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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히치콕 감독과 놀란 감독

고석홍 부산지검 부장검사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은 범죄를 소재로 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 중 ‘The 39Steps’(1935), ‘The Lady Vanishes’(1938), ‘Foreign Correspondent’(1940), ‘Stranger on a Train’(1951), ‘Rear Window’(1954), ‘The Wrong Man’(1956), ‘Vertigo’(1958), ‘North by Northwest’(1959), ‘Psycho’(1960)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다. 그는 반역, 스파이, 음모, 암살, 정신이상, 살인, 누명 등 다양한 형사(刑事)적 소재로 재미, 스릴, 박진감을 선사하고 지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는데 영화사적으로 이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감독은 전무후무하다. 그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철학적 주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해왔다. 하지만 ‘Wrong Man’에서 범인으로 누명을 쓴 평범한 소시민의 파괴되는 삶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Vertigo’에서 체험과 기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을 두 번이나 죽이는 비극을 심도있게 묘사하는 점을 볼 때 그는 철학적으로도 탁월한 감독이다.

히치콕 감독이 사라진 후 그의 업적을 이어 나가려는 후세 감독들의 노력이 계속됐다. 특히 80년대 이후 ‘Dressed to Kill’(1980), ‘The Untouchables’(1987) 등의 Brian De Palmer 감독, ‘Seven’(1995), ‘Fight Club’(1999) 등의 David Fincher 감독, ‘Usual Suspect’(1995) 등의 Brian Singer 감독( X-Men 시리즈로 알려져 있음) 등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히치콕을 이어나가기에는 부족하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면서 히치콕을 이어나갈 만한 인물이 나타났다. 히치콕과 같이 영국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데뷔한 후 미국으로 건너온 1970년생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이다.

그는 각본, 촬영, 편집도 직접 해낼 수 있고 철학적으로 심오하면서 스릴과 박진감 등 영화적 재미와 탁월한 영상미를 선사하는 걸출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는 범죄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실존에 관한 문제를 심도있게 묘사해, 그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20세기 거장 작가인 Joseph Conrad의 작품을 읽는 것과 같은 깊이를 느낀다. 영국에서 ‘Following’(1998)으로 데뷔해 각광을 받더니 도미(渡美) 후 부분의 진실이 전체의 진실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묘사하여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Memento’(2001)를 필두로 인식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의 비교에 관한 ‘Insomnia’(2002), ‘정의란 절대적 개념인가? 아니면 상대적 개념인가?’ 라고 묻는 ‘Batman Begins’(2005), 창조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범죄와의 관계를 다룬 ‘Prestige’(2006)로 계속 도약해 왔다. 마침내 그는 ‘Batman: The Dark Knight’(2008)를 통해 심오한 철학을 다루면서도 영화사상 흥행 2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철학적 주제는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하여튼 크게 보면 선과 악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하게 만드는 탁월한 영화이다. 그의 작품은 한 번 보고 끝낼 영화가 아니니 이 겨울 또 보고 깊이를 느껴보고 싶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