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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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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지청구 필요성과 해석론 국면

공정거래법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의 촉진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 경제현실에서 그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공정위 처분만으로 부족하고 민사적 구제수단 등이 폭넓게 활용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어 왔다. 종래는 일반규정에 의해서도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가 가능하다는 해석론이나 법령상 근거가 생긴다면 어떠한 내용으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입법론으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공정거래법은 40년 만의 전면개정을 통해 금지청구제도를 도입하였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자가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공정거래법 제108조). 금지청구의 목적이 개인의 피해구제에 한정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불공정거래행위는 행정법령인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이고 그 금지청구권을 사인에게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라는 법 목적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제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의 해석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2. 목적론적 해석의 필요성

공정거래법은 사적 권리를 보호대상으로 삼지 않고 독점,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금지를 수단으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직접목적으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궁극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점에서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가 1차적으로는 당연히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하지만, 나아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제도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금지청구를 해석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목적론적 해석도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만약 금지청구 대신 손해배상만으로 피해구제가 충분한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라면 저울의 한쪽 편에 피해자의 피해와 다른 편에 손해배상 충족성만을 두고 형량하는 것이 아니라 금지청구를 통한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와 경쟁촉진이라는 입법목적 등도 함께 놓고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또 거래상대방, 경쟁자, 소비자 등의 피해가 불공정거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보전의 필요성이 문제된 경우, 금지명령으로 위반행위자가 입을 불이익이 피해구제라는 이익보다 더 크다고 주장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도 불공정거래행위 금지라는 목적론적 측면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청구권을 사인에게 부여한 데서 비롯되는 특수성이 청구권 인정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되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하급법원들에 개별 사건에서의 구체적 구제 필요성은 물론이고 반독점법의 집행의 목적을 고려할 것을 요구한 바 있고, 일본에서도 금지청구제도를 도입하면서 제도 활성화를 위하여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설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3. 금지청구의 성립요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의 존재', '그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피해'가 문언상 성립요건이다. 불공정거래행위 규범적 성립요건인 공정거래저해성,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불이익으로 '손해'가 아닌 '피해'의 해석을 둘러싸고 금지청구 인정범위가 문제된다.


먼저 공정거래법이 아닌 하도급법, 대리점법, 가맹사업법, 유통사업업법 등은 불공정거래행위 실질을 가지는 행위들을 위 개별법에서 금지하면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거나 당해 개별법령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이들에 기한 금지청구가 가능한지 문제된다. 위 개별법이 우선적용 등의 규정을 둔 것은 개별법령이 공정거래법보다 더 엄격하여 해당사업자를 더 강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제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개별법령에 없는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를 적용할 필요가 생겼으니 개별법령상 금지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포섭하여 금지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다음으로 불공정거래행위 해당성에서는 공정거래저해성이 중요하다. 공정거래저해성을 경쟁제한성으로 한정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불이익이 있더라도 그로 인한 사업활동이 곤란해져 퇴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나 더 나아가 그러한 피해자의 점유율이 높은 경우에만 거래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경우 금지청구의 제한지표로 역할하게 된다. 유형별로 공정거래저해성을 해석하되 거래상대방의 사업상 불이익, 그 불이익이 행위자나 거래상대방의 경쟁자에게 미치는 영향, 당해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허용될 수 있는지 등의 제반사정 고려기준(Test of total circumstances)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

 
원고적격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우리 법상 이행청구의 하나인 금지청구에서는 상대방에게 금지를 청구하는 자에게 적격이 있고 다만 본안 판단에서 문제된 행위와 원고의 피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가 문제될 뿐이다.


피해의 개념을 불공정거래행위가 없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의 침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적 관점에 기초하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 개념은, 불공정거래행위의 거래상대방이 아닌 경쟁자나 소비자 등의 제3자가 금지청구를 하는 경우 더 문제될 수 있다. 또 이들이 어느 정도 불이익을 받아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실제 거래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로 공정거래저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불이익 정도가 모든 유형에서 피해자의 사업활동이 곤란해질 우려, 즉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까지 있어야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된다고 본다면 거래내용이 불공정하거나 불이익이 있더라도 피해가 없다고 보게 될 위험도 생긴다. 끼워팔기나 배타조건부 거래에서 경쟁제한성만을 공정거래저해성의 내용으로 볼 때 그로 인한 피해는 경쟁자에게만 발생하고 직접 거래상대방은 피해자에서 제외될 우려가 생긴다. 거래상대방은 이익을 얻고 경쟁자가 불이익을 얻는 부당한 고객유인, 부당염매 등의 유형에서는 거래상대방이 아닌 경쟁자가 주로 피해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특징이 있고, 법률행위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서는 나름의 약정상 근거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공정거래저해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되고, 사실행위로 이루어지는 유형의 경우 그 사실행위로 인한 공정거래저해성 판단에 사업활동 곤란성 기준을 적용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 불공정거래행위 범위를 필요 이상 제한하여 입법취지에 반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 요건으로 일본과 달리 '현저한 손해' 요건을 두지 않지만, 실무상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가처분에 관한 보전의 필요성 근거조문에서 이미 현저한 손해를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탓에 사업활동이 곤란해져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신규진입이 어려워지거나 그러한 우려가 생기는 경우를 들 수 있을 텐데, 사업활동 곤란성 기준이 모든 유형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 요건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 외 불공정거래행위의 내용이나 위법성 정도 등을 감안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4. 소송절차상 쟁점

보전소송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인 금지청구의 현실에서 공정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의 경우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고,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한 경우라도 채무자가 다투고 있는 경우라면 보전의 필요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소송이 예견되는 시점에서의 위반행위 중단은 금지명령을 피하려는 채무자의 의도를 유의해야 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손해가 다수 채권자에게 소액으로 분산된 경우라도 쉽게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가처분으로 인한 채무자의 불이익도 비교형량해야 할 것이다. 금지명령에서 작위명령이 가능한지가 논의되지만 이는 금지청구의 탄력적 운용의 문제로 가처분에서 법원이 필요한 처분을 직권으로 정하도록 한 민사집행법 규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폐기명령이 입법 전에도 해석론상 허용된다고 보았던 일본의 예에 비추어 실효적 운용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공정위의 소송절차 관여는 보조참가 요건에 비추어 대한민국의 참가도 소극적으로 보아야 할 것 같고, 금지청구에 손해배상에는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상 자료제출명령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입법상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손동환 교수(성균관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