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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변호사] 《깻잎 투쟁기》(우춘희 著, 교양인 펴냄)

“힘들면 너희 나라로 가”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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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채소만 드시는 아버지는 온라인으로 유기농 상추를 구입하시다가, 어느 날 판매자 주소지가 집에서 멀지 않다며 직접 가서 구입해 오셨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직접 상추 재배지에 가서 직접 구입해 오신다. 그때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말이, 농사를 다 동남아 외국인들이 짓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농가 일손 부족 문제는 오래된 문제였던 만큼 아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이 농삿일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문득 몇 년 전 한겨울에 어느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숨졌던 사건이 떠올랐다. 2020년 12월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씨가 경기도 포천에 있는 채소 농장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던 사건이었다. 한겨울에 난방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사이 일어난 참변이었다. 한랭 질환이 직접적 사인은 아니었다고는 하나, 한겨울에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은 주거 환경이 건강을 더 악화시켰을 것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놀랍게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 안 가설건축물(컨테이너)을 ‘기숙사’라 부르며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이러한 주거시설을 묵인해오던 고용노동부는 위 사건 이후로 부랴부랴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를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비닐하우스 밖 컨테이너는 가능하게 하여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는 않았다. 이주노동자 단체는 위 속헹씨 사건이 있은지 2년이 다 되어감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환경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고용부 장관에게 농업 이주노동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공공 기숙사 설치와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 마련 등 지원대책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이주인권 활동가이자 연구인 우춘희가 쓴 《깻잎 투쟁기》는 이렇게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주노동자를 이해하려면 ‘고용허가제’를 이해해야 한다. 고용허가제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연수생제도’가 있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완화하고 연수생에게는 기술 기회를 습득하여 국가 간의 상호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대체로 3D업종에 종사하며 기술을 배우기는커녕 단순 노동만 반복했으며, 근로자가 아닌 ‘연수생’이기에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지도 못했다. 평소에도 각종 폭력에 노출되었고, 사업주는 연수생이 이탈할까봐 여권이나 신분증, 통장을 압수하기도 했다.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았고, 무엇보다 사업장 이탈에 따른 ‘불법체류’를 부추겼다. 결국 2003년 외국인고용법이 제정되어 2004년부터 현재까지 고용허가제가 시행되고 있다. 고용허가제 시스템에서는 브로커가 아닌 정부 기관의 취업 알선을 통해 이주노동자가 들어오게 되고,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법적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그렇다면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업장 변경 권한이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점이라고 한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근로계약 해지에 대해 사업주의 동의를 얻거나 사업주의 위반 사항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이주노동자는 일자리를 옮길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주들은 사업장 변경을 해주는 대가로 100~300백 만 원의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3개월 안에 새 사업장을 구해야 해서 조급한 마음에 근로 조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채 연락이 오는 대로 일하러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사업장 변경 횟수도 3년에 3회로 제한되어 있고, 사업주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5일 이상 무단이탈을 하면 고용 센터와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 사업주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단이탈로 신고가 되면 출국 조치를 당할 수 있어 이를 협박의 수단으로 삼는다고 한다.

 

결국 몇몇 이주노동자들이 이 사업장 변경과 관련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아쉽게도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것은 사용자의 안정적 인력 확보를 위한 것이고, 외국인 노동자의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내국인 고용 기회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소수의견으로 사업장 변경 사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외국인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없게 한다는 내용이 있기는 했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하여는, 현재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사실상 모두 사업자측에서 사유가 발생했을 때에만 변경이 가능하고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변경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기본권 침해며, 사업장에 묶어놓기 위해 변경을 제한하는 것은 강제 노동의 속성을 띤다는 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외국인’이니까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일할 기회를 주니까 감사한 줄 알아야 하는 것일까? 현실은 이주민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식품들, 음식점에서 사 먹는 반찬들은 이주민들의 손을 거쳐 온다.

 
우리는 더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저임금에 준하거나 그보다 못한 돈을 받으며 일하려 하지 않으며, 이 빈자리를 이주민들이 메꾸고 있는 것이다. 농업, 건설업 등 우리가 기피하는 곳은 이주민들의 노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농촌부터 생각해보자. 농촌의 고령화는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농촌에서 20~30대의 내국인 노동자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젊은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뿐인 것이다. 책에 나오는 지역의 한 인력사무소 운영자에 따르면, 그 지역의 농업 노동자 중 70~80%가 미등록 상태일 거라고 추정한다. 건설업은 어떨까. 2018년 6월 말 고용노동부와 한국이민학회가 주관한 어느 포럼에서 어느 건설협회 대표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청년층 건설 현장 유입 문제는 앞으로도 장기간 개선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처우 개선이 해결책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자기 자식 공부시켜서 노가다 보낼 부모가 누가 있겠습니까?…(중략)…미등록 체류자를 못 쓰게 하면 공사가 멈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불법 고용하지 말라고 해도, 현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인건비가 올라가 결국엔 우리 밥상 및 생필품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주민(외국인)이 선주민(내국인)이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자리를 메우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깻잎투쟁기> 236쪽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기대어 살고 있는 것이다.”
- <깻잎투쟁기> 237쪽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는 코로나 시대에 더욱 부각되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4월 20일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활동기간을 50일 일괄 연장한다고 밝혔다. 국경 폐쇄로 고용허가제 신규 인력이 입국하지 못하게 되자 사업장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50일 연장으로도 인력난 해소가 어려웠고, 결국 1년 뒤 취업활동 만료 예정인 약 7만 ~ 11만 명에게 1년 동안 비자를 연장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게 이주노동자의 땀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들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보다는 이용할 인력으로만 바라보는 듯하다. 우리 사회 역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여전하다.

 
《깻잎 투쟁기》를 읽어보면, 우리가 얼마나 이들에게 의존하며 살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지, 우리의 밥상을 채우고 있는 이들의 노동 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등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알 수 있으며, 나아가 제도적,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까지 살펴볼 수 있다.

  

김소리 변호사 (법률사무소 물결·밝은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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