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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경찰 불송치 결정서에 ‘황당’

피의자는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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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사건을 대리한 A변호사는 최근 경찰에서 보내온 불송치 결정서를 보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고소인의 피해사실 등이 담긴 고소장과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경찰 조사에 응하는 등 장기간 수사에 협조했지만, 경찰이 보내온 불송치 결정서에는 고작 '피의자 ○○○은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없다'는 한 문장만 덩그러니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증거가 불충분한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도 없이 달랑 한 줄짜리 문장으로 사건을 종결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셈이다.

 
B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고소인을 대리해 경찰에 고소장 등을 제출했던 그는 최근 '피해자의 진술, 피의자 진술, 사건 발생 전후 여러 정황 등으로 보아 피의자의 범죄 혐의 인정키 어려워 불송치 결정했다'는 경찰 불송치 결정서를 받았다. A변호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경찰은 불송치 결정의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묻지마 결정서'를 보낸 것이다.


C변호사도 최근 고소 대리한 사건에서 '피의자가 ~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피의자의 주장을 배척하고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는 내용이 사실상 전부인 불송치 결정서를 경찰로부터 받고 한숨을 쉬었다.


D변호사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다. 고소 대리를 한 사건에서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서를 받긴 했지만, 결정서에 불송치 판단의 이유가 "~한 정황이 확인되고, ~라고 볼 만한 이유가 있어, 피의자들이 고소인들을 속여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등으로 2페이지가량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증거가 불충분한지

 기본적 설명도 없어 


최근 법조계 안팎에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 사실이나 이유를 고소·고발인 등 사건관계인이나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사실상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모두 경찰이 갖게 되면서 사건 향배에 미치는 경찰의 판단과 처분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지만, 경찰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면서 고소인과 변호사 등에게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불복 절차 진행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면서 신설된 경찰의 불송치결정권은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완료한 후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토대로 피의자의 혐의 유무에 대한 판단을 해 불기소함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결정을 하는 권한이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는 고소인 등은 경찰서장 등 해당 사법경찰관이 소속된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접수되면 경찰은 관련 서류와 증거물 등과 함께 해당 사건을 검찰로 송치해야 한다. 

 

결론만 달랑 한줄

사건종결 일방 통고하듯 해  


결국 고소인 등이 경찰의 불기소 결정 처분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려면 앞서 경찰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대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후 재수사 등의 절차에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경찰이 통지하는 대부분의 불송치 결정서가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 없다'는 식으로 달랑 몇 문장의 형식적인 것에 불과해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은 물론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마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유 알 수 없어

 불복절차 진행마저 어려워져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고 결론을 내리려면 어떤 증거가 불충분하고 법리적으로 혐의가 어떻게 소명되지 않는지 등에 대한 이유를 서술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경찰 불송치 결정서에는 이유는 없고 결론만 있다"면서 "이유를 알아야 이의를 제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텐데, 함량 미달의 불송치 결정서가 많아 피해자(고소인 등)들의 권리구제나 억울함을 제대로 풀어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이런 부실한 불송치 결정서를 받게 되면 이의신청을 하려고 해도 난감한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알아야 이의제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마치 상고심의 '심리불속행 기각'을 보는 듯하다"면서 "이 같은 묻지마 식 불송치 결정서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경찰에 전화를 해서 물어본다고 한들 이유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수사를 이만큼 밖에 안 했냐, 더 해달라'는 취지로 이의신청을 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보완수사나 재수사도 많이 받아봤는데, 최소한 증거조사는 무엇을 했는지 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누가 불송치 결정서를 쓰느냐에 따라 받는 내용이 달라지니, '복불복'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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