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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결과에 책임 없는 경찰… 원인은 ‘인사 제도’

검사는 기소사건 무죄판결 땐 평정결과 따라 벌점

리걸에듀

올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된 데 이어 검찰 직접수사가 대폭 축소되면서 경찰이 수사의 주체 또는 사실상 '수사의 주재자'가 됐지만 검사와 달리 사법경찰관에게는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가 없어 책임수사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는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면 평정 결과에 따라 벌점을 받기도 하지만, 경찰의 경우 인사고과와 직접 연결하는 규정이나 제도가 없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이 용의자나 피의자를 검거·체포하는 것을 넘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된 만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약속한 진정한 책임수사 체제 구현을 위해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 전후로 과장·팀장 등 부서장과 담당 수사관의 수사결과를 추적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내부 반발 등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현재는 사실상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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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현재 경찰에는 수사결과를 수사관 개인의 인사평정에 직접 반영하는 규정이 없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돼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법의 심판대에 세운 사살이 드러나더라도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결과와 

인사고과 직접 연결 규정 없어


이와 달리 검찰은 사건평정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검사가 자신이 수사해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거나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 등이 내려질 경우 평정 결과에 따라 벌점이 부과된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는 담당한 사건 수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인사평정에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며 "인사 불이익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사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형사시스템 변경으로 

경찰이 사실상 수사 주재자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기소의견이든 불기소의견이든 모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고, 검사가 최종적으로 기소·불기소 여부를 판단했기 때문에 수사결과 등 법적 판단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검사가 지는 것이 당연했다. 형사소송법상 수사의 주재자도 검사로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었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고, 경찰은 사실상 독립적으로 수사한다. 검사는 송치사건(舊 기소의견)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 등만 요구할 수 있고, 불송치 사건(舊 불기소의견)에 대한 재수사 요구 등도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가능하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등 형사사법시스템 변경으로 경찰이 사실상 수사의 주재자가 된 만큼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엄중하게 묻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실적내기 위주의 무리한 수사, 인권침해적 수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수사 체제 구현위해 

결과 책임지는 제도 필요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서마다 담당자를 지정해 수사결과, 검찰의 처분, 재판 결과 등을 카운트 한 뒤 경찰서 단위, 팀·부서 평정에 반영한다"면서도 "부서나 팀이 바뀌는 경우가 많고 개인에게는 영향이 미비하기 때문에 사실상 간부급 외에는 큰 관심이 없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인사고과에서 검거나 체포 실적 등에 대해서는 정량적 평가를 하지만, 개인의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부서장이 정성적 평가만 한다"며 "형사사법제도가 바뀐 만큼 각 경찰 수사관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3중 심사체계를 갖추고 면밀한 점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개인에 대해서는) 평상시에도 수사팀장이 팀원들의 오류나 실수를 엄격하게 체크하고 정성평가를 통해 인사고과나 징계회부 등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사명감 있는 검사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명이 나눠하는 구조로 바뀌어 버렸다"며 "수사책임 소재가 명확한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검찰이 사건처리 과정을 경찰에 공유하는 등 협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검찰의 인사평정 방식을 반드시 답습할 필요는 없다"며 "무죄 등 결론만을 근거로 인사에서 저평가 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범죄와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져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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