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고석홍의 영화이야기] 대중문화의 꽃, 영화

고석홍 부산지검 부장검사

20세기는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다. 필름, TV, 라디오, 레코드, CD, MP3의 발명품을 통해 과거 귀족들만이 즐기던 미술, 무용, 오페라, 실내악, 문학 등의 예술을 영화, 동영상, 대중가요, 통속소설, 게임 등, 대중의 욕구와 수준에 맞추어 변형된 모습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귀족이 즐기던 예술만이 문화라고 정의하던 18, 19세기의 관념을 근본부터 바꾸어 버렸다.
대중문화의 꽃은 단연 영화이다. 문학, 영상, 음악, 의상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세기는 영화의 시대이다. 진기한 볼거리로 시작한 영화는 20세기 초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기본 형태가 갖추어진 이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전 세계가 대공황으로 신음할 때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전성기였다.

할리우드는 고달픈 대중에게 희망을 주는 Dream Factory로 불렸다. 한해 4,000여 편의 영화가 쏟아졌고 인재와 자본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으며 대중은 영화스타들에게 열광하였다. 당시는 아직 19세기 귀족시대 문화의 잔재가 있었고 또 국가적 검열 탓에 시적이고 고상한 표현의 아름다운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

TV의 보급은 영화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TV 드라마와의 차별화를 위해 영화는 그 스케일이 더욱 커졌고 새로운 소재를 탐험하면서 예술적인 풍모를 더욱 갖추었다. 그 결과 TV의 시대인 1950년부터 1975년까지 사이에 탁월한 걸작들이 많이 탄생하였다. 1980년대 이후 아이디어 고갈, SF 등 새로운 소재에 대한 관심,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 새로운 투자 및 마케팅 기법 등으로 인해 영화는 예술이 아닌 그야말로 산업으로 바뀐다. 예술로서의 영화는 메이저 영화사 및 배급사의 주된 관심사항이 아니다. 흥행과 이를 위한 마케팅이 영화산업의 핵심이 되었다. 그 결과 독창성(Originality)과 창조성(Creativity)이 희박해지고 모방, 클리셰(Cliche), 키치(Kitsch)가 난무하게 되었다.

지금은 Luis Bunuel, Stanley Kubrick, John Ford, Jean Cocteau, Luchino Visconti, Orson Welles, Jean-Luc Godard, Ingmar Bergman, Alfred Hitchcock, Fritz Lang, Ernst Lubitsch 등과 같은 명장들의 전통을 잇을 거목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거장의 탄생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20세기 초 대중의 삶이 더 나아지면 대중문화가 과거 귀족문화처럼 고상해질 것이라는 대중들의 소박한 믿음은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속에서 어김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

예술, 고상함과 영화를 연결시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는 뒷골목 만화방 문화 수준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