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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의 변론술

변호사, 말을 잘하는 사람

어린 애들이 말을 조리 있게 잘하면, "그 녀석, 변호사네"라고 말하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실제 변호사의 변(辯)이라는 단어는 말씀 언(言)이 단어의 가운데 들어 있다. 의미를 나타내는 글자인 한자에서 단어를 구성하는 개별요소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그 단어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인데, 변호사는 말을 잘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자를 만든 사람들도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변호사를 율사(律師)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법률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 우리와 일본은 변호사라고 하면서 변(辯)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런데, 정작 우리 법정은 오랜 기간 말이 아닌 글로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왔다. 우리 법정에서도 구두변론이나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이 중요하여 지고 있으므로,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법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변호사들이 많아질 것 같다. 그리고 변호사가 청자(聽者)를 설득하는 기술인 변론술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 같다.

변론술의 역사

역사적으로 변호사의 시작은 그리스이다. 그리스인들은 변론술을 연구하고, 변론을 그들의 삶의 일부로 삼았다. 우리가 궤변론자라고 부르는 '소피스트(Sophists)'들은 변호사의 한 모습으로 기궤한 논리로 논쟁에서 이기는 법을 연구하였던 일군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아테네는 학문의 발달이 극성기를 이루면서, 아테네가 망한 이후 로마시대에도 그리스 출신들은 로마인들의 가정교사나 대학교수로 학문적인 후광을 누렸다. 그리스에 있는 로도스(Rhodos) 섬은 로마인들이 유학을 하는 대학도시로 명성을 얻었다.
변론술을 생각하면 아테네에서 여행을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아테네에서의 변호사의 변론은 핵심을 집중하여 파고드는 간결한 모습을 띠었다. 수사학(rhetoric)은 설득의 기술로서 대중민주주의가 발달한 그리스에서 어떻게 다수의 사람들을 설득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이 수사학을 정리하면서 설득의 방법으로 logos, pathos, ethos의 3요소를 들었다. 이들은 우리말로 logos는 이성(理性), pathos와 ethos는 감성(感性)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인데, 문제는 pathos와 ethos의 구별이다. pathos는 사람이 가지는 일시적인 감정이다. 예를 들어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혁명을 위하여 총을 들고 싸우자는 장면에서 사람들의 격정을 불러일으켜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은 일시적인 감정인 pathos다. 반면 사람이 형성하고 있는 성격이나 습관은 ethos다. 플라톤(Platon)은 이성에 반항하는 능력을 지닌 pathos가 ethos에 의해 선한 성격이나 악한 성격으로 길러질 수 있다고도 하였다. 바로 습관의 힘이다. 수사학,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논리에 의해서 설득할 수도 있고, 감성에 호소하여 설득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관습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설득의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스인들은 군더더기 없는 논리적인 설득을 중시하였던 것이다.

변호사 호르텐시우스

아테네에서 발전한 변론술은 소아시아로 건너간다. 소아시아에서 발달한 변론술은 페르가몬(Pergamon)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장황한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늘어놓는 방식을 취하였다. 페르가몬은 로마와 화친하여 로마의 속주로 번영하였던 국가로서, 로마시대의 유명한 변호사 중의 한사람인 호르텐시우스(Quintus Hortensius, 114 BC~ 50 BC)가 이러한 소아시아 풍의 변론술에 능하였다. 로마의 변론술은 소아시아에서 번성하였던 화려하고 수사가 많은 변론술이 주류를 이루었다. 사실 그의 변론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호르텐시우스의 변론에 대한 기술은 후세에 많은 저작을 남긴 키케로(Cicero)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키케로는 호르텐시우스의 변론이 장식이 많은 아시아적인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책과 서간문을 남긴 키케로는 변호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으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문필가인 변호사는 죽어서 글을 남기는 것 같다. 최고의 변호사 중 한 사람인 호르텐시우스 말이 남아있지 않으니 아쉽다. 유려하게 진행되었다는 호르텐시우스의 변론을 오늘날 'TED'에서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으련만.

변호사의 변론

우리나라도 형사재판에서 배심원 재판에 해당하는 국민참여재판이 늘어나면, 법률전문가들이 모여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하여 설득을 하여야 하니 변론술에 대한 변호사들의 이해가 높아져야 할 것이다. 변호사 나름의 스타일이 있는 법이니, 일률적으로 좋은 변론과 나쁜 변론을 가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쟁점에 대한 논리력이 강하다면 사실 변론은 짧고 간결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좋은 프리젠테이션의 원칙중 하나인 KISS(Keep It Short and Simple)이라는 원칙은 변론에서도 같이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싶다. 간결함(brevity)은 변론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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