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법원, 법원행정처

(단독) 법원 장기미제 사건 적체 ‘사상 최악’

올해 1심 민사합의부 ‘미제분포지수’ 역대 최저 기록

미국변호사

175226.jpg

 

올해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미제분포지수'가 사상 최악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미제분포지수가 '마이너스(-)' 대로 추락해 법원 안팎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제분포지수는 법원이 심리 중인 미제사건의 분포 현황을 나타내는 지수로, 오래된 장기 미제사건 비율이 높을수록 낮은 수치를 보인다. 결국 기약도 없이 법원 판단만 바라보고 있는 장기미제사건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보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월말 기준 12.8기록

 역대 처음으로 10점대 진입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미제분포지수가 올해 10월 말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나쁜 '12.8'을 기록했다(소송남용인 의심 사건 제외). 소송남용인 의심 사건을 포함하더라도 12.5로 별 차이가 없다.

미제분포지수는 미제사건 중 심리기간이 오래된 사건의 점유율을 나타낸다. '6개월 이내 미제사건점유율 + (1년 이내 미제사건점유율 * 0.9) - 2년 이내 미제사건점유율 - (2년 초과 미제사건점유율 * 2)'의 산식을 통해 산출한다. 따라서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오래된 미제 사건의 비율이 적고, 반대로 수치가 낮으면 오래된 미제 사건이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17526_7.jpg

문제는 미제분포지수 악화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추락세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인 2010년 12월 말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미제분포지수는 66.4였다. 이후 2015년 34로 악화된 이후 2016년 41.2로 개선 조짐을 보였지만 2017년 40, 2018년 36.4, 2019년 34.8(소송남용인 의심 사건 포함, 제외하면 30.2)로 추락했다. 지난해에는 낙폭이 더 커져 23.3(소송남용인 의심 사건 포함, 제외하면 22.2)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급기야 역대 최악인 10점대로 진입한 것이다.

 

2010년 66.4→2015년 34 기록 이후 

계속 악화 추세


서울중앙지법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0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중앙지법 민사 합의부 1심 미제분포지수가 '-5.6(소송남용인 의심 사건 포함 -6.5)'을 기록했다. 2019년 13.3, 지난해 5.0으로 추락한 데 이어 급기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대로 진입한 것이다.

주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복잡한 사건이 많기 때문에 미제분포지수 상황이 다른 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쁠 수도 있지만, 법조계는 "미제분포지수 마이너스는 듣도 보도 못한 수치"라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례적인 것을 넘어 초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제분포지수 산식 설계자도 마이너스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제분포지수는 통상 합의부나 항소부의 경우 50~60대를 유지하고, 사건을 많이 처리하면 70대 이상이 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합의부라고 해도 미제분포지수가 50대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10~20대나 마이너스 수치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가장 심해 

사상 첫 지수 -5.6 기록

 

다른 변호사는 "장기 미제를 줄이는 것은 개별 재판부뿐만 아니라 전체 법원의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사법행정권자인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 등이 장기미제 사건이 많을 경우 해당 재판부의 상황을 파악하고 사건 처리를 독려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법원장 등이 일선 법관들 눈치만 보면서 그런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여기에 민사 합의부 배석판사들이 주심당 1주일에 3건 정도만 사건을 처리하는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되면서 사건 적체가 더욱 심각해진 것"이라며 "사건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국민만 손해를 보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법원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외부로부터의 지적이 무겁게 느껴졌던 한 해이기도 하다"며 "(코로나19 영향 등도 있었겠지만) 사건처리가 늦어져 국민의 권리구제에 부족함이 있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대책 가운데 하나로 '법관 사무분담 기간 장기화 방안'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정도다.

175226_1.jpg

하지만 해법은 요원한 상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논의된 법관 사무분담 장기화 방안에 대해 대다수의 일선 법관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선호하는 재판부면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힘든 재판부에 배속될 경우 근무기간이 1년이나 더 늘어나게 되니 누가 나서겠느냐"고 했다.


법조계

 “초유의 사태

 마이너스는 생각도 못한 충격”


한 부장판사는 "사건이 점차 난이도 높아지고 전문화되면서 예전처럼 해결할 수 있는지, 법원의 사건 처리 능력, 인력구조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하고 전문 영역 관련 재판연구원과 판사 수를 증원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면서 "다만 합의부 배석판사들이 1주일에 3건 정도만 처리하기로 맞추면서 사건 처리가 경직화돼 생기는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있어 다각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법원이 내년 3월부터 민사소송 단독재판과 합의재판 사물관할 구분을 소가 2억에서 5년으로 높이겠다는 방안을 내놨는데,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면서 "사건 적체 해소는커녕 민사단독의 미제분포지수까지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부장판사는 "미제분포지수가 마이너스 대까지 떨어진 것은 단적으로 판사들이 일을 안해서 그런 것"이라며 "예전에는 가급적 사건을 쌓아두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지금은 부장판사 입장에서 굳이 배석판사들에게 사건을 빨리 처리하라고 얘기할 '유인'이 사라진 것이 현실이다. 승진제도 등도 사라졌는데, 이른바 '벙커'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굳이 사건 처리를 재촉할 부장판사들이 과연 있을까 싶다. 판사가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시대는 이미 지나 미제분포지수가 단시간 내에 좋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연·한수현·이용경 기자   sypark·shhan·yklee@lawtimes.co.kr

 

 

175226_2.jpg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