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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인사칭 부동산사기, 중개인책임 70%"

"신분증ㆍ등기등본 체크 부족… 권리증도 확인해야"
"중개업자에게 고도 주의의무" 첫 판결

미국변호사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더라도 등기권리증을 점검하지 않아 부동산 소유자를 사칭한 사기를 당하면 중개업자에게 70%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중개업자가 부동산 소유자의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중개의무를 다했다고 보는 현재의 거래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로 중개업자에게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는 최근 한모씨가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김모 씨 등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 등은 2억8,4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중개업자 김씨는 올 초 서울에 아파트를 소유한 안모씨를 자처하는 여성에게 집을 팔아달라는 의뢰를 받은뒤 등기부등본에서 그가 주인인 것을 확인하고 아파트를 방문했다. 김씨는 임차인에게 '안씨가 집을 팔려 한다'는 말을 들은 뒤 안씨가 진짜 주인이라고 믿어 거래정보망에 아파트를 등록했다. 한씨는 다른 중개업자 임모씨를 통해 아파트 매수를 요청했고 임씨의 중개보조원이 김씨의 매물을 보고 한씨와 함께 김씨 사무실을 방문했다. 김씨는 안씨를 자처한 여성에게 안씨 명의의 주민증을 받아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전화서비스에 주민번호와 발급일자를 입력, 유효한 신분증임을 확인했고 주소와 주민번호가 등기부등본과 같은지도 비교했다.

한씨는 등본과 주민증 확인 후 7억6,000만원에 매매계약하면서 500만원을 건넸고 이후 계약금과 중도금 4억100만원을 안씨 명의 계좌로 보냈다. 잔금납입일이 다가오자 김씨는 등기권리증 등 소유권이전서류를 받으려고 이 여성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고 임차인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진짜 안씨'를 만난 결과 그가 임대차계약을 한 것은 맞지만 아파트 매도를 의뢰하지 않았고 임차인의 성명과 일치하는 주민번호도 존재하지 않는등 안씨를 사칭한 여성이 임차인과 짜고 돈을 가로챈 것을 알아냈다. '가짜 안씨'는 미리 위조된 주민증으로 은행계좌를 열었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전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했다. 수억원을 날린 한씨는 소송을 냈고 김씨는 주민증을 점검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더 높은 수준의 주의가 요구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개업자는 소유권에 대한 의문이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기권리증을 확인하거나 주거지ㆍ근무지에 연락해 점검하는 등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전문가를 믿고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 권리의 진위와 관련해 특히 주의해 판단해야 하며 여기에는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자가 진짜 권리자와 동일인인지 조사할 의무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한씨 역시 계약 당사자로서 등기권리증을 요구하지 않는등 잘못이 있으므로 중개업자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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