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6.]
지난 2022년 12월 7일 서울중앙지법원 민사 제50합의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가상자산인 A의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산하 4개 가상자산 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A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위 사건에서 채권자 측은 4개 가상자산 거래소가 A에 대하여 거래지원 종료 결정을 한 것은 (i)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없음에도 임의로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한 것이므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고, (ii) DAXA가 거래지원을 종료한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한 공동행위’로서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등의 여러 주장을 전개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 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참고로 채권자는 2022. 12. 13. 즉시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하여 현재 항고심 계속 중에 있습니다).
1. 주요 내용
가. 거래지원 종료 결정의 적법성 판단 기준
법원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비록 거래소를 개설, 운영하는 사적 경제주체에 해당하나, 가상자산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그 매매, 그 밖에 거래의 투명성, 안정성 및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공익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각 거래소별 규정과 공지에 따라 프로제트 상황 변화, 기술 및 기술지원 변동상황, 거래수준(유동성)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여 투자자 보호책임을 다할 예정임을 밝히고 있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소정의 신고의무와 불법적인 금융거래에 관한 보고의무를 규정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의 관리에 관하여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점, 금융정보분석원 고시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과 금융정보분석원이 공표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등에서도 금융회사를 매개로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거래량, 거래금액 및 자금세탁 등 위험성에 대하여 모니터링을 하도록 하고 있는 점, 가상자산거래소가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 염결성 등을 지켜 투자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거래소들에게 그 스스로 ‘가상자산 발행사에 대한 거래지원을 유지할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부여할 정책적인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거래지원 유지 여부에 대한 가상자산거래소의 판단은 그것이 자의적이라가거나 부정한 동기, 목적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심사기준을 밝혔습니다.
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인지 여부
채권자 측은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은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 가상자산의 경우 주식의 내재가치에 대응하는 개념을 상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이에 수요 및 공급의 원칙에 크게 의존하여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통량’은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임
■ 이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거래소로서는 가상자산 발행인이 제출하는 유통량에 관한 정보 등을 토대로 가상자산의 유통량에 대한 점검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투자자 보호’ 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해당 가상자산 발행인에게 그 소명을 요청하는 한편, 적시에 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성이 큼
■ 그런데 채권자가 X의 서비스 유동성 공급을 위하여 예치한 A 코인 중 일부가 실제 유동성 공급에 사용된 물량과 Y에 담보제출로 제공한 물량 합계 A코인 37,390,918개(시가 약 934억 원 상당)는 계획된 A 유통량의 중대한 위반이므로,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이를 이유로 거래지원 종료 결정을 한 것은 정당함
다. DAXA를 통한 거래지원 종료 결정이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인지 여부
채권자 측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DAXA를 통해 거래지원을 종료한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한 공동행위’로서 불공정행위이므로 무효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채권자 측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 현재 가상자산의 규제에 관하여는 입법적 공백이 존재하고, 이에 사실상의 관리 및 감독 기능을 가상자산 거래소가 담당하고 있는데,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에 그 기준과 체계가 달라서 동일한 가상자산이라도 거래지원 종료시점이나 입출금 차단시점이 거래소마다 다른 경우가 있고, 이를 이용하여 시세차익을 누리는 투기세력들로 인하여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던 와중에 2022. 5.경 테라USD(UST)와 루나(LUNA)사태가 발생하자,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됨
■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가상자산업 법령이 제정되기 이전에 입법적 공백상태에서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DAXA 라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함
■ 그런데 DAXA는 현재까지 아직 내부규정이나 역할 등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서, 내부회의를 통해 특정 가상자산에 대하여 거래지원을 종결할지 여부에 관한 논의를 하는 협의체에 불과할 뿐, DAXA의 회원사가 그 결정에 기속되거나 DAXA가 그 결정을 회원사들에게 강제할 아무런 권한이나 방법이 없음
■ 이 사건 거래지원 종료 결정은 DAXA의 회원사들이 위믹스의 유통량 위반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여 공동으로 채권자와 사이에 소명회의 및 소명절차를 거쳤을 뿐, 실제 거래지원 종료 결정은 DAXA의 회원사들이 각자 자신이 가진 절차에 따라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결정하였으므로 부당한 공동행위 또는 담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
라. 비례의 원칙 및 형평의 원칙 위반 여부
채권자 측은 계획된 유통량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이 사건 거래지원 종료 결정을 한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조치로서 비례의 원칙 및 형평의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도 하였으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례의 원칙 및 형평의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 만약 이 사건과 같이 유통량의 허위가 밝혀지는 등 거래지원 종료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도 가상자산거래소가 해당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할 수 없다면 이는 향후 가상자산 발행인에게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고, 아직까지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가상자산 시장을 더욱 투기의 장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 그런데 채권자는 2022. 1.경 자신이 보유 중이던 A코인 5,000만 개(2,000~3,000억 원 상당)를 매각하여 A의 시세가 급락하는 등 비판을 받자, 향후 A의 유동화를 진행하지 않고 유동화를 진행할 경우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취지의 공지를 했음에도, 사전에 아무런 정보제공 없이 우회적으로 Y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 등을 통해 A를 유통시켰는바, 이는 계획된 유통량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 대한 A의 유동화 금지 약속을 어긴 것이므로 이 사건 거래지원종료 결정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려움
■ 채권자는 유통량 변동 등 동일한 문제상황에 있는 다른 가상자산과 차별하여 A만 거래지원종료 결정을 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가상자산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A의 공시 위반의 경위와 정도 등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거래지원종료 결정이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님
마. 절차상 위법 여부
채권자 측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DAXA를 통해 거래지원을 종료한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한 공동행위’로서 불공정행위이므로 무효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채권자 측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 가상자산거래소가 채권자에게 이 사건 거래지원종료 결정을 사전에 통지할 경우 오히려 해당 정보를 접한 채권자와 그 관련자들이 대량으로 A를 처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량한 다른 투자자들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전 통지를 하지 않은 것에 절차상 하자가 없음
■ DAXA의 회원사들 사이에서 개최된 소명희외, 채권자가 제출한 소명자료의 횟수 및 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가상자산거래소는 채권자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제공하였으므로 절차상 하자 없음
바. 보전의 필요성 여부
법원은 이 사건 거래지원 종료 결정으로 A 투자자들이 손해를 피할 수 없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된다고 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였습니다.
■ 이 사건 거래지원 종료 결정에도 A 자체가 소멸되거나 그 내재적 가치 내지 이용 가능성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님
■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는 하나 A가 거래되는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 내지 환전이 가능함
■ A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그 가치가 인정된다면 해외 거래소에서도 그에 맞는 가격이 형성되어 거래가 될 수 있고, 다시 국내 거래소에 상장될 가능성도 있음
■ 비록 단기적으로는 현재 위믹스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관련 생태계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가상자산 거래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다른 잠재적 투자자 등의 더 큰 손해와 위험을 미리 방지할 필요성이 큼
2. 시사점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의 거래지원 유지 여부에 대하여 자율규제를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법원으로부터 인정 받았다는 데에 있어 큰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판결 이유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원이 가상자산거래소의 자율규제에 대해 재량권을 인정한 것은 거래지원 종료 사유의 정당성과 함께 가상자산거래소 내부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거래지원종료 결정을 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상자산 발행사의 경우 가상자산을 유통 또는 추가 발행할 경우 계획된 유통량에 위반되지 않고 적절한 공시하에 유통 또는 발행이 될 수 있도록 사전에 법률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으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에도 거래지원 종료 결정을 하기 전에 미리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거래지원 종료 결정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거래지원 종료 결정을 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종수 변호사 (jay.yoon@leeko.com)
강현구 변호사 (hyunkoo.kang@leeko.com)
이기리 변호사 (kiri.yi@leeko.com)
임형섭 변호사 (hyungsub.lim@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