 법관이 되기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으로 연방대법원에서 같이 일하게 된 버거와 블랙먼은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였지만, 한 사람은 정치인으로 공직을 거쳤고, 다른 한 사람은 변호사로 살다가 판사가 되었다.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게 되었지만 경로는 많이 다른 인물들이다. 블랙먼을 법관이 되게 한 것은 어느 정도의 재산상의 안정과 사회봉사에 대한 필요성이었을 것이다. 그의 변호사로서의 경험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자랑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변호사의 법관 되기

개정된 법원조직법의 시행에 따라 2013년부터 전면적 법조일원화가 실시됐다. 앞으로 2017년까지는 3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만이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다. 변호사나 검사 등 경력이 있는 법조인 중에서만 법관을 선발하는 법조일원화는 2017년까지는 3년 이상 경력자 중에서 선발하고 순차로 경력을 올려 2022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자만 임용한다. 대법원은 이를 준비하기 위해 2006년부터 경력 법조인들을 매년 20~30여 명씩 뽑아왔다.
기존의 법관 선발 시스템도 장점이 많은 시스템이었다. 사법연수원 졸업과 동시에 법관으로 선발하여 법관으로서 훈련을 시켜서 계속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사건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존 시스템이 가졌던 미덕이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한 변호사들이 법관이 되는 것은 새로운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일이 되었고, 한편 국민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법조일원화는 필요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블랙먼처럼 유능한 변호사를 어떻게 판사로 일하도록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제도의 성패는 제2, 제3의 블랙먼들이 법관이 되도록 해서 변호사로서 경험하고 공부하고 연구하였던 바를 법관으로 활용하도록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제도가 가야할 방향이 옳다고 좋은 운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점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법조일원화와 법원의 권위

좋은 변호사가 법관으로 많이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법조일원화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사실 변호사 경력이 10년 이상 되면 어느 정도의 명성이나 평판은 있을 수밖에 없다. 1961년 사회적인 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마이크 구어비치(Michael Gurevich)가 박사학위논문으로 연구하여 발표한 이후,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교수는 미국인들이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6단계를 거치면 서로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서 관심을 끌었었다. 소위 관계의 거리(degree of separation)라는 주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관계의 거리가 2단계를 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법조사회에서 변호사에 대한 평가는 미국보다 더 용이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법조일원화의 과제는 블랙먼처럼 주변에서 법관이 되기를 권하지만, 법관이 되는 것을 머뭇거리는 변호사들을 어떻게 법복을 입도록 유도할 것인가에 있다. 법조일원화가 성공하면 법원이 더욱 권위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관이 될 것이다. 모든 변호사들로부터 존경 받는 변호사가 재판장이 된다면 법원의 권위는 스스로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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