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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으로 밀리는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감호’

정신질환자 범죄 크게 늘고 재범률도 65.4% 기록

미국변호사

최근 정신질환 범죄자들의 치료 및 사회복귀를 위한 치료감호 청구와 인용률이 동시에 크게 떨어지면서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날로 짙어지는 엄벌주의 위주의 형사정책 경향과 함께 치료감호소의 만성적인 인력·예산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치료감호 제도 정상화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확대 및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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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감호 청구·인용 동반 하락" = 형사사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는 물론 이를 인용하는 판결도 모두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치료감호법 제2조에 따르면, 치료감호대상자는 '형법 제10조 1항에 따라 벌하지 아니하거나 같은 조 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그 밖에 남용되거나 해독을 끼칠 우려가 있는 물질이나 알코올을 식음·섭취·흡입·흡연 또는 주입받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소아성기호증, 성적가학증 등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를 지은 자' 등이다. 


엄벌주의 형사정책에

 만성적 인력·예산부족 겹쳐


한 변호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이 농후한데도 법원이 치료감호 청구를 기각해 의아했다"며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치료 필요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도 검사가 끝까지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문종탁(44·변호사시험 4회) 법률사무소 JT 변호사도 "최근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가 줄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며 "누군가 자기를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을 가진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를 맡은 적이 있는데, 정신감정 결과 정신질환이 의심된다는 의료진 소견이 나와서 치료감호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검찰이 치료감호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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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는 2009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2021 검찰연감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 수는 2009년 350건이었지만, 2013년 254건, 2019년 184건, 2021년 78건 등을 기록하며 크게 줄고 있다.

법원이 1심에서 치료감호 청구를 인용하는 비율도 계속 줄고 있다.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1심에서 치료감호 청구 인용률은 2014년 82.9%(223건)에 달했지만 점차 하락해 2020년에는 68.3%(114건)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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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이 필요한 사건에만 치료감호를 청구해 검찰의 청구 건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정말 필요한 사건에만 청구했다면 법원의 치료감호 인용률이 왜 동시에 낮아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수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예방·교정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정신장애 범죄자들의 중범죄가 부각되면서 정신장애를 이유로 감형되는 경향이 사라지고 있고 (그에 따라) 치료감호 선고에도 좀더 신중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치료명령, 성충동약물치료 등 형벌 이외의 다양한 형사제재가 활성화돼 치료감호 선고의 필요성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법원과 검찰에서 만성적으로 과밀 수용상태인 치료감호소의 상황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관계자는 "(치료감호 청구 건수가) 2009년에 비해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전체 사건 수 및 치료감호 요건에 해당하는 자의 증감에 따른 것이고 치료감호소 과밀화 등은 특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감호 판결의) 모집단 자체가 적어 경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법원의 치료감호 인용이 줄어든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법원 인용률 낮아지고 

검찰 청구건수도 줄어들어


◇ 엄벌주의만 강조·치료감호소 인력·예산 부족도 문제 =
전문가들은 치료감호 청구·인용이 줄어든 원인으로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강화 기조와 함께 치료감호소의 만성적인 인력·예산 부족 등을 꼽는다.

신은규(37·사법연수원 44기)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청소년기 때부터 이상 성적 충동 등의 사유로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피고인들이 비슷한 유형의 범행을 저지른 사례들에서 2011년에는 치료감호 판결이 선고된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징역형이 선고됐다"며 "법원이 심신미약이나 심신장애를 인정해 감형한 일부 사건 등이 여론의 공분을 산 이후 법원과 검찰에서 치료감호 대상 기준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피고인 치료감호 기각에  

변호사들 ‘난감’

 

치료감호소의 만성적인 인력·예산 부족도 제도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치료감호소의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해 치료감호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운용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한 전국 단위 법무병원인 공주치료감호소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밀화에 시달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을 기준으로 공주치료감호소 의사 수는 7.5명으로 결원이 12.5명이다(0.5는 시간선택제로 주20시간을 근무하는 의사 수를 의미한다). 의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104명에 달한다.

치료감호 청구·인용 건수 등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때 과밀화를 걱정했던 공주치료감호소 병상은 30%가량이 빈 상태다. 

 

‘변호인도 직접청구·법원 직권결정’  

대안도 제시 


법무부에 따르면, 공주 치료감호소 수용인원은 2015년 1212명에서 2022년 834명으로 줄었다. 수용정원인 1200병상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치료감호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수용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감호 가종료를 확대해 수용인원이 줄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용인원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신질환 범죄자는 2018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2021년도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 등에 따르면, 정신장애 범죄자는 2018년 7304명에서 2019년 7818명, 2020년 9058명으로 늘었다. 재범률도 높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률은 65.4%를 기록했다. 


제도 정상화 위한 인프라 확대와  

인식전환 절실   


◇ 치료감호 제도 정상화 위한 지원 확대해야 =
전문가들은 치료감호 제도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치료감호 청구 및 판결 요건 완화 △치료감호심의위원회 실질화 △치료감호 시설 확충 및 지원 강화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 범죄자의 치료와 사회복귀는 물론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실질적·집중적 치료가 가능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권수진 실장은 "정신장애 범죄인이 동료 수용자와 갈등을 일으키면 징벌이 누적돼 가석방에 불리할 수 있어 수형생활이 더 어려워진다"며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구금'보다는 '치료'를 확충하고 치료감호 시설을 지역별로 분산·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종탁 변호사는 "피고인을 직접 접견하는 변호인이 치료감호 청구를 할 수 있게 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치료감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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