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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

미국변호사

[2021.06.23.]



1.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강조되는 안전·보건 조치의무

올해 1월 경영계와 노동계의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 2022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종전의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다른 의무를 사업주(개인사업주) 또는 법인·기관 등의 경영책임자 등에게 부과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제4조제1항제4호). 여기서 “관리상의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같은 법 시행령으로 위임하고 있고(제4조제2항), 현재 시행령안이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 논의 중입니다. “관리상의 조치”의 내용이 시행령에 따라 구체적으로 정해지더라도, 그 대상이 되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는 곧 산업안전보건법을 포함한 기존의 관계 법령 상의 의무를 말하는 것이어서, 여전히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상 어떠한 지위에서,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업에서는 해당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공사발주자”인지 또는 “도급인”인지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① 하나의 계약으로 건설공사를 비롯한 여러 개의 작업을 도급하는 경우에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② 경영상의 고려로 본사 대신에 계열회사 등을 계약 명의상의 발주처로 내세우는 경우에 누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등이 자주 문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지난 해 8월호 칼럼으로 다루었던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의 책임”에 이어 위 쟁점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2.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

가.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각 의의 및 의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도급”이란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합니다(제2조제6호). 이에 따라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하되,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는 자’를 말하되,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합니다. 여기서의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는 ① 당해 건설공사가 사업의 유지 또는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인지, ② 상시적으로 발생하거나 이를 관리하는 부서 등 조직을 갖추었는지, ③ 예측 가능한 업무인지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입장입니다.[1]


[각주 1] 고용노동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2020. 1. 16.)에 따른 도급 시 산업재해예방 운영지침」(2020. 3., 이하 ‘도급 시 지침’), 15쪽.


위와 같은 구분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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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의 계약으로 여러 개의 작업을 동시에 도급한 경우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①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공사”[2]를 도급한 경우로서 ② 그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두 개 이상의 작업을 도급한 경우, 예컨대 “건설공사”와 “건설공사”에 해당하지 않는 작업을 동시에 도급한 경우 도급한 자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또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가 종종 문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부터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상 지위는 각 작업을 단위로 분리하여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각주2] ①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② 「전기공사업법」에 따른 전기공사, ③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른 정보통신공사, ④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른 소방시설공사, 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문화재수리공사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공사를 말합니다.


첫째, 2019년 1월 15일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어 2020년 1월 16일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도급”의 범위와 “도급인”의 범위를 넓게 상정하고,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로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이는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라면 해당 장소에서의 위험요인을 도급인이 관리·통제할 수 있다고 보아(도급 시 지침, 23쪽), 그 장소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의 산업재해 예방에도 도급인이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위와 같이 도급인의 책임 범위가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관한 지배·관리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면, 그 책임의 대상인 ‘작업’은 여러 개가 복합된 형태를 이루고 있더라도 개별 작업의 단위로 나누어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각각의 작업마다 실시되는 장소가 다를 수 있고, 해당 장소에 내재된 위험요인이 상이하며, 그 위험을 실질적으로 관리·통제하는 주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산재보험관계의 성립 단위에 관한 사안에서, 건설공사가 그 내용을 달리하여 둘 이상의 단위로 분리되어 각각 도급된 경우 보험관계성립 신고의 대상이 되는 공사 단위는, 전체 공사에 의하여 최종 목적물이 완성되는 경우라도 각 도급 단위별 공사들이 시간적 또는 장소적으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행하여질 경우 도급 단위별 공사가 되며, 여기서 도급 단위별 공사들이 시간적 또는 장소적으로 분리되어 행하여진다는 것은 도급 단위별 공사가 동일 위험권 내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두8808 판결). 이에 따라 건설공사가 전기배선 증설공사와 건조기 제작·설치공사로 분할 도급된 경우에 보험관계성립 신고의무는 각 공사 단위로 분리하여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고용노동부 역시 건설공사와 다른 업무를 분리하여 보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고용노동부는 도급 시 지침에서 제조업 등의 기계·설비의 정비, 수리 및 유지 관리 등을 도급하는 경우 도급인 책임을 부담하나, 도급하는 업무가 건설공사인 경우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도급인 책임 또는 건설공사 발주자 책임을 부담한다는 입장입니다(15쪽). 이에 따라 기계·설비에 대한 설치·해체와 정비·수리를 합하여 하나의 단가계약방식으로 도급하는 경우에는 단위 작업의 성격에 따라 건설공사발주자인지 도급인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정비·수리 등 건설공사가 아닌 부분에 관하여는 도급인 책임, 설치·해체 등 건설공사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에 따라 도급인 또는 건설공사발주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입니다(17쪽).


다.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 주체: 실질에 따라 판단

한편, 실제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주체는 본사임에도 여러 경영상의 요소를 고려하여 계열사 등을 계약명의자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계열사 등이 계약명의자가 되는 사정만으로 해당 계열사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 것인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9년 1월 15일 개정 전의 산업안전보건법 하에서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사업주)에 관하여,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도2615 판결,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실질적으로 작업의 전체적인 과정을 총괄·조율할 능력이 있다면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의 위험요인에 대하여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2019년 1월 15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하였는데,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인 지배·관리 여부에 따라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고용노동부 역시 개정법 하에서 건설공사의 경우에 도급인 책임을 지는지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이 아니라 계약의 내용 및 수행방법 등을 보아 도급하는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그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에 따라 판단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도급 시 지침, 17쪽)


위와 같이 “도급인”의 책임에 관하여 그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해석과 개정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여 그 책임을 부담하는지도 실질에 따라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실질적으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는 공사대금의 부담 주체, 제세공과금 및 수익의 귀속 주체 등을 고려하여 판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라. 소 결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지위 및 책임은 다른 노동관계법령 상의 판단 원칙과 동일하게 ‘실질’에 따라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작업마다 해당 작업 자체의 위험성이나 그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내재된 위험요인이 모두 다르므로, 설령 턴키 방식의 일괄 도급 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그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작업을 단위로 판단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권창영 변호사 (cykwon@jipyong.com)

김동현 변호사 (kimdh@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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