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무부

법무부 "소환조사 남용 금지… 피의사실 유출 규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등 합동감찰 결과 발표
"대대적 감찰 해놓고 실체적 진실 판단은 하지도 않아" 비판도

미국변호사

법무부가 14일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계기로 대검찰청과 함께 진행한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검찰의 소환조사 남용 방지와 피의사실 유출을 통한 여론 몰이식 수사를 막겠다며 개선 대책을 내놨다. 지난 3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고강도 합동감찰을 지시한지 약 4개월만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대대적인 합동감찰을 진행했음에도 한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 등에 대한 실체 판단은 하지 않은 채 사건처리 과정의 부적절성과 검찰의 낡은 수사관행만을 문제 삼은 것은 이번 감찰 역시 검찰의 손발을 옭죄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1471.jpg

 

박 장관은 이날 합동감찰 결과 브리핑에서 "검찰이 과거와 단절하고 완전히 새로운 검찰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누구를 벌주기 위한 감찰이 아닌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부당한 사건 처리라고 지적하며 개선 대책까지 내놓으면서 책임자를 문책 않는 감찰도 있느냐"며 "책임을 추궁할만한 사실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면, 박 장관은 본인이 그렇게 비판하고 있는 '제 식구 감싸기'를 직접 자신이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 브리핑을 갖고 이번 합동감찰의 착수 배경이 된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수용자 반복 소환 △수사 협조자에 대한 부적절한 편의제공 △일부 수사서류 기록 미첨부 등 부적절한 수사관행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민원이 접수된 후 당시 대검이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사건 재배당을 시도해 조사에 혼란을 초래하고, 사실상 주임검사를 교체함으로써 결론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는 등 민원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대검이 소수 연구관들로 구성한 회의체를 통해 충분한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고 해당 사건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이후 법무부장관의 재검토 수사지휘에 따라 개최된 대검 확대 부장회의의 구체적 내용이 회의 종료 45분만에 특정 일간지에 단독 보도됐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법무부는 검사 직접수사 관행 개선안 발굴을, 대검은 부적절한 수사관행 진상 파악을 각각 담당해 4회에 걸친 연석회의를 통해 합동감찰의 진행 방향을 공유했다"며 "한 전 총리 관련 사건 뿐만 아니라 과거 주요 검사 직접수사 사건들까지 폭넓게 검토한 후 개선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검찰 수사절차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자의적 사건 배당과 수사팀 구성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배당과 수사팀 구성에 있어 원칙 마련'이 포함됐다. 또 증인에 대한 검사의 사전접촉을 최소화하고 증인 사전면담 내용 기록과 보존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박 장관은 "지난 2019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됐으나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고 여전히 수사정보는 언론에 계속 유출돼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논란이 있다"며 전면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기소 전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전제로 한 공식 공보 공개범위를 확대하되 수사 단계별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 심의 시 사건의 절차적 진행경과인지 여부와 수사의 종결여부 등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자의적 공개여부 결정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피의사실 공표의 예외적 허용요건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피의자가 그 범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가 있다는 전제 하에, 오보가 실제로 존재해 진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키로 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디지털성범죄 △감염병예방법 위반 △테러 등 구체적 예시를 규정에 넣어 피의사실 공표가 오용되는 것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같은 구체적 기준 마련에도 불구하고 규정에 어긋나는 피의사실 공표 행위가 이뤄질 경우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수사팀의 비위가 의심되면 수사나 감찰을 의뢰하도록 한다.

 

피의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고자 '이의제기권'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피의자·변호인 등의 반론요청이 있는 경우, 심의를 거쳐 공표와 동일한 방식과 절차에 따라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형사사건 내용의 부당한 공개로 인해 침해된 당사자의 권리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합동감찰 결과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법무부는 감찰의 단초가 된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한 모해위증 교사 여부 등 실체적 진실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감찰을 마무리했다"며 "합동감찰을 하겠다고 한 번 던져놓은 상태에서 그야말로 절차에 따라 마무리하는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해위증 의혹에 실체가 있었다면 진짜 잘못한 사람이 누구인지을 밝혀내고, 어떻게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한바탕 일은 벌려놨으니 수습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꺼낸 것 같은데,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월성 원전 등 현 정부 관련 주요사건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았다고 마치 수사팀이 관련 피의사실을 유출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 합당한지 모르겠다"며 "수사팀이 유출했다면 감찰 등을 통해 책임자를 찾아내 징계나 처벌을 해야 할 텐데, 그런 조치도 없이 두루뭉술하게 모두 검찰 수사팀 책임인양 몰아가는 것도 '여론 몰이식 발표'"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가족 관련 피의사실도 현재 거의 실시간 보도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왜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박 장관은 '절차적 정의를 바로세우는 시범케이스가 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어야 하느냐'고 말한 바 있는데, 그럼 반대로 왜 한 전 총리 사건과 현 정권 관련 수사 사건만 갖고 이러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