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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변호사회

예기치 못한 허위·막무가내 진정에 변호사들 ‘속앓이’

“변호사 잘못으로 원치않은 결과”…지방변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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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변호사는 과거 의뢰인 B씨로부터 황당한 진정을 당했다. B씨는 수도권 중소로펌에서 일하는 A변호사를 찾아와 사건을 맡겼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다른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하지만 재진행한 사건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B씨는 '재진행한 사건도 A변호사가 수행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러 낭패를 봤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해 A변호사가 소속된 지방변호사회에 진정을 냈다. 지방변회 조사 결과 진정이 기각되면서 A변호사는 누명을 벗었지만, 진정 접수 이후 조사 과정은 물론 최종 기각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심적 스트레스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C변호사도 최근 의뢰인이 수임료 반환을 막무가내로 요구하며 제기한 진정으로 곤혹을 치렀다. C변호사는 "일부 지방변회는 진정 접수에 특별한 양식을 요구하지 않아 의뢰인 등 사건관계인은 이메일로 간단하게 몇 줄만 적어내도 진정을 접수할 수 있다"며 "진정을 접수할 때 지나치게 엄격한 양식 등을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갖추게 해야 한다. 이런 점도 갖추지 못한 진정을 접수해놓고 변호사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악의적 허위 진정 등으로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법률시장 침체와 극심한 수임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막무가내식 진정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진정인이 사실관계 왜곡

수임료 반환·징계 요구

 

보통 지방변회에 변호사에 대한 진정이 접수되면 피진정인이 된 변호사는 경위서를 제출하거나 조사위원을 만나 직접 소명해야 한다.

국내 최대 지방변호사회인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경우 진정인이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개인정보와 사건 관련 자료 등을 진정서와 함께 제출하면 진정이 접수된다. 진정서에는 △피진정인과의 관계 △사건 선임 경위 △진정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이 포함돼야 한다. 이후 1주일간 진정서가 진정요건에 부합하는지 검토가 이뤄진 뒤 정식 접수 여부가 결정된다. 진정이 정식 접수되면 피진정인인 변호사는 경위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제출시에는 곧바로 조사위원회에 회부된다. 이어 예비조사위원회가 열리는데, 법조경력 3년 이상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비조사위원들이 진정서와 경위서를 검토한다. 피진정인인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신청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보다 자세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조사위원회에 정식 회부된다. 또는 분쟁조정위원회로 회부해 당사자 간 합의를 권고하거나, 징계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진정을 기각하기도 한다.

변호사들이 피해를 입는 막무가내식 진정 유형의 대부분은 '수임료 반환'과 '징계 요구' 등이다.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의뢰인이 불만을 품고 위임 약정 해지와 함께 수임료 반환을 요구하면서, 나아가 변호사에 대한 징계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심지어 허위사실을 주장하는가 하면 무슨 말인지도 모를 내용을 장황하게 주장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전언이다.

물론 이런 진정은 대부분 기각되지만 그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겪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의뢰인의 요구를 들어준 뒤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진정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최소 1~2개월에서 5개월가량이 걸리는데, 계속 신경을 쓰며 다른 업무에 집중을 못하느니 차라리 수임료 일부 등을 돌려주고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소명 과정서 누명은 벗지만 

엄청난 스트레스 겪어


상황이 이렇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본적인 육하원칙도 갖추지 못한 부실 진정까지 접수해주는 변호사회가 있는 만큼 진정 접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진정 제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진정서 내용이 육하원칙을 반드시 갖추도록 작성 조건을 강화하고, 진정서에 있는 사실관계가 허위로 판단될 때에는 변호사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기 전에 진정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변회는 △징계시효(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 도과 △동일 내용으로 재진정한 경우 △익명 접수 △진정인이 조사에 불응하거나 허위 주소를 기재해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 △기타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접수단계에서 진정을 각하한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명백한 허위 진정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지방변회에서 피해 변호사를 대신해 진정인에 대한 고발 조치 등을 취해줘야 한다"며 "악의적인 허위 진정에 피해를 입어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변호사들이 꽤 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비슷한 피해를 입는 변호사들이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악의적인 허위 진정 등으로 피해를 입는 변호사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법률서비스 소비자들의 소비자주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위진정 차단할 뾰족한 해법 없어

 피해자만 늘어


정형근(65·사법연수원 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조사 및 조정 단계에서 진정인과 피진정인 양쪽 모두의 입장을 청취하는 것은 허위 진정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기 위해서도 필수적일 뿐 아니라 절차적 공정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진정 접수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 변호사의 불성실한 업무로 피해를 본 진정인에 대한 구제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에게 진정 사실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변호사와 의뢰인 간 평화적 분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진정 제도의 필수적 절차라고 봐야 한다"며 "만약 변호사의 소명 절차가 없을 경우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직접 접근해 소명을 요구하거나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의 사건으로 번져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진정 각하 사유 중 하나인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를 세분화해 무분별한 진정 제기를 막을 필요는 있다"면서도 "어찌됐든 변호사는 일반 국민에 비해 법률분야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는데, 변호사회에 변호사를 대신해 허위 진정인에 대한 무고죄 고발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자칫 직역이기주의로 비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변호사단체로서 회원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동시에 변호사 전체의 위상을 위해 진정인 주장의 진위를 가려야한다고 판단되면 진정을 접수하고 있다"며 "사실관계 서술과 자료가 부실한 진정은 각하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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