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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미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미국변호사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홍익표)는 15일 오경미(53·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이날 곧바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인준을 받게 된다.

 

오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부족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반영하고, 다수결의 원칙만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고려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성인지적 관점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의 시각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우선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두 가치 다 공정한 재판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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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혐오표현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신종 범죄가 일상의 평온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판결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지점을 발견해야하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자는 "재판은 많이 읽고, 많이 사색하며, 그 속에서 궁극적인 가치와 진실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과정이었다"며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법관으로서 지켜왔던 초심과 소명을 잊지 않고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으면 헌정 사상 8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현재 대법원에는 박정화(56·20기), 민유숙(56·18기), 노정희(58·19기) 대법관 등 3명의 여성 대법관이 있다.

 

전북 익산 출신인 오 후보자는 이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6년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창원·부산지법 판사,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지역 지역법관으로 근무했다. 이어 서울고법 고법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직무대리 등을 지냈다. 올 5월에는 대법원 산하 커뮤니티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창립발기인 겸 초대 회장에 선임됐다. 또 본보 칼럼인 목요일언 필진으로도 활약했다.

 

오 후보자는 해박한 법률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법률가로 평가 받는다. 당사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훌륭한 재판진행과 해박한 법리와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치밀하게 사건을 파악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서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하여 소송관계인들로부터 신뢰가 두텁다는 평이다. 그는 전북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법관평가에서 2020년 우수 법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 후보자는 최근 손준성(47·29기)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하며 불거진 증거인멸 논란 관련 질문에 "(문서 등의 종류가 아닌 SNS 계정 삭제는) 새로운 판단영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논란이 되는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손 검사가 9월13일 텔레그램 계정을 삭제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오 후보자는 "언뜻 언론에서 그런 사실관계에 관한 기사를 본 기억은 있다"며 "그런데 아직 어떤 SNS 계정 삭제가 (증거인멸에) 해당하느냐에 관한 실무적인 사례는 들은 기억이 없다. 새로운 판단영역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사건과 관련될 여지가 있어 그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회에서 고발사주 의혹 사건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야당은 불편함 심기를 드러냈다.

 
유상범(55·21기)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을 기반으로 의견을 묻는다면 의미가 있지만, 단 하나의 사실관계가 하나도 확인된 게 없다"며 "가정에 의한 질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오 후보자는 배우자 이영욱(53·25기) 변호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 변호사가 지난해 2월 퇴임 직전 창원시 정무부시장직에 지원한 것에 대해 "남편은 법관이 되기 전부터 행정에 관심이 많았다"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지원했는데 사직처리가 (2월 말까지) 늦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논란에 대해서는 "퇴직금 소송은 법원의 퇴직금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후배들을 위해 행정처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의도로 시작했다"며 "1심에서 승소하고 판결이유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해 논란이 된 후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변호에 대해선 "남편이 담당한 이후 알게됐고 소속 법무법인이 수임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오 후보자 모두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홍익표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의정활동으로 바쁘신 가운데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대법관 후보자로서 민의의 대변자이신 위원님들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사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대법관 후보자로서 저의 책임을 명심하고, 위원님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하겠습니다.

저는 전북 익산에서 농민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는 한편 자연을 벗 삼아 글을 읽고 쓰며 자란 그 시절은 저의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읽은 박경리 선생의 수필집 ?원주통신?은 독립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존엄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이후 제 삶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 시대의 큰 전환점이 된 1987년에 법대에 진학하였습니다. 신입생으로서 6.10 민주항쟁을 겪었고, 새 헌법에 따라 민주질서가 조금씩 자리잡는 상황 속에서 대학생활을 하였습니다. 잠시 문학에 경도되기도 하였지만, 전문직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사법시험을 준비하였고, 공정의 가치와 함께 개인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자리로서 법관의 직분을 선택하였습니다.

법관직은 많은 사람을 만나 삶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일이었습니다. 재판은 많이 읽고, 많이 사색하며, 그 속에서 궁극적인 가치와 진실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사람과 생명을 경외하고 모국어를 사랑하는 저의 영혼에 소명의 불이 켜졌고, 저는 그 등불을 따라 한눈팔지 않고 25년을 걸어왔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사실심 법관으로서 이웃의 삶에 재판의 형태로 참여하여 같이 호흡하였습니다. 양쪽의 의견을 경청하며, 올바른 사실인정과 법적 판단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양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던 우간다 여성에 대한 난민 재판에서 최초로 난민의 지위를 인정한 것은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가치관의 대립이 심한 분야일수록 소수의 가치가 외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재판에 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공동체 생활을 해 온 섬마을 사람들의 취득시효를 인정하여, 투기 목적을 가진 외지인들로부터 삶의 터전을 보호하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등기나 주민등록제도가 늦게 정착된 서해 도서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차이나 지역 간 격차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또래 간 학교폭력이 문제된 사건에서, 타인에 대한 혐오표현을 동반한 언어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위법성에 주목하여, 학교폭력과 피해자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해 보려고도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부족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반영하고, 다수결의 원칙만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고려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동료 법관들과 함께 젠더법 연구회와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법과 제도를 해석하고 적용할 때 갖추어야 할 ‘성인지적 관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특히 세미나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겪고 있거나 그러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하였습니다.

경험칙을 적용할 때 ‘성인지적 관점’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의 시각이나 경험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같은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재판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서로 배타적인 가치가 아니며, 둘 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다양한 시각을 조화롭게 반영하여 성폭력 사건에서 형사사법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표출되는 갈등의 양상은 과거와 많이 다름을 목도합니다. 기성세대의 가치와 새로운 세대의 가치가 충돌하고,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혐오표현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신종 범죄가 일상의 평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판결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지점을 발견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저는 현행 헌법이 태어난 1987년에 대학에 들어가 민주적 새 헌법으로 법학공부를 시작한 첫 세대이자,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아닌 고법판사로서 재판장 업무를 맡게 된 새로운 세대의 일원으로서, 법원의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저는 때때로 재판의 당사자들로부터 편지나 카드를 받았습니다. 저는 그중 저의 재판을 질책한 분의 편지 한 통과 감사의 뜻을 보낸 분의 편지 한 통을 함께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질책의 편지는 반성과 겸허의 자세를 갖게 하고, 감사의 편지는 공정한 재판에 대한 긍지와 열정을 일깨웁니다.

만일 제가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제가 보관하고 있는 두 통의 편지와 함께, 법관으로서 지켜왔던 초심과 소명을 잊지 않고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오늘 청문회를 위하여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홍익표 위원장님과 여러 위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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