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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피해자를 위한 특별입법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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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은, 1975년 5월 13.일 공포되었던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하면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진행되었던 이른바 과거사 청산에서 종전의 잘못된 상황을 바꾸는 획기적인 결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종전 판례가 긴급조치의 발령과 적용·집행이 불법행위라고 하여 국가배상을 청구한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기 때문에, 이처럼 판례가 변경됨으로 인하여 비로소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 사람과 구제가 거부된 사람들 사이의 형평 문제가 대두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별입법의 제정이 요청된다. 이 글은 이러한 법률의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2. 지금까지의 경과

종래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1975. 4. 8. 선고 74도3323 판결 등)는,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근거한 것으로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그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근래 대법원은 이러한 판례를 변경하여, 긴급조치는 위헌이라고 하였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4. 18. 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하여 과거에 긴급조치에 근거하여 처벌을 받았던 사람은 재심절차에 의하여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고, 또 구속되었던 사람은 형사보상도 받을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 2013. 3. 21. 선고 2010헌바70, 132, 170 결정도, 대법원과는 별도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가 위헌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긴급조치가 위헌으로 선고되자, 그에 의하여 처벌받았거나 수사를 받았던 사람들은 형사보상을 청구하는 외에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다만 이 판결도, 당해 사건에서는 수사관이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여 당사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인정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은,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그 후의 판례도 이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였다. 하급심 판례는 대체로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국가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대하여 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를 하여도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특히 제1심에서 대법원 판례에 반하여 국가배상청구를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판례에 따라 국가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들이 있었다. 다만 근래에는 제2심 법원이 국가배상청구를 받아들인 사례가 있고, 이것이 대법원에 상고되어 계속중인 것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대법원 2013다217962 판결과 2012다48824 판결을 변경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지극히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윤진수, "위헌인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민사법학 제81호, 2017 참조). 다만 그 이유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특히 이 판결은 긴급조치를 발령한 박정희 대통령의 독립적인 불법행위를 부정하였으나(민유숙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왜 그렇게 보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하여는 다른 기회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 판결을 전제로 하여 앞으로 필요한 조치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은, 1975년 5월 13일 공포되었던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하면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진행되었던 이른바 과거사 청산에서 종전의 잘못된 상황을 바꾸는 획기적인 결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별입법의 제정이 요청된다.

3. 이미 패소한 당사자들을 위한 특별입법의 필요성

현재까지 긴급조치가 위헌임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패소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 86건, 현재 법원에 계속중인 것이 55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외에도 더 있을 수 있다. 이외에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들도 여러 건 있는데, 이들은 긴급조치의 위헌 자체가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등 별개의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들로 보인다.

그런데 긴급조치의 위헌 자체를 이유로 하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판례가 이를 부정하여 패소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이 현재 소송 진행중인 사람들보다 많은데, 이처럼 일찍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된 사람들은 더 이상 구제를 받지 못하는 반면, 소송 진행 중에 판례가 변경된 사람들은 판례 변경의 혜택을 받아서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형평에 부합하는가?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가운데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도,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원고 청구 기각판결을 받음으로써 구제받지 못한 다수의 피해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실제로 더 크고 심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판결의 기판력에 따라 재판상 구제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또 다른 형평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형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특별입법을 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위 안철상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긴급조치 제9호는 잘못된 입법이고, 잘못된 입법으로 인한 국가배상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주장하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후 각 언론에서도 사설 등을 통하여 특별입법에 의하여 패소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에 대하여는 구제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입법의 형태에 대하여는 현재 두 가지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는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재심특례법을 제정하여 이처럼 판례가 변경된 것을 재심사유로 인정함으로써 패소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재심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법체계상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민사소송법상 재심은 이미 확정된 판결의 효력을 뒤집는 것으로서, 법적 안정성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심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2000. 6. 29. 선고 99헌바66 등 결정은, 재심은 확정판결에 대한 특별한 불복방법이고, 확정판결에 대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은 미확정판결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크므로, 재심을 청구할 권리가 헌법 제27조에서 규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판례의 변경은 재심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사건이 특수하다고 하여 특정한 사건에 대하여만 예외적으로 판례의 변경을 재심사유로 인정한다면 이는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판례 변경을 재심사유로 인정한다면, 다른 경우에 판례 변경이 있더라도 이를 모두 재심사유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인데, 이를 반박하기 곤란할 것이다.

그러므로 패소판결을 받은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한 입법으로는 당사자들이 패소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실제로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긴급조치로 인하여 처벌을 받은 사람들에 대하여 보상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람들이 위 법률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 법률에 의한 보상은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한다. 이 법률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러한 이유에서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80 등 결정은, 재판상 화해 간주를 규정한 개정 전 위 법 제18조 제2항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므로 패소판결을 받은 사람들도 현재 국가배상을 청구하면 인정될 수 있는 배상액만큼을 받을 수 있는 특별입법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4.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검토

그런데 이러한 특별입법을 제정하는데 대하여는 반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하나는 이러한 법률은 실질적으로 확정된 판결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소급입법에 해당하므로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법률이 실질적으로 확정판결의 효력을 뒤집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는 긴급조치는 그 자체로 명백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었으며, 나아가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의도로 발령된 것(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5헌마861 등 사건에서의 김이수, 안창호 재판관의 반대의견의 표현이다)임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득력 없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정한 잘못된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을 바로잡는 것이므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법적 안정성을 해치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재원의 문제이다. 긴급조치로 인한 피해자는 몇천 명에 달하는데, 이미 패소판결이 확정된 피해자까지 보상한다면 국가 재정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국가 재정에 대한 고려가 과거 대법원이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배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실질적인 이유였다고 짐작된다. 즉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일련의 판례는, 과거사 사건에서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됨으로써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한다고 판시하였다. 또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은,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고 하여,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였다. 후자와 같은 대법원 판례는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에 의하여 뒤집어지게 되었으나, 위 결정이 있기 전까지 패소판결을 받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구제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재원의 고려는 이러한 국가의 폭력에 의한 피해자에 대하여 구제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국가의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하여 저항하지 못했던 피해자들의 구제를 재정 문제를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인권 보장의 차원에서 부끄럽게 생각하여야 할 일이다.

다만 왜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하여만 이러한 구제를 인정하고, 다른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하여는 이러한 구제를 인정하지 않는가 하는 지적이 있을 수 있고, 이는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과거사 피해자라 하여도 각각의 특수성이 있고, 이를 일률적으로 구제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그렇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긴급조치로 인하여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은 사람들이 당사자로서, 구제의 필요성이 명확하고, 그 숫자도 제한되어 있어 입법이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우선 이러한 경우에 구제를 위한 특별법률을 만들고, 다른 과거사 피해자에 대하여는 별도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5. 결론

이제 공은 국회에로 넘어갔다. 국회는 빠른 시일 내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입법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입법에 패소판결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현재 소송을 제기하였거나 아직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시킬지 여부는 입법자가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특별입법은 피해자를 위한 충분한 보상의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고, 불충분한 입법으로 인하여 또 다른 위헌의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22. 9. 27. 국회에서 개최된 '긴급조치 국가배상책임 판결과 피해자 권리회복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하였던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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