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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마틴 스콜세지 감독, 폭력과 광기 탐구

고석홍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부장검사)

폭력은 형법상 1개의 죄 또는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며 전체 범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인류 역사에서 폭력은 언제나 존재했고 폭력을 잘 다스리는 것이 훌륭한 정치의 일면이었다. 폭력을 다스리는 메커니즘에 영화가 있다. 관객은 영화 속 폭력을 보면서 억압된 공격성을 해소하고 때로 카타르시스도 느낀다. 이러한 역할로 인해 폭력은 액션, 공포, 스릴러 등 여러 장르에서 많은 감독과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소재가 되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여느 감독처럼 폭력을 많이 다루었다. 하지만 그 만큼 폭력의 의미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개인과 조직의 광기와 접목시킨 감독도 드물다. 그의 폭력 묘사는 매우 그래픽하고 리얼하여 마치 현실 속 폭력을 직접 보는 것같이 끔찍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그리고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폭력이 인생의 전부인 양 상대를 가리지 않고 미쳐 날뛰 듯 폭력을 휘두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고독과 공허함이 폭력의 근원임을 알 수 있어 폭력을 휘두르는 인물들에 대해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뉴욕의 이탈리아계 젊은이들의 일상화된 폭력을 리얼하게 묘사한 '비열한 거리(Mean Street, 1973)'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1976년 20세기 걸작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를 통해 도시의 고독, 공허감, 부패, 타락과 그 해결 통로로서 폭력을 묘사하여 그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또 다른 20세기 걸작 '분노의 주먹(Raging Bull, 1980)'에서는 삶 전체가 폭력으로 변한 권투선수 파멸 속에서 폭력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했다(이 영화 오프닝에서 Pietro Mascagni의 'Cavalleria rusticana' 음악에 맞추어 주인공이 슬로우 모션으로 샤도우 복싱을 하는 모습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마피아의 실상과 어두운 내면을 리얼한 폭력으로 묘사한 '좋은 친구들(Good Fellas, 1990)', 그리고 사업으로서의 폭력을 묘사한 '카지노(Casino, 1995)', 경찰과 마피아를 묘사한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등 세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피아의 삶에 몰입하게 하여 대리 체험하게 만드는 훌륭한 영화들이다. 그리고 현대 미국의 바탕에 갱들의 폭력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 등은 그의 많은 작품 중 폭력과 광기를 다룬 대표작들이다.

폭력과 광기 묘사의 천재,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처음으로 히치콕 스타일로 발표한 영화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2009)'를 최근에 보았다. 68세라는 연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중력은 여전했다. 고도(孤島)의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 추격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폭력과 그 이면의 광기를 분석 묘사하고 있다. 비록 폭력을 다룬 전작들에 비해 훌륭하진 않지만 마지막 20분을 10분으로 줄여서 표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여튼 거장의 범작은 평범한 감독의 최고작을 능가한다는 영화 격언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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