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V튜버(버추얼 유튜버)들이 모션캡처 기기를 착용하고 전신의 움직임을 캐릭터에 반영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yuna sasaki’, ‘나리아 걸즈’ 채널 캡처> 아바타 캐릭터를 등장시켜 유튜브 방송을 하는 '버추얼 유튜버'에게 한 협박, 명예훼손 등의 범죄는 아바타가 아닌 실제 사람을 상대로 한 범죄로 봐야 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와 가상 인플루언서 산업이 성장하며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악성댓글, 성희롱 등의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바타와 아바타를 직접 사용하거나 아바타를 본뜬 것으로 여겨지는 실제 사람 간 얼마나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가 범죄 성립과 처벌의 쟁점으로 거론된다.◇ 日 법원 “가상 유튜버 살해 협박, 실제 인간 대상 협박에 해당” = 일본 벤고시닷컴뉴스에 따르면 14일 도쿄지방재판소는 ‘가상(버추얼) 유튜버’, 이른바 ‘V튜버’를 상대로 살해 위협을 한 트위터 이용자가 실제 인간을 향해 협박 범죄를 저지른 것에 해당된다며 트위터에 “해당 네티즌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V튜버는 유튜브 계정의 주인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상의 아바타에 목소리와 움직임을 입혀 활동하는 유튜버를 의미한다.이 사건의 원고인 A 씨는 유튜브, 트위터에서 각각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V튜버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 트위터 이용자로부터 "한 달 안에 XX한다”, “너도 XX될지도 모른다”는 등의 메시지와 칼을 형상화한 이모티콘이 담긴 멘션(글)을 받았다.A 씨는 “문장 일부가 특수문자로 가려지긴 했으나 칼 이모티콘과 함께 보낸 것으로 보아 ‘한 달 안에 살해한다’, ‘너도 연루될지 모른다’ 등과 같은 협박성 메시지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면서 “메시지는 실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해악 고지이며, 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발신자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트위터를 상대로 발신자 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트위터 측은 "V튜버를 향한 메시지 발신은 아바타를 겨냥한 것으로, 실제 인간을 노린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맞섰다.도쿄지방재판소 쿠로키 코타 판사는 "피고가 '너'라고 지칭한 대상은, 컴퓨터 그래픽화된 아바타 캐릭터에 실제 신체가 없는 이상, 아바타 배후에서 활동하는 실제 인간인 A 씨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의 메시지는 A 씨의 생명, 신체에 해를 끼치겠다고 협박한 것에 해당한다"며 트위터에 피고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최근 V튜버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일본에서는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도쿄지방재판소는 한 V튜버가 유튜브에서 자신을 허위 비방한 다른 V튜버와 이를 전송하고 방치한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8월 오사카지방재판소는 또 다른 V튜버가 자신에 대한 비방 글이 게시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각각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V튜버를 상대로 한 범죄가 연이어 문제되자 일본의 대형 V튜버 기획사들은 5일 ‘소속 V튜버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韓 메타버스·가상 인플루언서 아바타 악용 범죄 우려도…'동일성'이 쟁점 = 한국에서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와 ‘가상 인플루언서(가상 아이돌)’ 산업이 급성장하며 아바타가 성희롱, 딥페이크, 악성 댓글 등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아바타에 대한 범죄가 성립하려면 아바타와 실제 인간 사이의 ‘동일성’의 정도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남형두(58·사법연수원 18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일본 V튜버의 사례처럼, 실존 인물과 동일하게 여겨지는 가상 아이돌에 대한 범죄는 실제 인간이 불쾌감을 느낄 경우 법에 근거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면 실제 인간 모델이 없는 완전한 가상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가상 아이돌을 제작한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등에 타격을 줄 수 있어 그로 인한 민사상 피해를 놓고 법적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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