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회,법제처,감사원

(단독) 공기업 정관 등 내규정비… 1건에 수천만원

“변호사법 위반” 논란 휩싸인 한국법령정보원

리걸에듀

한국법령정보원이 2012년부터 10여년 가까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정관 등 내규를 정비해주고 수익을 거둬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변호사법 위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법체계 확립을 위해 설립된 법제처의 유관기관마저 수년간 변호사가 아닌 직원들을 동원해 불법 소지가 농후한 수익사업을 해온 것은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169012.jpg

 

◇ 법령정보원, 직원 동원해 수년간 내규정비용역사업 = 한국법령정보원은 법제처가 위탁하는 법령집 발간·보급 사업을 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법령집 발간 사업은 1963년부터 법제처가 맡다가, 1981년 법령편찬보급회로, 1990년 한국법제연구원으로 발행·대행자가 변경됐다. 이어 2011년 7월부터는 한국법령정보원이 맡아왔다. 관련 법령에 따라 법제처장은 법령정보에 대한 효율적·체계적 관리·보급을 위해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 법령정보원은 법전 편찬, 법령집 발간 등 법제처가 위탁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그런데 법령정보원은 이와는 무관한 '내규정비용역사업'을 2012년부터 시작했다. 법학 석·박사급 내외부 전문연구인력과 비정규직을 활용해 △법령 △내부규정 △법제 등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골자다.

 

법제처가 위탁 하는 법령집 등 

발간 목적으로 설립

 

법령정보원 관계자는 "내규정비사업은 개별적 법률사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내규의 형식이나 체계 등을 정비해 연구결과물로 제공하는 연구사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뢰기관에 제공된 '000 내부규정 정비 용역 최종 보고서' '000 내규체계개선 및 정비 최종 보고서' 등에는 개별적 규정안이 결과물로 담겼다. 법령정보원은 최종보고서에 의뢰기관의 개별 내부규정을 검토한 뒤 내규 간 체계를 점검하고, 구체적인 내규 문구와 제정·정비사유를 작성해 제공했다. 상위법규인 법률과 고시 등을 검토해, 기존의 내부규정과 비교한 뒤, 상위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의뢰기관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용이한 자치법규안을 제시한 것이다.

 

법령정보원은 이런 방식으로 현재까지 40여개 기관에 내규 제정안이나 정비안을 제공했고, 법령정보원에 용역을 준 의뢰기관들은 이렇게 받은 정비안을 대부분 실제로 시행하고 있다. 의뢰기관들은 관련 비용으로 법령정보원에 300만원에서 7000만원을 지급했으며, 1억원에 달하는 건도 있다.

 

2012년 석·박사급 인력 활용 

내규 정비 사업 시작

 

◇ 수익률 10% 효자산업, 직원 인건비 보전 = 법령집 발간 등 법제처가 위탁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법령정보원이 이 같은 수익사업에 나선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발달 등으로 법령집 발간 사업 등이 침체되면서 법령정보원이 적자와 인력난에 시달린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법제처 중기사업계획 문서에 따르면, 주무관청인 법제처도 자신들의 업무를 위탁받기 위해 설립된 법령정보원이 재정상 어려움 때문에 자체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법제처는 중기사업계획 문서 등에서 "별도 예산보조가 없기 때문에 법령집 추록 발행·보급을 대행하는 법령정보원이 적자 발생에 따른 대행업무 곤란을 표명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대행업무 중단 시 법령집 편찬 등 법령상 의무 위반의 결과를 초래한다"며 "생활법령 등 위탁 (업무) 수행에 따른 적자를 법령정보원 자체 수익사업 수행으로 상쇄하고 있으므로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9년부터 업무분장에

 ‘법제관련 용역사업’ 적시

 

적자를 면치 못하던 법령정보원은 내규정비용역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2016년 이후 흑자로 돌아섰다. 2019년부터는 법령정보원 기획운영부와 법제정보실 업무분장에는 '법제 관련 용역사업 기획·총괄·조정' 업무가 명문화됐다.

 

법령정보원 내부문서인 구(舊) '용역인건비 지급지침'과 개정된 '용역사업 관리지침' 등에 따르면, 법령정보원은 경비의 약 10%가량을 이윤으로 붙인 가격을 책정한 뒤 공기업 등에 (내규정비) 연구용역사업 비용으로 청구하고 있다. 법령정보원은 이 용역사업에 참여한 직원에게 수익 중 일부를 인건비 항목으로 할당해 지급한다. 계약금액이 500만원 이하인 (내규정비) 연구용역에 대해서는 산정된 인건비의 90%가, 50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70%가 해당 직원의 월급일자에 지급된다. 계약금 일부는 용역 참여자에게 서류비용·회의비용 등의 명목으로 실비 지급된다.


“공기업 내규 등은 법률사무

변호사의 고유 업무”

 

◇ 전문가 "변호사법 위반 소지 크다" = 문제는 이 같은 법령정보원의 수익사업은 '법률사무는 변호사만이 취급'하도록 한 변호사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령정보원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령정보원 관계자는 "(의뢰기관과 곧장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조달청 공개경쟁입찰을 통해서도 내규정비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사업자 등록이 '연구 및 개발업'으로 분류돼 수행자격 요건에 문제가 없고, 대학이나 학회 등도 (조달청을 통해) 내규정비사업을 수주하고 있으므로 (내규정비가) 변호사만 수행 가능하다거나 법령정보원이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달청 나라장터 등에서) 참가자격 및 평가요건으로 변호사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법학 석·박사를 우대 자격요건으로 두고 있어 (한국법령정보원은) 정당한 공개경쟁을 통해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변호사법이 정한 변호사 업무는 법률사건과 법률사무"라며 "입법자가 규율하고자 하는 대상은 소송사건 등 일반의 법률사건 등"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2007도1039), 헌법재판소 결정(2006헌바96) 등에 따르면 변호사 업무는 법률상 효과를 발생·변경하거나 명확하게 하는 행위"라며 "내규정비사업은 일반적·추상적 규정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만 수행이 가능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법령정보원 정관에 따라 법제처장의 승인을 받아 수익사업을 실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직원 동원 

불법소지 농후한 수익사업에 충격”


법제처 측은 "법령정보원의 내규정비용역사업은 (법제처의) 관리·감독 범위가 아니다"라며 "해당 기관의 자체 사업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법률사무의 범위를 '법률상 효과를 발생·변경·소멸·보존, 또는 명확하게 하는 사항의 처리에 관한 행위'라고 밝히고 있다(2010도387)"며 "공기업 내규 등은 이에 해당하므로, 관련 사무는 변호사의 고유 업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도 최근 관련 유권해석에서 "변호사 또는 법무법인이 아닌 자가 정관 등 사내 내규를 작성해주고, 금품 등 이익을 수수할 경우 변호사법 제109조 1호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정관은 법적 성질이 자치법규"라며 "대법원 판례(2004도6676) 등에 따라 법인의 권리능력은 법인의 설립근거가 된 법률과 정관상 목적에 의해 제한된다. 정관 작성 행위는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로서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했다.

 

변호사법 전문가인 정형근(64·사법연수원 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비(非)변호사인 직원들로 하여금 유료로 내규정비 사업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것은 변호사법 제34조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외부 공기업 내규정비사업을 보수를 받고 해주는 행위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라며 "실제로 보수를 받으며,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불법적인) 보수의 분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주무관청인 법제처에 대해서도 "(법령정보원과 해당 업무에 대해) 지휘·감독관계에 있지 않다면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겠지만, 이 같은 사업을 하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법령정보원은 "내규정비사업이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며, 사기업 내규는 정비한 적 없다"고 8일 밝혔다. 이어 "내규 정비 총 수행 횟수는 53회, 총 수행기관은 43개 기관"라며 "(특히) 정관을 작성하거나 제정해 준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일기관으로 (실제로) 1억원을 받은 적은 없다"며 "내규정비 용역사업의 기관당 최저금액은 165만원, 최고금액은 7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명확한 확인을 위한 수행기관 및 금액 관련 자료 공개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한국법령정보원은 인용된 변호사법 관련 판례 등에 대해 "민사소송의 당사자로부터 소송에 관한 지원을 해주고 금원을 교부받은 경우나 한국외환은행의 인수조건이나 인수가격 등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된 내용인데, 내규정비사업과는 무관한 판례"라고 강조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