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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죄와 벌에 관한 최고 걸작영화 'M'

고석홍 부산지검 부장검사

진정한 의미의 천재란 창조의 새 지평을 열어, 후세가 그를 모방하고 따르지만 쉽게 그를 초월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1927년 영화 ‘메트로폴리스’는 프리츠 랑 감독이 천재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미래에 관한 영화의 전범(典範)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뒤 그는 죄와 벌에 관한 불멸의 걸작 ‘M’을 만들어 영화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베를린은 어린 소녀 강간 살인범으로 인해 공포에 휩싸이고 경찰이 광란에 가까울 정도의 수색을 벌이지만 범인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은 이웃도 못믿어 서로 범인으로 신고한다. 여론에 쫓긴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으로 애꿎은 다른 범인들만 마구 검거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절도, 강도, 매춘, 조직폭력배 등 지하세계 각종 범죄인들은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범죄인들은 살인범 체포 조직을 구성하여 직접 검거에 나서고 경찰보다 탁월한 정보로 숨막히는 수색작전 끝에 살인범을 검거하고 그들이 조직한 법정에 살인범을 세우고 재판하기 시작한다. 재판장은 3명을 살해한 흉악범이 맡고 방청석은 각종 범죄인들로 만원을 이룬다. 살인범은 저항할 수 없는 충동으로 인한 범행이므로 책임이 없고, 우중(愚衆)이 아닌 법치국가 이념에 입각한 공정한 재판을 원한다.

이 영화는 실질적 의미로 독일 최초의 유성영화이다. 음영(陰影)이 분명한 표현주의 기법, 영화 초입 귀가가 늦는 딸 ‘엘-지’의 이름을 애절하게 외치는 어머니의 음성 등 음향효과, 걸작 인물화와 사진을 연상시키는 화면 구성 및 배치, 연기자들의 탁월한 연기(살인범 연기배우 Peter Lorre는 잊기 어렵다.), 전후 어려운 독일을 정확히 묘사한 각종 디자인 및 세트, 과감한 생략과 암시 기법(떠다니는 고무풍선, 뒹구는 공으로 어린 소녀들이 살해되었음을 암시), 기발한 구성 및 아이디어(범죄조직의 회의와 사법조직의 회의를 번갈아 보여주며 서로 비교하는 장면), 공중촬영 및 어둠 속 촬영 등 촬영 기법, 유머러스한 대사와 연기, 독창성, 세세한 부분의 완벽성 등 그 탁월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그의 영향을 안 받은 후대 감독이 없다. 한국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 3부작이 그 영향을 대단히 받은 듯하다.

범의(犯意), 심신장애 등 형사책임론, 형벌의 정당성 근거라는 무거운 주제를 논하면서도 경찰, 재판 등 사법제도 운영 시스템의 본질을 풍자한다. 정치적으로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 무기력한 민주주의를 걱정하고 발호하는 파시즘을 경계한다. 특히, 살인범을 단죄하려는 재판장 자체가 부패한 흉악범이라는 풍자에서 마치 유대인을 단죄한 나치를 연상시킨다. 불안하고 불건전한 사회에서 발생한 공포와 패닉, 이로 인한 사회적 신뢰 붕괴, 근본적 처방없는 대대적 단속 등 대증요법, 무기력한 관료의 모습은 우리가 사는 현대의 모습이기도 하여 프리츠 랑의 예지력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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