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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나는 세계로 출근한다'

박은영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헤밍웨이 원작의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자유를 위하여 공화군으로 참전한 게리 쿠퍼는 집시여인 잉그리드 버그만과 사랑에 빠지지만 스페인 내전의 현실은 참혹했다.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전환기적 정의'를 해결하기 위해 사면법으로 결국 과거의 상처를 덮기로 하였다는 내밀한 이야기를 스페인 변호사에게서 들으며 그들 가슴속에 끓고 있는 용암을 보게 되었다. 계급적 갈등, 강자와 약자의 대립이라는 역사 속으로 들어가니 16세기 제국주의 초기에 남미 인디오들의 권리를 두고 벌인 세기의 '문명론 재판'이 있었다. 뉴욕대 국제법 교실에서 미국학자들과의 논쟁을 하며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으로 근대 세계를 지배해온 서구의 그늘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극동 아시아에서 일본의 한국지배의 배경이 되었던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세계화가 급진전 되면서 국가와 사회는 세계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고, 우리의 젊은이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제 세계 무대에 급속히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세계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한국은 경제나 산업은 앞서 있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시스템과 가치체계에 있어서는 여전히 주변국이다. 내가 국제사회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험하고 알고 느낀 것을 청년들과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다면, 출발점에 서 있는 그들에게 하나의 발판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은 서구가 어떻게 자기들의 내부문제를 해결하며 거버넌스와 법의 지배를 확립하였고, 영국, 미국, 스페인, 일본 등이 그들의 가치체계와 규범을 세계화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여 온 과정, 중국, 인도, 브라질, 중동국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세계 질서에 편입되고 있는지를 일반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에피소드, 역사, 문화, 제도를 통하여 설명해준다. 후발주자이지만 우리는 더 이상 주변부를 서성거릴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세계 속에 우리의 좌표가 어떤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또한 현재 세계체제의 규칙과 룰을 이해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고 활용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독자성을 기반으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여 이제 세계에 글로벌 리더로서 나가야 한다.

나는 여러 곳에서 내게 영감을 준 사람들을 만났다. 미국사회의 수많은 문제가 노예제를 한 원죄로 발생했다고 고뇌하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미국의 백인 원로 법조인, 화려한 부와 비참한 가난이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인도에서 학교도 가지 못한 채 가족을 부양하러 소똥을 주워담고 물건을 팔러 거리에 나선 아홉 살 인도 소년, 풍요로운 서구문명과 소박한 전통 사이에서 국가와 사회의 갈 길을 고뇌하며 한국으로부터 배우고 싶어하던 아부다비 국회의장 등등. 그러나 그들의 고뇌와 더 나은 삶을 향한 노고는 인류에게 공통된 보편적 문제들이기에 나는 그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었다.

내가 얘기하는 세계는 반드시 외국에 나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 여기서 세계적인 시각으로 나 자신과 우리가 처한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 자신의 문제를 세계적 보편성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느덧 글로벌 리더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