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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계 10명 중 9명 "로스쿨, 기초법학 교육 부실"

로스쿨 교수 90.2%, 기초법연구자 93.3% 지적
한국법학원 등 5개 단체, '기초법학 진흥' 토론회
가장 큰 원인은 '변호사시험에 종속한 교육' 지적

미국변호사

로스쿨 교수와 기초법학 연구자 등 법학계 종사자 10명 중 9명은 "로스쿨 기초법학 교육이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 커리큘럼 개발 등 기초법학 교육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법학원(원장 권오곤)과 서울대 법학연구소(소장 김종보), 한국법사학회(회장 정긍식), 한국법사회학회(회장 김도현). 한국법철학회(회장 정태욱) 등 5개 단체는 7일 '법학교육에서의 기초법학의 중요성과 한국 기초법학의 현황'을 주제로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 로스쿨 17동 103호에서 기초법학진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을 위해 온라인(Zoom)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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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는 기초법학 교육 및 연구의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각계각층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법철학회 기초법학 진흥TF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선숙 경북대 로스쿨 교수와 오민용 서울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기초법학 교육·연구 현황과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대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로스쿨의 교수와 기초법학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법학교육의 현실을 진단했다.

 

이들은 로스쿨 교수 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교육이 충실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90.2%에 달했다고 밝혔다. 기초법학 연구자 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와 같이 응답한 비율이 93.3%에 달했다. 이들은 학부에서의 기초법학 교육에 대해서도 89.1%가 '충실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강의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초법학 연구자의 90.5%가 '변호사시험 위주의 수업'을 꼽았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50%대에 머물고 있는 변호사시험 통과가 로스쿨 교육의 최대 목표가 되면서 기초법학 교육이 형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법학 연구자들은 또 학부에서의 기초법학 강의 어려움과 관련해서는 54.1%가 '수강생 부족'을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교육을 활성화 하기 위한 대안과 관련해서는 로스쿨 교수의 66%가 '기초법학의 필수과목 지정'을 꼽았다. 로스쿨 평가지표에 기초법학 교육을 반영해야 한다는 답도 55.6%로 뒤를 이었다. 기초법학 연구자의 경우에는 '기초법학의 필수과목 지정'을 우선적인 대안으로 꼽은 비율이 무려 86.5%에 달했다. 로스쿨 평가지표에 반영해야 한다는 답은 40.5%였다.

 

양 교수 등은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교육 활성화 방안으로 △교육과정 개선 △계절학기 기초법학 강좌 개설 △표준 커리큘럼과 교재 개발 △가상상황의 사고실험이나 법원리에 의거한 판례의 분석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방법 등을 제안했다. 학부단계에서의 기초법학 교육 활성화 방안으로는 △학부 공통 필수과목 지정 △표준 커리큘럼과 교재 개발 △법학적성시험(LEET)에 기초법학 지문·문항 확충 등 로스쿨 진학생을 위한 공동프로그램 개발을 꼽았다.

 

이들은 "법의 역사는 재해석(self reinvention)의 역사이고, 새로운 정답의 발견에는 법의 자기성찰적 이해가 필요하다"며 "기초법학의 역할은 법의 타락(corruptio legis)에의 저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초법학 교육의 의의는 학부과정에서는 시민 기본교양 교육의 성격을 가지며, 로스쿨에서는 법을 원리적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 시대정신에 부합되도록 법을 해석하는 역량을 증진하는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법사(法史)를 잊은 법학도에게 미래는 없다-로스쿨 법학교육에 있어서 로마법의 기여 가능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법사학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정교수는 "(리걸마인드 형성을 위해서는) 실정법이라는 드넓은 호수의 모든 고기를 잡아주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고기를 잡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로마법과의 대화를 고기잡는 방법의 하나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토론에는 김인재 인하대 로스쿨 교수, 박상수(42·변호사시험 2회)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박광서(50·33기) 수원고법 판사, 나희석(41·37기) 법무연수원 검사,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장원경 이화여대 스크랜튼 학부 교수, 박지윤 이화여대 로스쿨 연구교수, 정일영 서울시립대 법학연구소 강사, 최호동(41·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 등이 참석해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모색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권오곤(68·사법연수원 9기) 한국법학원장이 개회사를, 김상환(55·20기) 법원행정처장, 박범계(58·23기) 법무부 장관, 이종엽(58·18기) 대한변협회장, 정영환(61·15기)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기정 로스쿨협의회이사장이 축사를 했다.

 

권 원장은 개회사에서 "법철학이나 법제사 등의 기초법학에 대한 지식 없이 법학을 공부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처장과 등도 축사에서 기초법학의 중요성과 위기 상황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김영란(65·11기) 전 대법관은 '법조실무와 기초법학'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사유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는 법률실무가를 양성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며 "기초학문 분야 연구자들의 분석과 비판은 실무가들에게 중요하고 무거운 지적이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정치하고 훌륭한 판결을 하기 위해 분발하게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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