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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주요 국제중재 판정 SOFREGAZ 사건

- 국제상사중재와 경제제재 간 관계 및 우리 기업의 전략 -

미국변호사

[2021.05.12.]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엔, EU 및 미국 등과 같은 다양한 국제사회의 주체들이 자신들이 의도하는 바를 관철하기 위하여 경제제재조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금지된 현 상황에서 군사조치를 대체할만한 강력한 효과를 가지는 경제제재의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미얀마 사태에 대응하여 경제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EU, 미국, 영국 등의 사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같이 국제사회에서 활발하게 부과되는 경제제재(특히 역외적 효과를 가지는 2차제재)의 영향은 제재 대상자만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이에 따라 국제거래, 국제금융 등 ‘국제적’ 활동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각 기업, 금융기관, 개인 등은 이러한 초국가적 경제제재(transnational economic sanctions)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 위반으로 간주되어 해당 기구나 국가로부터 처벌의 대상이 될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아래에서 살펴볼 Sofregaz 중재사건과 같이 2011년 이후 이어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입거나 이란 관련 사업을 철수한 사례 등이 상당히 존재합니다. 이같은 국제사회의 현실은 경제제재와 국제상사중재 간의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제재는 각 기업으로 하여금 ‘해당 경제제재를 준수할 것인지’ 또는 ‘잠재적인 사업기회를 포기할 것인지’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합니다. 만일 기업이 해당 제재 위반으로 인한 각종 민·형사상 벌금 등을 피하기 위해 제재 부과 이전에 체결한 거래계약을 준수하지 않고, 이러한 경제제재를 준수하기로 선택할 경우, 이러한 선택의 결과가 ‘계약’ 위반으로 이어지게 되어 소송을 당할 수 있으며, 만일 계약서에 ‘중재조항’이 포함된 경우에는, 중재절차가 개시될 수도 있습니다.



제재 관련 상사중재 분쟁에서 법적 쟁점

우선 경제제재 등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과한 2차 제재의 준수로 인하여 발생되는 결과가 사적 당사자들간의 중재합의에 의해 진행되는 상사중재절차에서 중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즉 ‘중재가능성(arbitrability)’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점은 실무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재판정부는 당해 경제제재로 인하여 발생될 분쟁 당사자들의 주장을 검토하고, 구속력 있는 중재판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미국 대법원의 Mitsubishi Motors Corp. v. Soler Chrysler-Plymouth, Inc. 사건 판결 역시 공정거래 또는 경제제재 등에 관한 쟁점 역시 중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재판정부가 중재절차에서 국제기구 또는 국가가 부과한 경제제재 조치를 단순히 ‘사실’의 변경과 관련된 쟁점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당사자가 준수해야 할 ‘법규범’으로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해서는 이견이 존재합니다.


우선 한 국가가 부과한 경제제재 조치를 ‘사실’로 볼 경우, 당해 제재가 계약당사자들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수 없도록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만 판단되므로 결론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도출될 수 있습니다. 즉, 계약 당시에는 당사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이 발생하였으므로 중재판정부가 중재절차의 준거법이 영미법계라면 frustration (of performance) 혹은 impracticability 법리로서, 대륙법계라면 hardship 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계약상 의무가 소멸했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사정변경이 인정되는 범위는 구체적인 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예컨대, 독일 민법 제313조는 hardship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영국이나 일본에서도 적용된 사례를 찾을 수 있으나,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사정변경의 원칙’이 사실상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다.


반면 한 국가가 부과한 경제제재 조치를 ‘규범’으로 볼 경우에는 중재판정부의 분석이 상대적으로 복잡해질 수 있으나, EU 회원국들 사이에 적용되는 국제사법 관련 Rome I Regulation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Rome I Regulation에 따르면 공공이익의 보호를 위해 각 국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강행규범(overriding mandatory rule)에 해당하며, 여기에는 각국이 채택한 ‘제재’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최근 중재 사례 - Sofregaz Case

이같은 쟁점이 실제로 나타난 사례로는 지난 2020년 6월 30일 파리 국제상사법원의 항소법원1)이 내린 Sofregaz 판결을 들 수 있습니다.2) 이 사건은 프랑스 기업인 Sofregaz와 이란 기업인 Natural Gas Storage Company가 이란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테헤란 인근 가스전에 관해 체결한 국제거래계약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계약 체결 이후 부과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로 인해 Sofregaz가 충분한 은행보증을 얻지 못하여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Natural Gas Storage Company가 계약상 의무 위반 및 계약 해지를 주장하였고 이에 반발한 Sofregaz가 ICC 중재규칙에 따라 파리를 중재지로 하여 중재를 제기하였습니다. 이후 중재절차에서 중재판정부가 Sofregaz의 계약위반을 인정하여 Natural Gas Storage Company의 손을 들어주자, Sofregaz는 항소법원에 당해 중재판정의 취소를 구하였습니다.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서 Sofregaz의 핵심 주장은, 중재판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가 계약상 의무이행에 미친 역외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주 1] 2018.2.7. 파리 상사법원(Paris Commercial Court)과 파리 항소법원(Court of Appeal of Paris)에 국제상사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제부(international chamber)’를 설립하였는데, 이를 ‘파리 국제상사법원(International Chamber of the Paris Courtof Appeal)’이라고 합니다.

[각주 2] Paris Court of Appeal (Chamber 5-16), June 3, 2020, No 19-07261.



그러나 파리 항소법원은 다시금 Sofregaz의 주장을 기각하고 Natural Gas Storage Company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항소법원 결정의 주된 근거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유엔 또는 EU 제재와 달리, 다른 국가들의 합의 절차 없이, ‘미국법’에 따른 미국의 일방적 조치이므로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해당되지 않으며, 중재지법인 프랑스법에 따르더라도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국제적인 규범력이 없기 때문에 중재판정부가 미국의 대 이란 제재의 효과를 본건 중재에서 고려하지 않은 점이 당해 중재판정을 취소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3)


[각주 3] Ibid., para. 67.


본건 판정례에서 중요한 점은 역외적 효과를 가지는 경제제재는 ‘국제공공정책(international public policy)’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중재판정부를 구속하는 규범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판시한 점입니다. ‘국제공공정책’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경제제재 조치를 채택함에 있어서 국가간의 ‘국제적 합의(international consensus)’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따라서, 본건 분쟁에서 항소법원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부과한 대이란 제재는 국제공공정책에 해당하지 않으나, ‘유엔 제재 또는 EU 제재’와 같은 국제적 합의에 따라 부과되는 경제제재는 국제공공정책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4) 더욱이 미국의 2차제재에 대응하기 위하여 EU에서는 대항 규칙(Blocking Regulation)을 채택하였는데,5) 계약 당사자가 계약의 불이행을 항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EU 시민은 미국의 2차 제재가 아닌 EU의 대항 규칙을 따라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각주 4] Ibid., para 55.

[각주 5] Council Regulation (EC) No 2271/96 of 22 November 1996, amended by 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EU) 2018/1100

of 6 June 2018.



국제거래를 하는 기업의 고려사항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2021. 2. 24.일자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구는 미국 주요 산업의 공급망(supply chain)을 강화하기 위한 검토를 시행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정부는 자국 산업을 강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특히 공급망이 취약하다고 판단된 부문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제재조치가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거래를 진행하는 각종 기업 및 금융기관은 장기적인 국제계약 공급망 내의 모든 요소를 분석하여 공급망 어느 일부에라도 제재의 위험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면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합니다.


이 같은 국제 정세 하에서 우리 기업은 특히 중재합의를 포함하는 계약서를 체결할 경우, 우선 계약 이행 단계에서 경제적 제재의 영향을 받을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있는 당사자들 사이의 국제거래의 경우,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계약 문언과 달리 경제제재의 특수성을 포함하는 구체적인 문구를 포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 경제제재의 경우에는 미국의 일방적 조치로 인정되기 때문에 중재판정부가 계약상 의무 불이행의 정당화사유로서 경제제재를 인정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만일 계약서에 계약당사자간 합의로서 계약 중단, 계약 종료, 불가항력 또는 중재청구 불가 조항 등에 경제제재 관련 문구를 포함한다면, 경제제재가 정당한 사유로서 중재판정부에 의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내용의 계약 작성이 여의치 않다면 포괄적으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하는 국가의 법을 중재지법(lex arbitri)으로 합의하여 사정 변경의 원칙이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제재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기 국제거래의 세부 공급망에 대한 제재 리스크 분석, 이에 기초한 계약서의 작성 및 관련 상사중재의 수행 등과 관련된 세부 내용은 특히 전문 변호사와의 정확한 상담이 필수적입니다. 율촌의 국제중재 및 국제소송팀(IDR팀)은 다양한 관련 자문 및 중재에 대응해 오면서 폭넓은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쌓아왔으며,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율촌은 국제거래의 위험성을 분석하고 이 같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 및 실제 위험의 대응 방안 등에 관하여 고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적 조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백윤재 변호사 (yjbaek@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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