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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법관 부족 심화… 신속한 국민권리 구제 ‘빨간불’

지원자 큰 폭 감소 예상… 법관 수급계획 차질 불가피

리걸에듀
법관 부족과 웰빙 판사 등장으로 재판이 지연되고 장기화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관 임용기준을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마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신속한 국민 권리구제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월을 기준으로 민사 합의부 1심 사건(본안)의 경우 평균 처리 기간이 350.1일로 약 1년에 달하고, 형사 합의부 1심 사건(공판)도 193.8일이 걸려 반년이 넘게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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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심 기준으로 민사 합의부 본안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이 298.3일, 형사 합의부 공판 사건의 경우 구속사건은 122.5일, 불구속사건은 174일에 달했는데 재판 지연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이다.

 

7월 기준 민사합의부 1심사건

평균 처리기간 350일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판사들이 재판을 너무 안해준다"며 "어떤 판사는 다음 재판기일을 3개월 뒤로 잡는 경우도 있더라. 재판 기간이 늘어지고 있다는 점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도 "지난해 법원의 장기미제사건 현황을 나타내는 '미제분포지수'가 최근 10년간 가장 나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피가 마를 지경이다. 법원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을 되새겨 봐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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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과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 등에 따른 판사들의 업무 의욕 저하 등도 거론되지만, 기본적으로 과중한 업무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때문에 법관 인력 확충이 근본적인 해법으로 늘 꼽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형사 합의부1심사건도 

193.8일 걸려 반년 넘게 소요

 

실제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149~175명의 법관이 새로 임용됐지만, 판사를 일정한 법조경력을 가진 법조인 가운데 선발토록 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 2013년 이후에는 2017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39~111명 정도만 임용됐다.

 

법조일원화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원조직법은 법관이 될 수 있는 최소 법조경력을 올해까지는 5년으로 유지하되,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7년,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도록 하고 있다.

 

“작년 ‘미제분포지수’ 

최근 10년 중 가장 나쁜 수준”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법관 임용에 지원한 법조경력 10년 이상인 법조인 수는 연평균 18명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법관 임용 지원자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도 감소 추세를 보여 2019년에는 전체의 7%, 2020년에는 전체의 8%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법관 임용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 요건을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 기간을 '5년 이상'으로 단축하되, 고등법원 및 특허법원 판사의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판사를 보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법관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법관이 제대로 충원되지 못하면 법원의 사건 지체 현상이 더 심각해져 신속한 권리 구제 등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부터 법관임용 신청자격

 ‘법조경력 7년 이상’ 으로

 
한 변호사는 "사회 전반적으로 워라밸,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판사들에게만 당신들은 예외라고 할 순 없지만, 사건 처리가 늦어져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신속한 국민 권리구제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사법부는 물론 국회는 원활한 법관 충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판사는 "법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업무 부담 가중으로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조경력 요건을 낮추지 못한다면 다른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안이라도 마련해 법관 충원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연·한수현·이용경 기자   sypark·shhan·y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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