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최승재 변호사의 변호사뎐(傳)] 변호사는 사회적 자본이다

 지적재산 및 공정거래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중견 법조인인 최승재(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가 마침내 법률신문에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서울대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 변호사는 사내변호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로스쿨 교수, 로펌 변호사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와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과연 변호사들은 어떤 존재이며, 가장 바람직한 변호사 상(像)은 어떤 것인가? 또 변호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가? 지금 이 시간에도 변호사들은 곳곳에서 수많은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 변호사의 손끝으로 우려낸 이들의 모든 이야기, '변호사뎐(傳)'을 연재한다.<편집자 주> 

1. 사회적 자본
미국의 저명한 일본계 정치학자인 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1995년 저술된 그의 저서 신뢰(Trust: Social Virtues and the Creation of Prosperity)에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이야기 하면서, 사회적으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가지는 가치를 설파한 바 있다. 사회적 자본은 우리가 유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간접자본(social infrastructure)에 대응하는 무형자본이다. 동일한 부존자원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왜 어떤 나라는 부강하여 지고, 어떤 나라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발전하지 못할까. 이 주제는 오랜 시간 동안 학계에서 논의된 주제이지만, 압도적인 하나의 답이 있는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주제에 대한 가장 유력한 답의 하나가 바로 사회적 자본의 차이이다.

2. 왜 북부 이탈리아는 부유하고, 남부 이탈리아는 가난한가
푸트남(Putnam)을 비롯한 학자들은 사회적 자본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도대체 경제가 발전하고 정부의 성과를 높이도록 하는 사회적 자본의 원천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 이들의 연구주제였다.(Putnam, R. (1993). Making democracy work: civic tradition in modern Italy.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푸트남은 이탈리아의 북부와 남부의 경제력 차이의 원인을 연구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북부는 경제적으로 발전하였고, 역사적으로도 이탈리아를 이끌었던 베니스, 피렌체, 밀라노 등 다수의 도시국가들이 북부에 있다. 반면 남부는 경제적으로 발전이 더디고, 농업을 주로 하는 지역이다. 도대체 무슨 요인이 이런 경제력의 차이를 발생시켰을까 하는 점이 그의 연구 주제였다. 그의 결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북부 이탈리아는 남부 이탈리아에 비하여 사회적 자본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이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오랜 기간 동안 북부 이탈리아에서는 구축되어 왔고, 그 결과 북부는 남부 이탈리아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월등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 도대체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가 어떤 의미가 있나.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내가 상대방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하면 검토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만일 내가 상대방이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거나, 내가 처음 본 사람이라면 해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같은 말에 대해서도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육안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물건을 사는 경우, 그리고 만일 실패하더라도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경우보다 실패하면 경제적인 부담이 큰 경우에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생선가게에서 생선을 사는 경우보다 육안으로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물건, 예를 들어 집을 사는 경우가 더 많은 조사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는 데 같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만일 사회적으로 규범이 있고, 이 규범이 지켜질 것이라는 신뢰, 예를 들어 계약을 하면 계약은 지켜진다는 신뢰, 집을 지을 때 시공자는 규범대로 시공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으면, 사람들의 행동은 훨씬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거래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사회적 자본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일을 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4. 변호사와 사회적 자본
기본적으로 법조는, 특히 변호사는 신뢰에 바탕을 이루는 직업이다. 왜 그런가 하면, 만일 신뢰를 하지 않는다면 내가 일일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일들을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필자는 변호사가 생산을 하지 않고 배분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다. 필자가 사내변호사를 법조 경력의 시작으로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법조인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부의 분배와 관련된 역할을 하는 직업이지만, 사내변호사는 부분적으로나마 생산하는 직업이라고 이해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필자는 변호사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생산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와 일을 하게 되면, 변호사가 하는 일이니 규범을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 법률 전문가이니 제대로 법률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 이런 사회적인 신뢰를 사회에 제공하는 것이 법률분야에서 변호사가 하는 일이다.
변호사의 공익성은 이러한 변호사의 사회적 자본 창출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변호사가 가지는 공익성은 변호사가 무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여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업 자체가 가지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 공급기능에서 연원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변호사는 그 존재 자체로 사회적 자본이다. 변호사의 질을 관리하여,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가 단순히 법률지식을 파는 상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를 위해서 변호사가 독립성과 자유 직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변호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것이다. 변호사 제도는 바로 그 제도 자체가 사회적 자본이라는 점에 존재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후의 글에서 변호사 제도, 변호사의 역사, 역사속의 변호사들에 대한 여행을 할 것이다. 그 여행 중에 마음속에 두었으면 하는 첫 번째는 바로 변호사가 사회적 자본이라는 점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