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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前 대법원장 "적폐청산은 광풍"…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부인'

"잘못된 예단 우려…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판단해달라"
새로 구성된 재판부, 공판갱신절차 갖고 심리 진행

미국변호사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73·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이 사법부에까지 불어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근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와 관련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1심 재판에서 공모 혐의가 인정된 혐의들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7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4·12기)·고영한(66·11기)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12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지난 2월 진행된 121차 공판기일 이후 약 2개월여만에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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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2월 법관 정기 인사로 기존 형사35부 재판장이었던 박남천(54·26기) 부장판사가 서울동부지법으로, 배석인 심판(49·36기)·이원식(34·43기) 판사가 각각 서울동부지법과 전주지법 남원지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장판사 3명이 합의부를 구성하는 대등재판부로 재편됐다. 이에 이종민(47·29기), 임정택(47·30기), 민소영(47·31기) 부장판사가 새로운 형사35-1부를 구성해 이날 공판갱신절차를 가졌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장이 발언 기회를 부여하자 "한 가지만 말씀 드리겠다. 우리 피고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예단에 관한 것"이라며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이 사법부에까지 불어왔다. 자칫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인 관찰을 방해하는 것은 사법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어 채널A 사건의 한동훈(48·27기) 검사장을 암시하는 발언도 꺼냈다. 한 검사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진두지휘해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기소했었다.

 

그는 "얼마 전 검찰 고위 간부가 모종의 혐의로 수사받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하며 '수사상황이 시시각각 유출되고 수사관계인에 의해 수사 결론이 계속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언급한 '검찰 고위 간부'는 한 검사장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사장은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지난해 7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고,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을 권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사건(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도 실시간으로 중계방송되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쉬지 않고 수사 상황이 보도됐고, 그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왜곡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사회에서는 (판사들이) 마치 직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범행·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젖어 들게 만들었다"며 "이제 광풍이 다 할퀴고 지나간 자국을 보면, 객관적으로 이것이 왜 이렇게 된 것인가를 살피는 그런 상황에서 과거에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들은 매우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새로운 재판부께서 그러한 상황을 잘 혜량하고, 특히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건의 실질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법정에서 발언한 것은 100차례 넘게 재판에 출석한 이래로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019년 5월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이 말한 공소사실의 모든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정말 소설의 픽션같은 이야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을 듣고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등 공판갱신절차를 이어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측은 약 1시간에 걸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최근 관련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가 인정된 부분과 관련해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민걸(60·1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59·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19고합187). 당시 재판부는 이들의 일부 혐의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가 인정된 혐의는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들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하도록 한 혐의,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취소하도록 한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 등 3개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 중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파악한 혐의에 대해 "(파견 법관들에게)지시한 것은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라며 "(법관들에게)파악하도록 했다는 정보들이 과연 전달 자체가 위법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취소하도록 한 것도 "서울남부지법의 결정을 보고받았을 뿐이고, 나중에 법원행정처가 그 일을 어떻게 할지 난감해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 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은 그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인 이규진 부장판사를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 개입'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무리 대법원장이라도 법관의 재판 심리에 개입할 수 없고, 법관은 개입 행위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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