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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순위도, 퇴직자도 고발 면제?” 카르텔 리니언시 도마에

대검, 한미 공정거래 형사집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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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신고자 감면제도(leniency program) 2순위 신청자와 퇴직자를 고발면제 하는 한국 공정위 내부지침과 관행이, 선진 제도에 비추면 공공조달 입찰담합 카르텔 등 부패범죄를 적발·처벌하는 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와 검찰로 규제·처벌이 이원화된 체제에서 카르텔이 장기간 자생하는 사각지대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검찰청(검찰총장 이원석)은 14~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미국 연방법무부(DOJ) 반독점국 소속 연방검사와 법집행관계자 등 10여명을 초청해 '한미 공정거래 형사집행 워크숍'을 개최하고 수사사례와 제도 발전 방안을 공유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워크숍에서 미국 검사들은 한국 공정위가 운용 중인 현행 리니언시 제도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입찰 담합 적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리니언시 제도가 선진국 기준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원석 총장
“국가조달 비리, 혈세 낭비하고
국가 위상·신뢰 실추시키는 중대범죄”


미국에서는 법인 뿐만 아니라 담합에 관여한 개인도 적극적으로 형사처벌한다. 한국 공정위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니라 법무부 산하 반독점국이 주도적으로 조사한다. 개인 처벌은 자진신고를 유도하는데 필수적이고, 형사제재와 리니언시 제도가 상호보완적으로 정교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법률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순위 리니언시 대상자에게만 형벌을 면하는 기소면제 혜택을 부여한다. 미국에서는 담합을 주도하면 가장 먼저 리니언시를 신청했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회사가 리니언시를 하면 개인도 면제 혜택을 바로 적용 받지만, 리니언시 결정에 관여하지 않은 퇴직 경영진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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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와 검찰로 전속고발권과 의무고발요청권이 이원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반독점국 소속 검사들이 조사 개시부터 기소까지 관여한다. 한국 공정위 고발면제와 검찰 형벌감면결정에 해당하는 역할을 미국에서는 반독점국이 한다.

반면 한국 공정위는 고시 등 내부기준에 따라 1순위 뿐만 아니라 2순위 리니언시 신청자도 고발을 면제하고 있다. 업계 1~2위 업체가 담합을 주도한 뒤 먼저 리니언시를 적용받거나 카르텔 가담 기업수가 적은 경우, 하위 업체만 처벌 받는 경우가 있다. 퇴직 임원도 관행적으로 고발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같은 공정위 지침은 대검 예규와도 충돌한다. 2020년 12월 제정된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및 수사절차에 관한 지침'은 카르텔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한 형벌감면 신청자 중 1순위를 기소 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카르텔 참여자가 2개인 경우에는 감경 구형하는 2순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 

 

한 검사는 "리니언시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부패를 적발하기 위한 예외다. 제한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며 "행정편의를 위해 면피 수단으로 전락하면 장기 카르텔을 고착화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미국을 포함한 수사기관·경쟁당국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14~15일 워크숍에는 DOJ 반독점국 댄 글래드 조달담합 특별수사단장, 케빈 하트 송무단장, 레슬리 울프 샌프란시스코 지부 부지부장 등 연방검사 3명이 참석해 한국 검사들과 형사리니언시 관련 토론을 했다. 주요 입찰담합 사건 수사사례와 공공조달 과정에서 발생한 부패범죄 수사 사례를 서로 공유했다. 미국 검사들은 공공조달 입찰담합 수사단(PCSF)을 소개하고, 한국 검사들과 공공조달 입찰분야 반독점행위 규제방안 등을 토론했다. 

 

이 총장은 "국가조달 비리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시키고 나라의 위상과 신뢰를 실추시키는 중대범죄"라며 "한국 검찰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와 국가 재정을 어지럽히는 구조적 비리 엄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법집행 역량을 높이고 공조 기반을 (함께) 강화하자"고 말했다. 

 

연방검사들은 이튿날인 16일 법무부와 대검에서 각각 열린 내부 간담회에 참석해 공정거래 현안 관련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열린 ICN 카르텔 워킹그룹 회의에는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이 참석해 외국 검사들과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