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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진정한 전문가로서의 법률가

유현정 변호사(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

홍익대 미대 J교수님과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근대 유럽의 회화를 주제로 강의를 듣고 난 후였다. 나는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알기 위해서는 작가의 제작노트가 큰 도움이 되겠지요?"라고 물었고, 그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작가가 의식하고 있든 아니든 그 시대의 정서와 사상과 분위기가 작품에 묻어나게 되고, 그것이 때로는 작가의 작품 제작의도보다 더 중요하게 읽히는 경우가 꽤 있다는 이유였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작품은 그 작가와는 별개의 생명력을 지닌다는 것이었다. '그렇겠군.'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정말 다른 분위기로 연주가 된다. 어떤 연주가 가장 훌륭할까? 어떤 기준이 있을 수 있을까? 작곡가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해내는 연주가 가장 훌륭한 연주인가? 미술작품처럼 음악에도 같은 이치가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작곡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작품 자체가 독자적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연주되는 시간과 공간에 맞게 가장 잘 표현해내는 연주가 훌륭한 연주이고 감동을 주는 연주가 아닐까. 원전에 충실한 연주가 별도로 분류되고, 그것이 가장 훌륭한 연주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이유일 것이다.

악보대로 연주하지 않은 대표적인 피아니스트로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등이 유명하다. 각자 자기의 개성대로 연주를 했는데, 호로비츠가 폭풍이라면 루빈슈타인은 봄바람에 비유될 수 있다 한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연주여행에 피아노를 들고 다니고 연주시간은 일요일 오후 4시로 고수했으며, 숙소는 최상급 호텔로, 호텔 인테리어까지 자신의 취향대로 해 놓기를 요구하였다는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모든 것이 최상의 연주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피아노와, 자신이 가장 컨디션이 좋고 청중들도 편안하게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일요일 오후 4시,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숙소를 자신의 취향대로 바꾸어놓기를 당당히 요구했던 연주자. 그러나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그의 연주가 수준 이하였다면 절대 있을 수 없었을 일이다. 그의 이와 같은 과도한 요구들을 뛰어넘는 훌륭한 연주가 있었기에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울러 그는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반열에 올라있다.

호로비츠의 경우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법률가 역시 당사자의 주장과 법률의 단순한 문리해석에만 얽매이지 않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를 포함한 사건관계인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로서의 법률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