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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가석방 허가율 90%… 출소자 재범 심각

작년 1~8월 출소 5,669명 중 살인·강간 등 강력범이 15% 넘어
'가석방심사위' 운영 형식적… 보호관찰도 제대로 안돼
교도소 과밀현상도 주요 원인… 이미 수용 규모 20% 초과

#. 박모씨는 지난 2005년 4월 익산시의 한 가정집에 침입했다. 마땅히 훔칠 것을 찾지 못한 박씨는 안방에서 자고 있던 20대 여성 김씨를 발견, 7회에 걸쳐 허벅지와 옆구리, 가슴과 얼굴 등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그의 잔인한 범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다출혈로 이미 사망한 김씨를 옥상으로 끌고 올라가 강간을 저질렀다. 박씨는 같은해 5월에도 이와 동일한 수법으로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도 드러나 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범행 당시 박씨는 폭처법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 후 가석방 기간 중이었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전과자들의 재범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모범수들이 조기에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만든 가석방제도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가석방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가석방자들에 대한 보호관찰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과밀화된 교도소 수용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따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가석방제도를 재점검하고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가석방, "10명 중 9명 허가"= 지난해 8월까지 가석방을 신청한 전체 수형자는 6,200명으로 이 가운데 91.4%인 5,669명이 가석방처분을 받았다. 신청자 10명 중 9명꼴로 가석방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2004년에는 신청자 1만1,853명 중 91.52%인 1만848명이 가석방됐으며 2005년에는 신청자 1만1,093명의 92%인 1만206명이, 2006년에는 신청자 9,887명의 84.7%인 8,379명, 2007년에는 8,992명의 88%인 7,916명이 가석방됐다. 또 2008년에는 9,543명 중 87.9%인 8,389명이 가석방됐다. 지난 6년간 5만7,568명의 가석방신청자 가운데 89.8%에 달하는 5만1,407명이 자신의 선고형량을 마치지 않고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 강력·흉악범 가석방 15% 넘어= 특히 도로교통법이나 교특법 위반 등과 같은 단기형 범죄에 대한 가석방 뿐만 아니라 살인, 강도강간, 강간추행 등 강력·흉악범에 대해서까지 가석방이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8월 동안 가석방된 5,669명 중 살인, 강도치사상, 강도강간, 강도, 강간추행 혐의로 복역중이던 출소자는 전체의 15.2%인 865명에 달한다. 폭력 및 상해 혐의로 복역중인 수형자까지 포함하면 가석방된 출소자의 23%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다. 무기수 가운데서도 가석방으로 나오는 출소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자 가운데 지난 99년부터 2005년까지 가석방된 사람은 35명으로 이 중 2명은 13년이상~14년만에 출소했으며, 28명이 16~20년만에 출소했다. 20년 이상 복역한 출소자는 5명에 불과했다. 흉악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더라도 사실상 20년 정도만 복역하면 대부분 출소하고 있는 것이다.

◇ "수용시설 부족이 가석방 남용 원인"= 이같은 높은 가석방허가율에 대해 일각에서는 교도소 과밀화를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수용자수는 매년 증가하는 반면, 전국에 설치된 교도소 내 수용가능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으로도 이미 교도소 내 수형자수는 수용가능인원의 20% 이상을 초과한 상태"라며 "지역에 따라서는 과밀화정도가 더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 대해 법무부 교정본부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기수 법무부 교정정책단장은 "교도소 과밀문제가 어느 정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극히 미미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교도소 내 수용가능인원 및 현 수용인원에 대해서는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가석방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서울중앙의 1곳에 불과하고, 9인의 위원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은 한 해 1,000여건 이상이어서 실질적인 심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위원들이 다른 업무를 겸직하고 있어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 허술한 보호관찰도 문제= 무엇보다도 가석방으로 출소한 사람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석방인원 대비 보호관찰실시비율은 지난 94년 27%에서 95년 39%, 96년 44%, 99년 71%, 2000년 86%로 계속 증가추세였지만 이후 2001년 63%, 2002년 60%, 2003년 46%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호관찰관은 "현재도 여전히 가석방자에 대한 보호관찰비율은 낮은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자료는 밝힐 수 없지만 2003년 이후보다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보호관찰대상이 전면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가석방 출소자들에 대한 관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호관찰제도는 지난 89년 소년범에 처음 적용된 이후 97년 성인범에 대해서도 전면 확대됐다. 이후 성범죄자 등에 대한 보호관찰이 확대되면서 가석방 출소자들을 관리할 인력이 줄어들었다. 이는 가석방 출소자에 대한 보호관찰은 임의적 보호관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73조의2 제2항에 따르면 '가석방된 자는 가석방기간 중 보호관찰을 받는다'라고 명시하면서 단서조항으로 '다만 가석방을 허가한 행정관청이 필요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단서규정으로 인해 가석방자에 대한 보호관찰은 사실상 뒤로 밀려나게 됐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해야할 대상이 지나치게 많아 가석방자에 대한 보호관찰은 사실상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가석방 허가심사를 보다 철저히 하고, 보호관찰관 인력을 실질적으로 증원하지 않는 한 가석방자들의 재범은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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