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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법률가의 글쓰기》(김범진 광장 변호사 著, 박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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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로스쿨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을 위한 글쓰기 매뉴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만든 강의안도 몇 해를 반복하니 제법 양이 되었다. 강의안 작성을 위해 사들인 책도 꽤 되었다. 저술을 계획한 이후에는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법학방법론, 특히 법적 논증이론과 수사학 이론을 실무 글쓰기에 접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변호사시험에 필요한 논증구조를 유형화하거나, 실무 글쓰기에 필요한 논증공식도 정리해 보았다.

법률가는 작가, 기자처럼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직업군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률가처럼 많은 시간 글을 쓰는 직업도 흔치 않다. 글을 쓰지 않는 날이 거의 없고, 그 양도 방대하다. 양만 많은 것이 아니고, 질도 중요하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천양지차다. 사안의 쟁점과 해결책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학설, 판례, 법리는 주석서와 논문을 열심히 찾아보면 된다. 하지만 사안의 핵심을 드러내는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글쓰기는 어렵고 또 중요한데도 우리 법학 교육 과정에 글쓰기 교육은 부존재와 다름없다. 교과서, 판결문을 읽으면서 무작정 따라 할 뿐 체계적인 방법론을 배운 적이 없다.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거나, 선배들의 반복되는 붉은 펜을 통해 대략의 감을 익힐 뿐이다.

법학은 실용 학문인데도 현장에서 필요한 많은 부분이 이론화, 체계화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학계는 그 특성상 이론적 문제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 반면 실무가들은 개별 구체적 사안에 집중할 뿐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실무에서 활용되지 않는다. 실무에서 필요한 많은 부분은 학교에서 교육되지 않는다. 법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글쓰기도 그러한 사각지대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그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초보 법률가들을 위한 기본원칙 정도만을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수준 높은 글쓰기, 고차원적 논리구성과 수사적 표현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못 하였다. 출간한 지 1년이 지나 보니 어떻게 책을 낼 용기가 났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학생들과 초보 법률가들에게 필요한 작업이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더 수준 높은 글을 써 보리라 애써 위안해본다. 혹은 후배들의 번뜩임과 재기에 경탄할 때면, 이 책보다 훨씬 수준 높은 저서들이 나올 날도 머지않았으리라 기대한다.


김범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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