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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선셋 불르바드(Sunset Boulevard)'와 과거의 영화(榮華)

고석홍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부장검사)

젊고 잘생긴 영화극작가가 로스엔젤레스 선셋 불르바드에 위치한 피폐한 대저택 수영장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채 경찰에 발견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죽은 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어 두 시간 동안 관객의 관심을 한 순간도 놓지 않는다.

세계적인 걸작 ‘선셋 불르바드’의 감독 빌리 와일더(Billy Wilder)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비판과 애정으로 묘사하는 탁월한 감독이다. 알콜중독자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1940년대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The Lost Weekend’(1946), 보험금을 노려 남편을 살해하는 미망인이 공범인 보험회사 직원을 배신하고 함께 파멸에 이르는 ‘Double Indemnity’(1944), 위증과 무죄의 기판력을 이용해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인의 재판에 관한 ‘Witness for the Prosecution’(1957), 마피아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남자가 그 추격을 피하기 위해 여자로 변장하고 벌이는 유쾌한 소동을 그린 ‘Some Like it Hot’(1959), 출세를 위해 상사들에게 자신의 집을 외도 장소로 빌려주는 등 온갖 비위를 맞추는 회사원이 겪는 도시의 비열한 모습을 그린 ‘The Apartment’(1960) 등 와일더 감독의 작품들은 탁월함 그 자체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선셋 불르바드를 거장의 정수(精髓)가 응집된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인간은 과거 영화(榮華)에 고착되면 현실의 고통에서 도피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부자가 가난해져도 부유했을 때의 소비습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경제학에서의 톱니바퀴 효과(Rachet Effect) 이론은 이러한 습성의 단면이다. 선셋 불르바드에서 여주인공Norma Desmond(Gloria Swanson분)는 무성영화시대 최고 스타지만 유성영화시대가 도래하고부터 은막에서 사라져 선셋 불르바드에 있는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유성영화 스타가 세상을 장악한 지금에도 무성영화 당시의 영화(榮華)에 집착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Norma. “관객은 절대 스타를 떠날 수 없어”라고 절규하며 현실을 외면해 온 그녀는,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고 그녀를 떠나려는 극작가 Joe Gillis(William Holden분)를 살해하고, 살인현장 취재를 위한 카메라를 영화 카메라로 믿고 연기하면서 그 카메라를 향해 미친 듯이 다가가며 클로즈 업으로 영화는 끝난다.

최근 몇몇 최고의 한류 남녀 스타들이 엄청난 성공이후, 지금까지 쌓아온 인기와 명예가 사라질까 후속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도피성 결혼을 하고, 과거 영화(榮華)에 집착한 작품 선택으로 인해 실패하는 등, 자신들이 쌓아올린 금자탑이 흔들리거나 서서히 무너져 가는 현상을 접하게 된다. 이문열의 소설 제목만큼이나 유명인에게 있어서는 추락과 경착륙에 대한 공포심 뿐만 아니라 실제 발생할 때의 충격이 이루 형언키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기와 명예 외에 그보다 소중한 것도 더 많다. 그래서인지 Norma같이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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