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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독도 인더 헤이그'

정재민 판사(대구지법 가정지원·필명 하지환)

국방부 국제정책팀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할 때 국방부장관의 국회독도특위 답변 작성을 계기로 독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독도를 공부하려고 시중의 책들을 읽었으나 지나친 애국심에 객관성을 잃은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웠다.

이에 감히 펜을 들었다. 어려서 앞뒤 안 가리고, 무식해서 용감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독도 권위자도 아니면서 독도 문제가 이렇다, 저렇다는 식의 책을 쓰는 것이 주제 넘는다는 것쯤은 알았다. 객관적으로 기술하기엔 독도는 너무 예민한 주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소설로 쓰기로 했다.

독도를 둘러싼 여러 입장을, 심지어 일본의 입장조차도 공평하게 담자.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은 한일의 신세대가 어떻게 한일관계를 정립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지자. 가야와 야마이국의 역사를 단초로 한일의 민족적 정체성도 고민해보자. 대하소설을 쓰는 전문 소설가들이나 세울 법한, 거창하다 못해 무모한 목표였다.

무모한 도전은 고달팠다. 여름휴가 때는 규슈의 시골 유적지들을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돌아다녔다. 주변 사람들은 "잉? 소설을 써?"라며 황당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소설의 기본 플롯으로 설정된 사정들도 수시로 바뀌었다. 이지스함과 F-15가 도입되었고, 외교통상부의 독도 담당 부처가 바뀌었으며, 일본 정권도 교체되었다. 그때마다 상당한 분량을 다시 고쳐야 했다. 탈고하고 나니 법무관 시절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고생한 것이 아까워 문학상에 응모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하지환(河智還, 지혜를 강처럼 공유하자)'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하고 나니 두 달 만에 동해와 독도를 주제로 한 매일신문사 주최의 <포항국제동해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운명의 장난에 약이 올라서 한 편 더 쓰기로 했다. 재능이 없으니 그만 쓰라는 아내에게 평생에 마지막이라고 약속했다. 그렇게 쓴 「소설 이사부」로 기적적으로 수상을 했다. 그것으로 이 책에 쏟은 노고도 보상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분하게도 이 책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외교통상부 김성환 장관님과 이기철 국제법률국장님께서 필자가 외교부에서 독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셨다. 이 책이 외교부를 부정적으로 묘사했기에 그분들의 도량과 열린 사고방식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법원이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허가를 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 기관에 대한 감사함과 법원 업무공백을 만든데 대한 미안함을 동력으로 보다 열심히 독도 공부를 해볼 계획이다.

법률분쟁의 해결과 문학은 거짓(허구)속에서 진실을 찾는 작업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에 법률가들이 문학을 좀 더 가까이했으면 하는 필자 위주의 편협한 소망이 있음을 고백한다. 더불어 법조에서는 기록 냄새나 돈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더 짙기를, 사람이 다른 조건을 떠나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을 수 있기를, 소설이 아닌 현실 속에서 꿈꿔본다.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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