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평

[서평]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 (윤성근 著)

법치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혜

리걸에듀

174663_1.jpg

 

윤성근 원장이 오랫동안 경제신문에 기고한 글과 법원장으로서 시민에 대한 강연을 모은 책이 출간되었다. 재판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사법과 재판의 정신과 가치를 알리고자 심혈을 기울여 쓴 것이다. 뜨거웠던 민주화운동 시기에 법과대학과 사법연수원을 같이 다녔고, 사법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일상화된 1990년대 후반부터 법원에서 함께 일한 친구로서 진심으로 축하하며 박수를 보낸다.

책의 주제는 민주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법치주의를 정착하고 시민사회로부터 공감과 믿음을 얻을 수 있느냐이다. 중요한 주장을 책에서 찾아본다.

"정의감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갈등과 분열을 낳으므로 끝까지 관철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여지를 남겨주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소수자인 동시에 다수자이므로,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동의가 상대적으로 쉬운 적법절차와 법치주의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사법부는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사회의 핵심적 가치와 인권을 옹호하는 보루이다. 형사재판으로 정의를 실현하되, 먼저 올바른 절차를 통해야 한다. 판사에게는 지나친 확신보다 마음을 비운 진지한 탐구와 경청이 중요하다."

모두 올바르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원화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개인이나 집단은 정의를 추구할 때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 나도 소수자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 통념에 따른 안이한 생각을 바꾸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출발점이 된다.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적법절차를 지키고, 인권을 보호하고 권력을 억제하는 법치주의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선거로 선출되지 않는 사법부는 정치권이나 요동치는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마지막 파수꾼으로 법치주의와 시민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 형사재판에서는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나오지 않도록 적법절차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 판사는 사건을 심리할 때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당사자의 말을 잘 듣고 여러모로 생각하고 따져보아야 한다. 더 많은 성찰과 지혜를 느끼려면 꼭 완독하기 바란다.

윤 원장은 국제거래법 전문가로 실정법과 법리에 정통한 판사이자, 철학과 역사와 문학을 사랑하는 지성인이다. 3년 전 필자는 <재판으로 본 세계사>의 초고를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해박한 지식과 깊은 시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었고, <아이히만 재판>에서는 가볍게 넘어간 문제까지 예리하게 지적했다. 아무리 정의가 올바르더라도, 정당한 법적 절차를 지키면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끈기있게 소신을 밝히고 설득하는 모습에 감탄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예로부터 선비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꼽는데, 윤 원장은 이 모든 것을 두루 갖췄다. 콤비가 잘 어울리는 멋쟁이였고, 말은 군더더기가 없었으며, 법리에 빈틈이 없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판결문을 썼다. 그의 판사실 책상에는 영국 톰빙험 대법관의 저서 'The Rule of Law'가 놓여있고, 벽에는 ‘향원익청(香遠益淸)’이라고 쓴 액자가 걸려있다. 서양의 법과 법률가의 논리와 이성을 따르되, 동양의 선비정신으로 자기를 되돌아보는 이 시대 재판관의 내면세계를 잘 보여준다. 윤성근, 어서 일어나서 돌아오라. 친구와 후배들이 기다리는 서초동 법원으로.


박형남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종합법무관리솔루션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