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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클래식 산책] 용어를 올바르게

하죽봉 변호사(서울변회 클래식동호회장)

서양의 문화·문물의 하나인 고전음악도 일본을 통하여 우리에게 들어왔음에 틀림없다. 1919년 볼세비키 혁명 후 백계러시아인 및 유대인들이 대거 시베리아-만주를 거쳐 상해에 정착하면서 고전음악의 중국 전파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는데, 현재 상해교향악단의 전신인 오케스트라가 1919년부터 이태리인 지휘자를 고용해 23년간 재직하였다는 글을 최근 읽고 놀란 적이 있다. 일본 NHK교향악단은 1926년 제1회 연주회에서 베토벤의 영웅을 최초로 연주했다고 하므로 중국이 고전음악의 연주에 한하여는 일본에 앞섰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음악 형식과 악기에 관한 용어가 한자로는 거의 같은데 중국과 일본의 어느 쪽이 먼저 번역·사용하였느냐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담으로 악기에 관한 대분류(건반악기, 현악기, 타악기)에서는 같은 용어를 쓰나 개별악기에서 일본은 영어식으로 하는데, 중국은 소제금(바이올린), 중제금(비올라), 대제금(첼로), 저음제금(콘트라베이스)이라고 하고, 음악형식에서 야상곡은 야곡으로, 오라트리오는 신극(神劇), 행진곡은 진행곡이라고 부를 뿐 교향곡 등 나머지는 똑같다.

20세기 들어 우리의 음악 선각자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공부해 음악 용어는 일본에서 번역한 대로 국내에 들어왔고,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음악 인구가 늘어나고 국내에서 레코드를 제작하기까지 되면서 일본에서 쓰는 이름이나 용어와 달리 쓰는 경우도 생겼다. 예컨대 춘희(일본어를 직역하면 동백아가씨)가 아닌 라트라비아타, 광대(일본어로 道化師) 대신 팔리아치로 부르는 우리 쪽이 훨씬 나아 보인다. 그런데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번역 과정에서의 실수인지 아니면 잘못된 관행이 굳어져서 그런지 원 이름이나 용어와 엉뚱하게 달리 쓰는 경우도 있다.

먼저 베토벤의 6번 전원 교향곡은 초보자라도 잘 아는 곡이지만 곡명의 Pastoral은 사전적으로는 목가적, 목가풍이다. ‘전원’은 동양의 농경문화에서 강호, 죽림, 동산, 정자를 연상케 하나, ‘Pastoral’은 서양의 수렵·목축문화의 개념으로 넓은 초원에서 피리를 불면서 양떼를 키우는 안온함의 느낌이 강한데, 어쨌든 이 6번은 목가 또는 목가풍 교향곡으로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말러의 1번은 누구든지 거인이라고 부르는데 원제인 ‘Titan’은 북구의 전설에 나오는 거신의 이름이고, 거인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간테(자이언트)를 가리킨다. 티탄과 기간테는 남구와 북구의 차이보다 더 다르다. Titan은 인간의 종족인 거인이 아닌 거신으로 이 곡의 표제는 거신(巨神) 또는 티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유자재, 백발백중의 사수라는 의미인 Freischutz를 ‘마탄의 사수’로 부르는 것은 ‘자유의 사수’보다 낫다고 본다.

성악곡에서 가곡은 보리수, 마왕, 송어(숭어가 아님) 등과 같이 작곡자나 출판업자가 붙인 이름이 있지만, 오페라 아리아나 합창은 보통 가사의 첫마디를 따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축배의 노래, 편지의 이중창, 개선행진곡으로 부르는 것은 일부 레코드에서만 보일 뿐이지만 ‘anvil chorus’를 ‘대장간의 합창’, ‘가라! 금빛 날개를 타고…’를 ‘히브리노예의 합창’으로 부르는 것은 가사나 곡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반대로,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사랑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안타까운 느낌을 주고 있지만, 실은 수수께끼를 풀 때까지 도성내의 아무도 잘 수 없다는 위협적, 탄식조가 본의인데, ‘nessun dorma’(영어로 no one shall sleep)의 원어로부터 일본에서도 안 쓰는 이런 아리아 이름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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