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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미국 대법관 이야기'

최승재 교수(경북대 로스쿨)

2003년 변호사로 일하다가 미국 콜럼비아 로스쿨로 유학을 간 필자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간한 프랑크퍼터 대법관의 서간집을 보면서 그의 삶이 판결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종신직인 미국 대법관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판결을 이해하고, 그들의 법사상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생각의 시초였다.

그 때부터 여러 자료들을 읽으면서 준비한 <미국 대법관 이야기>는 미국 대법원을 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에 초점을 맞추어 대법관들의 생애와 주요 판례를 통하여 연대기적으로 살펴보려는 책이다. 법리가 아니라, 대법원이라는 기관이 아니라, 대법관이라는 사람에 중심을 맞추고, 그 사람들의 행적과 판결을 통하여 미국법을 이해하고자 시도하였다.

이 책에서는 건국초기 존 제이 대법원장에서부터 워렌코트의 절차혁명기에 대하여 대법관들, 워렌코트의 시계를 반대로 돌리고 싶어 했던 버거 대법원장과 그가 이끌었던 대법원의 대법관들, 그리고 보수법조계의 거두였던 렌퀴스트 대법원장과 렌퀴스트 코트의 대법관들을 거쳐, 현재의 로버츠 코트의 대법관들까지 모두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대법관 총 112명 중 모두 31명의 연방대법관을 살펴보았다.

미국 대법관의 시작을 연 조셉 스토리 대법관과 존 제이 대법원장을 보면서, 미국 초기 대법원의 시작과 당시의 사법부 풍경을 볼 수 있다. 남북전쟁이후 미국이 가야할 방향을 고민한 홈즈 대법관과 대통령이 아닌 대법관이 되고 싶어 했던 태프트 대법원장을 보면 대법관의 직이 민주주의사회에서 얼마나 귀한 직인가를 알 수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집행을 위한 대법원 재편계획을 보면 대법원과 행정부의 관계에 대하여도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에서 대법관이 되었지만 소수의견으로 남았던 프랑크퍼터 대법관, 최초의 흑인대법관 더굿마셜 대법관과 두 번째 흑인대법관이 된 토마스 대법관을 비교하여 보는 것도 흥미롭다. 여성대법관의 역사를 쓴 오코너 대법관의 순애보와 긴즈버그 대법관의 여성대법관상을 읽다보면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미국사의 중요한 장면마다 임기제의 대통령이 할 수 없는 미국 건국이후 미국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던 미국 연방대법원과 그 대법원을 구성하였던 대법관을 이해하는 것은 미국사와 미국법을 이해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대법관들의 생애에서 출발하여 주요 연대기적 사건을 설명하고, 그 대법관의 주요 판결을 개관함으로써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미국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법원 재편에 대한 논의가 대법관 수의 증원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대법원을 가질 것인가, 그리고 어떤 대법관을 임명할 것인가는 단순히 사법부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체제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일임을 미국 대법관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을 알게 될 것이다.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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