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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재판 지연 피해는 국민에게”… 법조계 우려 확산

국회, 법원조직법개정안 부결 파장

리걸에듀

원활한 법관 충원을 위해 법관 임용 때 요구되는 최소 법조경력을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사건 처리 지연 등 피해가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어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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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량 있는 판사 선발 더 어려워졌다" =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법조경력 7년 이상의 법조인들만 판사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후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 판사 임용에 지원할 수 있게 돼 자격요건이 더 높아진다.

 

대법원은 이렇게 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법관 현원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은 법관 현원이 법조경력 7년 이상인 법조인을 선발하는 2022년 -27명, 2023년 -27명, 2024년 -7명, 2025년 -7명, 법조경력 10년 이상을 선발하는 2026년 -37명, 2027년 -37명, 2028년 -37명, 2029년 -17명 등으로 매년 마이너스대를 기록해 2029년이 되면 연말 법관 현원이 올해(3115명 예상)보다 196명이나 줄어든 2919명 선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경력 7~10년 요구는

 곧 법관 수 감소로 이어져


판사 수가 줄면 판사 1인당 맡게 되는 사건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 업무 가중에 따른 재판 지연과 사건 적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속한 재판을 통한 빠른 권리구제가 어려워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한 부장판사는 "10년 이상 로펌 등에서 일하던 분들을 법관으로 채용하려면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현행 경력요건만 요구한다면 지금보다 법관 선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판사로 임용되면 지방근무도 해야 하고 그렇다고 급여나 업무량에 있어서도 큰 이점이 없는데 경력 법조인들이 과연 이런 점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원으로 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관 1인당 사건 증가

업무가중에 재판지연 불가피


또다른 부장판사는 "최근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군 성범죄 사건 등의 1,2심을 민간에서 재판하게 돼 일선 법원이 담당해야 할 재판이 더 늘어나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들에 대한 고려나 대비가 전혀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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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 재판받을 권리 침해받을 것" = 법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사건 처리 지연 등으로 사법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변호사업계와 법학계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지난 7월 성명을 내고 "수년간 법관의 사건 1건당 처리 소요 일수는 증가하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재판 지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돼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법관 임용 기준을 현행과 같이 법조 경력 10년 이상으로 유지하게 되면 지원자 부족으로 인해 법관의 신규 임용이 더욱 어려워져 적정 수준의 법관 충원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돼 국민들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영환)와 로스쿨협의회(이사장 한기정)도 현행 법원조직법이 유지되면 법관 충원에 차질이 예상돼 재판 지연 등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법원조직법 개정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민간법원서 군 성범죄 등

 1·2심 담당 대비도 안 돼

 

한 변호사는 "법조경력이 10년쯤 되면 로펌에서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시기일 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 어느 정도 업무 능력과 성과를 쌓아 자리를 잡는 시기"라며 "최소 30대 후반에서 40대의 나이에 판결문 초안을 쓰는 등 법관이라는 새로운 직종에서 업무를 맡고자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현재 법관 임용 절차를 보면 필기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는데, 로펌에서 일하면서 이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아 법조경력이 높을수록 법관 지원을 단념하게 될 것"이라며 "현행법이 유지되면 법관 전체 연령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럴 경우 다양한 국민의 시각에 맞는 재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능한 경력법조인 

법원으로 오게 할 방안도 검토 


◇ "하루 빨리 대안 찾아야" = 이 때문에 사건 적체를 막고 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빠른 시일 내에 법원조직법 개정을 재추진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능력 있는 경력 법조인을 법원으로 끌어들일 만한 적절한 유인책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급여나 복지는 물론이고 이들의 업무를 뒷받침할 재판연구원 확충 등 다양한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1심을 원칙적으로 단독 재판부로 구성해 지금보다 확대한다면 판사 1인당 사건 수가 적어지고, 자연스럽게 사건도 빨리 처리돼 재판의 충실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슈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재정합의를 통해 합의부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조직법 개정 재추진 등 

다양한 대책 논의 필요


다른 판사는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법조일원화의 본래 취지라면, 전문분야 경력을 쌓아 온 법조인들을 존중하는 법원만의 세부 방침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예컨대 '회생'을 전문분야로 특화된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지방으로 돌리고, 일반 민사·형사·약식 사건을 맡긴다면 이미 실력으로 변호사업계 등에서 자리 잡은 전문 법조인들은 법원에 데려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력 법조인들이 법관에 지원할 때 필기시험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기시험을 없애는 대신 평판사에서부터 부장판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판사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지원자들을 장기간 면접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정성평가를 진행한다면 법원에 필요한 인재의 지원과 채용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연·한수현·이용경 기자   sypark·shhan·y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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