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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스톡옵션”… 변호사들 기업으로 몰린다

신생산업의 성장 가능성·경력관리 필요성 등 영향

리걸에듀

변호사들의 기업행 러시가 거세다. 기업의 성장가능성,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등 이유도 다양하다. 특히 대형로펌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엘리트까지 과감하게 이직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내변호사 전성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로펌들은 기업행 인력 유출에 대비해 경력·상시 채용을 늘리고 있다. 기업을 거쳐 로펌으로 리턴하는 사례도 많아지면서 기업과 로펌 간 변호사 인력 이동이 상시화되고 있는 흐름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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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생 기업 향하는 변호사들 =
기업행 대열에 뛰어든 변호사 가운데에는 제조업 등 전통적인 산업 분야가 아닌 IT·플랫폼 등 신(新)산업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신생 기업에 합류하는 변호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이커머스 분야의 전문가인 천준범(44·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움에서 일하다 지난 6월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법무대외협력실장으로 합류했다. 이재환(42·35기)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하다 2019년 위메프를 거쳐 올해 4월 무신사에 합류, 법무실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강한승(53· 23기) 변호사가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사장)로, 부장판사 출신의 함윤식(50·27기) KHL 변호사가 우아한형제들의 고객중심경영부문장 겸 법무실장(부사장)으로 합류해 화제가 됐다.

이들은 유니콘 기업 등 신생 기업에 합류해 새로 법무팀을 세팅하고, 연일 확장되는 비즈니스의 리스크를 검토하는 등 신생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강도 업무·파트너 승급 부담감 등도 

전직 요인

 

저년차 변호사들의 기업행도 거세다. 대형로펌에서 일하던 A변호사는 지난해 OTT 기업에 합류했고, 다른 로펌 출신 B변호사도 지난해 핀테크 기업으로 옮겼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신생 기업의 성장가능성과 △커리어 관리의 필요성 등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내변호사는 "로펌 내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저년차 '엘리트'들의 유출이 늘어나는 것이 이전과 특히 다른 부분"이라며 "로펌에서의 성장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파트너 승급도 점차 어려워지는 추세인 반면 신생 기업들은 현재는 규모가 작아도 성장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받는 등 소위 '대박'이 터지길 기대하며 합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완근(46·33기) 한국사내변호사회장은 "변호사가 늘어나며 기업들이 변호사 채용을 많이 시도했는데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늘었다"며 "변호사 입장에서도 기업으로 이동해 커리어를 관리할 필요가 늘었고, 산업 시장의 흐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이직 경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로펌 기업행 유출 대비해 

경력·상시채용 늘려


◇ '저녁 있는 삶' 찾아 떠나는 2030 = '저녁과 주말 있는 삶'을 찾아 사내변호사로 이직하는 로펌 3~5년차 주니어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로스쿨에 진학한 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이들이 증가해 새내기 변호사들의 평균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올해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31.19세로 역대 가장 낮았다. 이 중 25세 이상 35세 미만이 약 82%를 차지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30세대는 높은 업무 강도와 고연봉보다는 '워라밸'을 중시하며, 일하는 자신과 여가 생활을 즐기는 자신을 분리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변호사 업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며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직종을 선호하기도 한다.

3년간 로펌에서 송무변호사로 일하다 최근 사내변호사로 이직한 C변호사는 "향후 대학교수 등의 커리어를 위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이전에 근무하던 로펌에서는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해서 논문을 작성할 시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내변호사로 이직한 뒤에는 이전보다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겨 논문을 틈틈이 작성하면서 회사 업무와 대학원 과제를 모두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 거쳐 로펌으로

 다시 돌아오는 사례도 늘어나


로펌의 과중한 업무량, 특히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이어지는 의뢰인들의 연락과 야근 등은 주니어 변호사들의 이탈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무용과 일상용으로 나눠 휴대전화를 2개 이상 쓰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기도 하지만, "왜 주말에는 의뢰인 연락을 받지 않느냐"는 상사의 눈치에 결국 로펌을 떠나는 사례도 있다.

사내변호사로 이직을 준비 중인 D변호사는 "들어오는 사건은 많은데 일을 처리할 변호사는 부족하다보니 매일 새벽 4~5시까지 일하다 건강까지 나빠졌다"며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기업이 상대적으로 워라밸이 좋다고 해서 이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박소언(41·41기) 대한변호사협회 사내변호사특별위원장은 "로펌에서 파트너가 되면 수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요즘에는 법률서비스 시장도 어렵다보니 가중되는 부담감을 고려해 일찍이 기업 사내변호사로 이직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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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회·한국사내변호사회 '멘토링' 프로그램 사진

 

◇ 로펌들, 인재 유출에 경력·사내변호사 채용↑ = 로펌들도 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며 채용 경향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신입 채용을 줄이는 대신 경력·상시 채용을 늘리고, 파트너급 사내변호사를 로펌으로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10대 대형로펌이 채용한 전체 신입변호사는 232명으로, 지난해 240명보다 줄었다. 이에 반해 로펌 내 '전문팀' 단위에서 경력 및 상시 채용은 늘어나는 추세다. 광장 국제통상그룹은 지난 3월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를 통해 변호사 모집 공고를 냈고, 율촌 노동팀도 5월 2명의 경력변호사를 모집했다.

 

기업과 로펌 간 변호사 이동 상시화 

흐름도 감지  


한 대형로펌 채용담당 변호사는 "판·검사 등에 임용돼 법원·검찰로 빠져나가는 인력 외에 기업행 변호사들까지 늘면서, 로펌에서 소위 '순혈'이라 부르는 신입 공채를 고집하는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경력·상시 채용이 늘어났다"며 "이전에는 경력자를 채용할 때 출신 로펌 순위에 따른 하한선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전방위적인 채용이 이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창 일을 하고, 몇 년 뒤에는 사건을 수임해올 변호사들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로펌에서 기업으로 이직했던 변호사들의 '리턴' 사례도 늘고 있다. 대형로펌 출신으로 플랫폼 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올해 다시 로펌으로 복귀해 화제가 된 사례도 있다.

한 변호사는 "로펌에서 보면 주니어급 뿐만 아니라 지분파트너급 사내변호사의 영입 필요도 늘 존재한다"며 "해당 산업 분야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에 해박하며 사건 수임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 분들은) 로펌에서의 업무 경험도 있어 빠른 적응력과 성과를 보여줄 수 있어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정·남가언 기자soojung·ganiii@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