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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前 대통령 사저 앞 확성기 시위 손배청구 가능할까

대법원 판례는 대기업 사옥 앞 장송곡 시위에 손해배상 책임 인정
법조인 “소음의 수인 한도 여부 등 구체적 사정 따져 봐야” 이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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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 보수단체의 연이은 확성기 집회 시위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마을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보수단체가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확성기를 동원한 시위를 연일 벌여 문 전 대통령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달 10일 퇴임한 이후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는 보수단체와 유튜버들의 확성기 집회 및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 내외를 향한 원색적 욕설과 고성을 내뱉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집회 소음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5일까지 야간 시간대 확성기 사용 제한을 통고했지만, 집회자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규정하는 소음 기준을 넘기지는 않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시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주거지역의 확성기 등 소음 기준은 주간(오전 7시~해지기 전) 65dB 이하, 야간(해진 후~자정) 60dB 이하, 심야(자정~오전 7시) 55dB 이하다. 집회자들은 자체 소음측정기로 집시법이 규정한 기준을 피하며 확성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이 지난 31일 보수단체 소속 회원 등 4명에 대해 모욕, 명예훼손, 공동협박,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양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이번 시위를 둘러싼 민사법적 책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유형의 시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일단 주목을 끈다. 대기업 사옥 앞에서 확성기로 장송곡을 튼 채 장기간 시위를 한 집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례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
는 올해 1월 현대·기아자동차가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다286451)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박씨는 기아차 대리점의 부당판매 행위와 관련한 내부고발을 한 뒤 해고를 당했다며 2013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특히 박씨는 2017년 1월부터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며 장시간 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손해배상과 소음발생 및 장송곡 재생 금지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집시법과 시행령에서 주간 75dB, 야간 65dB 이하의 소음을 발생시키는 시위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기준은 집시법상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지키기만 하면 확성기 등을 이용해 소음을 발생시키는 시위가 언제나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씨가 도중에 시위를 중단한 기간도 있었지만, 3년 이상 동일한 장소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이를 지속할 가능성도 높다"며 "현대·기아차 직원들은 수년간 계속되는 시위 소음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박씨에게 총 1000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항소심도 1심의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다만 명예 등에 대한 침해 정도를 감안해 현대차에 대한 배상액은 250만원으로 낮췄다.

신축사업 반대자의 아들이 운영하는 병원 앞에서 제3자를 동원해 40여일 간 확성기 시위를 주도한 기업에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
는 2020년 11월 치과의사 A씨가 부동산 업무대행사인 B사와 그 임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5016887)에서 "B사 등은 A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4월 서울에 있는 자신의 치과 앞에 약 1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확성기로 "치과원장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피켓 시위를 하는 상황을 겪었다. 앞서 A씨의 부친인 C씨가 한 주택조합이 추진하는 아파트 신축 개발사업을 반대하자 이 조합의 업무대행사인 B사가 인력을 고용해 옥외집회 신고를 하도록 한 뒤 A씨 치과 앞에서 시위를 한 것이다. B사가 고용한 사람들은 A씨의 병원 뿐만 아니라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시위를 했고, 결국 A씨의 아버지는 반대 의사를 철회했다. 이후 A씨는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B사 등은 C씨가 개발사업에 반대하지 못하게 하고자 아무런 연관이 없는 아들 A씨의 병원과 아파트 단지에서 시위를 벌였다"며 "목적의 정당성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B사 등은 금전적 대가를 준다며 제3자들을 동원해 집회신고 및 시위행위를 하도록 해 수단의 정당성 면에서도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다"며 "그 내용과 방법도 A씨의 명예와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하거나 환자의 치료에 지장을 줄 만큼 큰 소음을 발생시켜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44일 동안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사 등이 주도한 집회·시위는 정당한 목적 달성의 범위를 넘어 사회통념상 인정하기 어려운 위법한 위력을 행사해 A씨의 병원 영업을 방해하고,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사실로 A씨의 명예 또는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공동불법행위"라며 "영업에 지장을 준 것은 물론이고,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을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으므로, B사 등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보수단체의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와 관련한 민사소송 등에서는 '수인한도를 넘는 소음 등 피해를 유발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며 "사건마다 구체적·개별적인 상황이 다른 만큼 정황증거나 간접사실에 비춰 집회 단체의 특정한 의도를 인정할 수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성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형사적으로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시위자들이 소음 기준을 지키면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며 "확성기를 통한 집회, 그로 인한 소음 피해를 겪는 경우라면 가처분 신청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 등을 통해 대응해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일률적으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져 수인 한도를 넘는지 여부를 재판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부장판사는 "시위가 집시법 위반에 해당하면 모르지만, 헌법상 인정되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데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상 기본권은 쉽게 제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정을 더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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