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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전동 킥보드 타다 사고 난 예비신부… 손해배상 범위 어디까지 인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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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끝에 왕복 8차선 교차로가 있는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죽겠구나 싶어 그대로 킥보드를 던지며 길가로 떨어졌습니다.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과 온몸이 쓸렸습니다. 웨딩 촬영이 한 달 남았는데 눈앞이 캄캄합니다."

지난 9일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 이용자 A 씨가 킥보드 브레이크 고장으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공유업체 대표이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이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9월 웨딩 촬영을 앞둔 A 씨는 사고로 결혼 준비에도 차질이 생겼다며, 이 또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에 포함할 것을 고려 중이다.

웨딩촬영 위약금 등 특별한 손해

통상적인 손해 범위는 아니지만
인과관계 입증되면 배상 범위에


킥보드 사고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고가 업체 측 부주의로 발생한 것인지 등 인과관계 문제다. A 씨는 사고 직후 업체 측에 전치 2주의 타박상에 상응하는 치료비 배상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약관상 탑승 전 이용기기 확인은 사용자의 몫"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둘째는 업체 측이 안전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손해배상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가 관건이다. 사고로 발생한 병원 치료비 등 통상손해는 물론 웨딩 촬영 위약금 등 특별손해 등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다.

지난해 A 씨와 유사한 사고를 당해 킥보드 공유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B 씨 사례에서 법원은 업체 측이 치료비 약 850만 원을 비롯해 2800만 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법 2020가소2343171).

재판부는 사고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킥보드 자체에 브레이크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는 업체 측의 관리 부주의임을 지적하며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B 씨 또한 풋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은 점과 안전장구를 갖추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해 손해배상액을 책정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킥보드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에서는 업체 측이 관리 부주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판사는 "브레이크 고장 등과 같은 기계적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는 킥보드를 운영·관리하는 업체 측이 책임소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설령 이런 위험을 고지하는 약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약관보다 업체 측의 성실한 점검 등이 더 큰 판단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해 "킥보드 관련 민사사건 판례가 아직 많은 것은 아니지만, 만약 웨딩 촬영 위약금 등과 같은 특별손해 등을 따질 경우 업체 측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통상의 손해 범위는 아니지만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입증되면 충분히 배상 범위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킥보드 관련 사고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7월 발표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는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 통계 상 전체 교통사고가 같은 기간 21만6335건에서 20만3130건으로 줄어든 것과 상반되는 추세다.

A 씨를 대리하고 있는 서아람(36·변호사시험 2회·사진) 법무법인 SC 대표변호사는 "전동킥보드의 특성상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는 킥보드를 운행해봐야만 확실히 알 수 있다"며 "킥보드 업체에서 이런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확인 의무를 사용자에게만 떠넘기는 약관을 만들어 책임을 면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렌터카 업체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를 빌려준 후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임대업체가 내세우는 약관 전반에 불공정한 조항이 다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관을 게시하고 동의를 받는 방식 또한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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