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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코로나 가석방 급증… ‘고무줄’ 심사 기준 빈축

“전염병 방지 등 일시적 목적 보다 본질에 집중해야”

리걸에듀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가석방 제도를 활성화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적격심사 등 심사 프로세스 개선은 뒷전으로 미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석방이 교정기관의 재량이나 과밀수용 해소·감염병 확산 방지 등 일시적·정책적 목적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지난달 28일 가석방 제도 개선 방침을 밝히면서 "형법 제72조에 따라 형기의 3분의 1이 경과되면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실무상 대부분 형기 80% 이상 경과자에 대해서 가석방이 허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모범수형자 등에 대한 가석방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가석방 신청에서 제외되는 대상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가석방자 수가 1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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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예컨대 징역 10년을 확정받은 수용자는 형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년 4개월을 복역하면 일단 가석방 대상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형기의 80%에 해당하는 8년 이상 복역하지 않으면 가석방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원칙적으로는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 가석방 요건을 갖춘 수형자에 대해서는 교도소장이 의무적으로 가석방 적격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행상이 양호', '뉘우침이 뚜렷' 등 별도의 심사 요건들은 매우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 또 교정기관 분류처우위원회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가석방 대상이 되기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법정기준이 형해화되는 사례도 많다. 일부 수형자는 처음부터 가석방 적격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적격심사 유형도 죄명·죄질에 따라 일률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가석방 대상이 일방적으로 제한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실제로 전체 출소자 가운데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사람의 비율은 28.7%에 그친다. 10년 전인 2011년(12.9%)에 비해서는 2배가량 늘었지만, 가석방 출소율이 37.4%인 캐나다에 비해서는 10%p 가까이, 58.3%인 일본에 비해서는 30%p 가까이 낮은 수치다.

 

2018년 적격판정 64.5%서 

코로나 발생 후 80% 넘어


법무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가석방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적 심사제도' 등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석방은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형자에게는 가석방을 신청할 권리가 없다. 법무부가 필요적 심사제도를 도입해 가석방 대상자가 객관적 요건을 갖출 경우 일률적으로 심사대상으로 올리면 실제 가석방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가석방을 희망하는 수형자에게 법무정책상 필요에 따른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거나, 제대로 된 심사를 받는 대신 상황에 따라 실제 형기가 변경되는 상황이 여전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9년 12차례 열린 가석방 적격심사위원회에는 총 1만1467명이 상정돼 8286명(72.2%)이 적격판정을 받았다. 반면 지난해에는 700여명이 늘어난 1만2203명이 상정됐지만, 8%가량 줄어든 7882명(64.5%)만 적격판정을 받았다.

 

올해 13차례 가석방

 1월 적격판정은 87.5%로 ‘최고’

 

그런데 코로나19 감염병이 발생하자 교정당국은 적격 판정 비율을 80%이상으로 급상승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정시설에서 대규모로 감염병이 확산되자 법무부가 '가석방 업무지침'을 전면개정하고 비상상황 시 가석방 기준일과 횟수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가석방 횟수가 12번에서 최소 13번으로 늘어난다. 올해 1월 정기 가석방 적격심사위가 이례적으로 2차례로 늘어났고, 적격판정 비율도 82.89%까지 올랐다. 지난 1월 11일 제1차 가석방 심사위에서는 1112명이 상정돼 974명(87.5%)이 적격판정을 받았고 심사보류는 8명(0.7%)에 그쳤다. 보름 뒤인 같은달 26일에 열린 제2차 가석방 심사위에서는 852명이 상정돼 654명(76.7%)이 적격판정을 받았다. 


올해 3·1절 기념 특별 가석방에서도 적격심사위에 상정된 일반 수형자 462명 중 375명(81.1%)이 적격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3·1절 기념 가석방 적격심사위에서 902명 중 599명(66.4%)만이 적격판정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15%가량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교정시설 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인 최근 4월 정기 가석방에서는 963명 중 570명(59.2%)만 적격 판정을 받아 비율이 50%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한 로스쿨 교수는 "과밀수용 해소나 전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단순히 가석방을 늘리는 것은 하(下)책"이라며 "가석방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가석방 대상자를 가려내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기 범죄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교정당국과 가석방심사위가 강력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경향이 있다"며 "가석방이 확대되면 전략적 선택에 따라 모범수가 되는 사람들이 늘 텐데 이들을 심사에서 걸러내기 위한 기준과 재범심사 평가 기준을 선제적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몰수·추징 등 범죄수익환수와 피해자 피해회복도 가석방 필요조건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심사 프로세스 개선은 뒷전

 일시적 목적 따라 좌우

 

또 다른 로스쿨 교수는 "가석방의 목적인 교정 및 교화와 교정당국에 순응하면서 교도관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며 "양형에 기준이 있듯 가석방에도 촘촘한 기준과 잣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석방 여부에 대한 최종 심사가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 산하 적격심사위원회에서는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위원 9명이 한 달에 한 번, 하루에 600~1000여명에 대한 가석방 적격 여부를 서면 심사한다. 법무부령에 따라 가석방심사위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열리며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최근 1년간(2020년 4월~2021년 3월말) 가석방심사위 위원들의 평균 출석률은 78.6%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9명 중 7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의결이 이루어진 셈이다. 당연직 위원인 법무부 검찰국장은 13번 열린 심사위 중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참했다.

 

반면 독일에서는 수형자가 신청 여부와 상관 없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며, 가석방 여부는 법원 형집행합의부가 결정한다. 법원은 가석방 심리에서 검찰, 수형시설, 수형자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며, 수형자는 변호인의 조력도 받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수형자에게 가석방 심사 신청권과 불허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권이 인정되는데, 한국에서는 교도소장에게만 재신청권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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