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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 법률의견서의 적정가치

워렌 버펫과의 점심식사의 가치

투자자로서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펫(Warren Buffett)과 점심 식사를 하는 기회를 이베이에서 경매하였는데, 낙찰된 가격이 2,626,411달러였다고 한다. 무슨 점심 한번 먹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30억 정도 되는 돈을 낼까 싶은데, 이 돈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기꺼이 내려고 한 사람이 있어 경락이 된 것이다. 그 사람은 왜 워렌 버펫과의 식사가 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을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와 훌륭한 식사를 해도 요리의 가치만으로 30억이 되기는 쉽지 않은 일 같아 보이고-필자의 요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실제 그런 요리가 있는지는 모른다.-아마도 워렌 버펫과 식사를 하면서 그로부터 의견을 듣고 뭔가 통찰력을 가지고 싶어서 그 정도의 돈을 내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변호사이면서도 경영대학원 과정, 소위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도 졸업하고 재화와 용역의 가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사건에도 참여하여 사건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회사의 가치, 자산의 가치, 특허권의 가치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논문도 쓰고 하였지만 가치평가라는 것이 참 어렵다. 시장가격(market price)이라는 것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수요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정도(willingness to pay)가 집적이 되어 정해질 것인데, 이것이 항상 공급되는 재화나 용역의 가치와 일치하지도 않는 것 같다. 많은 경우 우리는 시장이 가치를 정해준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측정가능성(measurability)이 떨어지는 것일수록, 측정이 어려울수록 가치평가는 자의적이라고 비판을 받기 쉽고 하나의 의견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리고 세상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같은 우리가 가치가 있다고 믿고 알고 있지만, 그 가치가 얼마인지 숫자를 보여 달라고 하면 가능하지 않다고 자인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가 그러한 것처럼.



법률의견서를 무게를 달아서 가치를 매긴다면

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시애틀에서 법률문장론에 대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강의에서 영국에서 1900년대 초반에 변호사들의 법률의견서에 대하여 얼마의 돈을 지불할 것인가를 정하는 방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영국에서의 관행은 변호사의 의견서가 길어질수록 많은 돈을 지불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변호사의 법률의견서(legal opinion)를 물리적인 무게를 달아서 가치를 매긴 것이다. 그러니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문장을 길게 쓰는 관행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변호사들은 '갑(甲)이 을(乙)에게 사과를 팔았다'는 문장을 길게 하기 위한 생각을 했고, 그 결과 'A hereby transfer, assign and convey the title of the ownership of the apple to B'와 같은 식의 문장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유권이 이전되는 효력발생일도 써야 할 것이고, 이런 저런 부대적인 문장들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 사과 하나로 상당한 분량의 계약서를 만들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길게 쓸 수 있는 문장력이 있는 변호사가 법률사무소에서 유능하다고 판단하는 변호사였다고 한다. 만일 이 문장을 일반인이 썼다면 아마도 'A sold the apple to B'정도로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렇게 쓰면 문장의 의미가 전혀 전달이 되지 않는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그 강의를 진행한 교수는 위의 문장에서 transfer, assign, convey와 같은 동사들은 영어에서 서로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법률적으로도 다른 의미가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이 중의 하나의 동사만을 사용하여도 문제가 거의 되지 않으니 하나의 동사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의를 하였다. 그럼에도, 영문계약에서 이렇게 복수의 단어들을 열거하여 사용하는 관행은 영국의 법률실무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라면서 간단하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었다.

만일 이 부분만 읽으면 변호사들이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으니, 분명히 밝히자면 법률적인 문제를 사전에 명확하게 한다는 점에서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정리하여 계약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런 영미의 계약문화는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다. 우리는 계약은 대충하고 계약서에 상관행에 의한다고 쓰고는 나중에 서로 다른 상관행을 주장하면서 다투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것은 아직 법률문화가 미성숙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변호사의 법률의견서의 가치

왜 변호사의 의견서는 점점 길어져야 할까. 법정에 제출하는 서면의 길이는 점점 길어질까. 이 문제의 답은 기본적으로 사건이 복잡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복잡한 사건도 간단하게 정리하여 판사를 설득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은 일일 것이나, 부득이 하게 서면이 길어지는 것은 무작정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법률의견서의 가치가 산업혁명 직후의 영국과 같이 의견서의 길이와 의견서에 사용된 종이의 무게로 정해지는 상황이라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가 작성하는 법률의견서의 가치는 의견서의 분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견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들여 작성한 것인지와 함께 그 의견이 얼마나 새로운 것이고, 사안의 해결에 적확한 해답을 주는 것인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일 그와 같지 않다면 워렌 버펫과의 점심의 가치는 음식의 가격을 중심으로 정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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