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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희망을 만드는 법’ 설립 10주년 … 변호사·활동가들의 이야기

“차별·인권침해와 싸우지만 ‘법의 테두리에 갇힐까’ 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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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구성원들. (왼쪽부터) 강현진 사무국장, 류민희 변호사(대표), 박한희·김두나·김재왕 변호사

 

'그 누구의 인권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출발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오직 시민들의 풀뿌리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 단체는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아픔과 공명하며 쉼없이 달려왔다. 법률신문은 10일 서울 녹번동 희망법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나 그동안 활동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희망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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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설립 준비가 시작된 건 2011년 8월. 법조계에 막 발을 디딘 청년법률가 6명은 전업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을 꾸려보자며 의기투합했다. 당시 사법연수원생이던 김동현(40·사법연수원 41기)·류민희(44·41기)씨, 로스쿨 3학년생이던 김재왕(44·변호사시험 1회)·한가람(43·변시 1회)씨, 그리고 현직 변호사였던 서선영(49·37기)·조혜인(42·40기)씨가 창립 멤버다.


이들의 도전에 법조계 곳곳에서 응원과 지지가 이어졌지만 구성원들은 걱정이 많았다.

179581_9.jpg김재왕 변호사는 "설립 준비를 위한 첫 회의를 마치고 든 생각은 '잘 될 수 있을까, 망하는 거 아닐까'였다"면서 "10년간 운영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류민희 변호사는 "재정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 도와주신 분들이 없었으면 희망법 설립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사법연수원생들이 공익펀드를 만들어 힘을 보태줬다. '열심히 하라'며 믿어주고 밀어주신 분들의 호의와 선의에 감사하다"고 했다.

2012년 2월 서울 충정로 작은 사무실에서 희망법은 닻을 올렸다. 첫 사건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피고인 서울시의회를 대리해 교육부장관의 제소가 부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1년 10개월 만에 이끌어냈다.

희망법은 공익소송을 통해 인권침해적이고 차별적인 법 제도와 관행을 바꾸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성별정체성 인권 △장애 인권 △집회시위의 자유 등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맞닿은 사안에 적극 나섰다.

179581_8.jpg강현진 사무국장은 2018년 12월 희망법 합류 직후 '청각장애인의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 조력한 경험이 각별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채용시험과 직무평가 과정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령에는 '편의제공'의 수준이 어디까지여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충분한 면접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내는 게 중요했지요. 음성대화보다 필담으로 면접이 진행되는 것이 얼마나 더 오래 걸리는지 실제로 보여주는 영상을 촬영해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결국 임용시험에서 차별 행위가 있었던 점이 인정됐고, 원고는 재시험에 합격해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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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희망법에 합류한 박한희(37·변시 6회) 변호사는 본인이 직접 사건에 원고로 참여하고 희망법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 나서 승소한 경험이 있다. 여성 성소수자들의 체육관 대관 신청을 부당하게 취소한 서울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최근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한 사건이다.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를 열기 위해 동대문구체육관에 대관 신청을 했는데 '갑자기 공사가 잡혔다', '왜 성소수자 행사인 것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며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1심에서는 '대관취소로 인한 가시적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지만, 2심에서 '대관 허가 취소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는 결과를 얻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민법상 손해배상소송이어서 원고인 우리 측에 손해 입증책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일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상태에서 소송이 진행됐다면 차별행위를 했다고 여겨지는 쪽에게 입증책임이 있었을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입증책임 배분의 차원에서 어떤 의미와 역할을 갖는지 다시 한 번 절감 느꼈습니다."

이들은 "법률가단체이다보니 공익소송과 입법운동 등 법을 매개로 차별행위와 인권침해 사례에 싸우는 일이 많지만, 법의 테두리에 갇히는 것을 늘 경계한다"고 했다.


2012년 청변 6명 뜻 모아 설립
차별적 법·관행 바꾸기에 노력


법 조문마다 의미만 짚다 보면
시각의 경계에 갇힐까 걱정도


소송 졌다고 끝이라 생각 안해

쟁점 선명해져 다음 소송 기대 


박한희 변호사는 "소송은 특성상 절차에 따라 착착 진행되고 결과도 선명하게 나온다. 그렇다보니 소송이라는 작은 틀에만 갇혀 세상을 보기 쉽다. 입법운동을 벌일 때도 법 조문 하나하나의 의미만 짚다보면 시각의 외연과 경계를 넓히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드는 '게릴라'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하려 한다. 법률 종사자가 아닌 활동가들, 인권단체와도 소통하고 연대하려 한다"고 했다. 또 "공익인권법의 역할에 대해서도 늘 고민한다"며 "법과 소송을 통한 공익인권운동이 무엇을 바꾸었는지, 그것이 과연 성공적이었는지 되돌아보고 성찰한다"고 했다.

179581_5.jpg공익인권 활동을 하며 때때로 끝없는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 들지는 않을까. 김두나(43·변시 6회) 변호사는 "'하드케이스'가 워낙 많기 때문에 패소하는 경우도 많다"며 "처음엔 절망스러울지 몰라도, 그 과정 자체가 절망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송에서 졌다고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재판을 계기로 사람들의 마음과 목소리가 모이고 쟁점이 더욱 선명해지기도 하니까요. 그 과정 자체로 의미가 있지요. 다음 소송에서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도 생겨요. 낙태죄 처벌조항이 계속 합헌 결정을 받다가 2019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을 때 이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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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에게 '앞으로의 희망'은 무엇일까.

김재왕 변호사는 "지속적으로 사회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방향이 있고, 그 가운데 무엇이 가장 맞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걸어왔던 쪽으로 계속 가고자 합니다. 변호사들이 소속된 단체이니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겠죠. 하지만 우리만 목소리를 낸다고 바뀌진 않기에, 함께 할 사람들을 찾고 협력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179581_6.jpg류민희 변호사는 "코로나19 팬더믹, 기술발달로 인한 새로운 인권침해, 기후위기 등 새로운 위기 속에서 앞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할 일이 여전히 많아서 지난 10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희망법 같은 단체가 10년을 살아남았다는 것, 그 자체가 희망이라 생각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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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개최된 희망법 창립 10주년 축하파티 '희망리필' 행사에서 희망법 구성원들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왕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류민희 변호사(대표), 한가람 변호사, 김두나 변호사, 강현진 사무국장, 최현정 변호사, 김광민 모금홍보국장, 박한희 변호사.



※ 후원 안내
- 희망법 홈페이지(hopeandlaw.org)
- 후원계좌(신한은행 140-009-554992,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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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을 만드는 법 연혁 ]

 

△2012년
- 2월 창립총회, 첫 소송 시작(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피고 대리), 제1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 개최(이후 매년 개최)
- 4월 창립 행사 '희망 심는 날' 개최
- 6월 트랜스젠더를 위한 정보·인권 가이드북 및 웹사이트 '트랜스로드맵' 공동제작

△2013년

- 7월 로스쿨 실무수습 시작(매년 겨울, 여름 시행)

△2014년

- 2월 사무실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이전
- 3월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2015년

- 7월 어린이책 '법대로 하자고?' 출간
- 11월 사무실 서울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로 이전

△2016년

- 7월 '일터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 출간(공저)

△2017년

- 1월 김재왕 변호사, 서울변호사회 공익봉사상 수상

△2018년

- 11월 성과재생산포럼 기획 '배틀그라운드 : 낙태죄를 둘러싼 성과 재생산의 정치' 출간(공저)

△2019년

- 7월 서울지방변호사회 '장애인 학대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
- 10월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리포트'(공저)
- 12월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출간(공저)

△2020년

- 1월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공익대상 단체부문 수상
- 2월 서울지방변호사회 '직장 갑질 사건 법률지원 매뉴얼'(공저)
- 11월 국가인권위원회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공동연구)
- 12월 서울지방변호사회 '평등법 쟁점 검토 보고서' 발간(공저)

△2021년

- 1월 조혜인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익봉사상 수상
- 7월 제9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 온라인 개최

△2022년

- 6월 창립 10주년 축하파티 '희망리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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