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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펫팸족' 1500만… 반려동물 법적지위는 '제자리'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 동물학대 처벌 ‘사각지대’

미국변호사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반려동물을 뜻하는 'Pet'과 가족을 뜻하는 'Family'의 합성어)'이 1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현행법상 '물건'으로 취급되는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도 지난 3월 1인가구 급증에 따른 가족·상속제도 개선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르면 올 하반기 내에 민법과 민사집행법 등을 개정해 동물을 일반 물건과 구분해 제3의 지위를 부여하고, 반려동물 압류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제도 개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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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 법적 사각지대 생겨 =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민법 제98조가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권리주체인 인간을 제외한 유기체들은 모두 물건이 된다.

 

동물을 물건으로만 취급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동물학대다.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학대 당하거나 죽어도 피의자에게는 형법상 재물손괴죄 정도가 적용되는데 그친다. 그나마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효용을 침해하겠다는 인식을 하고 유형력을 행사했을 때 성립되기 때문에,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 동물보호법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학대행위를 열거하는 방식이라 이 역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민사소송을 한다해도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죽었다면 이는 '물건의 멸실'에 해당된다. 현행 민법상 물건이 멸실된 경우 손해배상액은 통상의 교환가치 정도만 인정된다. 반려동물 주인 입장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사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슬픔과 충격을 받지만, 가해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비슷한 종류의 반려동물 가격 정도에 불과하다. 위자료 역시 원칙적으로 잘 인정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이혼 때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을 누가 갖는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제 아래에서는 소송 시 '반려동물을 누가 더 잘 키울 수 있는지' 등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

 

독일·스위스 등 유럽국가

 “물건 아니다” 명문 규정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해외 입법례 늘어 = 서구 선진국에서는 20~30년전부터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법 개정이 이뤄진 곳도 많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민법전에 최초로 신설했다. 이어 1990년 독일이, 2002년에는 스위스가 명문 규정을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선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2000여년 동안 고착됐던 권리의 주체와 객체의 2원화가 깨진 것이다. 이들 국가는 권리주체로서 인간과 객체로서 무생물인 물건, 그리고 생명체인 동물로 3원화시켰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는 동물이 상해를 입어 치료를 받을 경우 동물보유자 또는 그 가족들은 가해자 등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동물을 치료하는 비용이 동물의 가액보다 현저히 높더라도 치료비용을 배상받을 수 있다.

 

美서는 이혼소송 때 

판사가 반려동물 양육권 판단도

 

형법상으로도 동물의 법적 지위는 크게 달라졌다. 프랑스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학대, 잔혹한 행위, 유기 뿐만 아니라 기타 부당한 처우까지 처벌하고 있다. 신형법 R655조에 '동물살해죄'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 형사소송법에는 동물보호단체가 동물학대죄에 대해 사소원고로서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반려동물의 양육권에 대한 변화는 미국에서 일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이혼소송 때 판사에게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어느 쪽이 가질지 판단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아이의 양육권을 부여할 때와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행복을 고려해 동물을 더 잘 보살펴왔던 배우자에게 양육권을 줄 수 있게 됐다.

 

한국, 기존 패러다임 바꿀 정도 

인식전환 안됐지만

동물보호 공감대는 형성

 법적지위 보장 필요성 제기

 

◇ 전문가 "동물 관련 법제 재정립해야" =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일각에서는 외국 입법례를 참고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이 '동물은 물건'이라는 법리를 고수하면서, 동물의 상해나 살해로 인해 동물 소유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전향적으로 인정해줬는데(2012다118594 판결), 이 같은 법리를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아직 물건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선 대법원이 판시한 법리를 적용하면서 점진적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키운 다음 법을 개정해나가는 것이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펫팸족 증가 등 변화된 사회 상황을 반영해 신속하게 동물 관련 법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윤철홍 숭실대 법대 교수는 '민사법 체계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대법원 판례를 따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리나라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만들고, 특별법에 의해 동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물건에 대한 규정을 준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쿨의 한 교수는 "최근 사회적으로 동물 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우리나라도 3원론에 따라 동물의 법적 지위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독일 등의 경우처럼 헌법에 동물 보호 관련 조항을 신설해 민법 뿐만 아니라 형법, 행정법까지 동물의 법적지위를 변화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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